“다른 포인트 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더 잘 활용하는 것에 집중했다.”
라일리 톰슨(NC 다이노스)이 완벽하게 반등했다. 말 그대로 상대 타선을 압도하며 NC 승리에 앞장섰다.
라일리는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KT위즈와 원정경기에 NC의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1회말부터 좋았다. 멜 로하스 주니어(삼진), 허경민(유격수 땅볼), 강백호(삼진)를 상대로 아웃카운트를 챙기며 삼자범퇴로 기분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2회말에는 선두타자 김민혁의 땅볼 타구에 3루수 김휘집이 송구 실책을 범하며 한 명의 주자를 출루시켰지만, 황재균, 유준규, 배정대를 모두 삼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3회말에도 안정감은 지속됐다. 장준원을 1루수 땅볼로 묶었으며, 권동진, 로하스에게는 삼진을 뽑아냈다. 4회말에는 허경민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줬으나, 강백호, 김민혁, 황재균을 삼진으로 처리했다.
라일리의 구위는 5회말에도 여전했다. 유준규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배정대를 중견수 플라이로 유도했다. 이어 유준규의 2루 도루로 1사 2루와 마주했지만, 장준원, 권동진을 삼진으로 솎아냈다.
노히트 행진은 아쉽게 6회말 깨졌다. 로하스(1루수 플라이), 허경민(낫아웃)을 잠재웠지만, 강백호에게 우전 안타를 맞은 것. 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김민혁을 2루수 땅볼로 막아내며 이닝을 마감했다.
마지막까지 쾌투한 라일리다. 7회말 최성민(2루수 땅볼)과 유준규(삼진), 안현민(1루수 땅볼)을 모두 돌려세우며 이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최종 성적은 7이닝 1피안타 2사사구 14탈삼진 무실점. 14개의 탈삼진은 NC 구단 역사상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이자 KBO 통산 외국인 투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 기록이었다.
이날 라일리는 총 99개의 공을 뿌렸다. 패스트볼(32구), 슬라이더(28구), 포크(23구), 커브(16구)를 구사했으며,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4km까지 측정됐다. 팀이 4-0으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온 라일리는 NC가 결국 7-0으로 승리함에 따라 시즌 2승(1패)을 수확하는 기쁨도 누렸다.
2018년 시카고 컵스에 11라운드로 지명된 라일리는 불 같은 강속구가 강점인 우완 투수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경력은 없지만, 마이너리그 5시즌 동안 108경기(선발 82번)에 출전해 19승 25패 평균자책점 4.68을 작성했다. 특히 365이닝 동안 353개의 탈삼진을 뽑아낼 정도로 강력한 구위가 강점으로 꼽혔다.
지난해 말 NC는 이런 라일리와 총 90만 달러(계약금 13만 달러, 연봉 52만 달러, 옵션 25만 달러)의 조건에 손을 잡았다. 힘 있는 패스트볼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탈삼진 능력을 눈여겨 본 것.
그러나 라일리에게도 KBO리그는 만만치 않았다. 10일 KT전 전까지 성적은 3경기 출전(15이닝)에 1승 1패 평균자책점 7.80. 불안한 제구가 원인이었다. 볼넷으로 주자를 쌓다가 장타로 대량 실점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150km를 훌쩍 넘는 패스트볼은 분명 매력적이었지만, 스트라이크 존 안에 넣지 못하며 위력이 반감됐다.
그럼에도 사령탑은 라일리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았다. 최근 만난 이호준 NC 감독은 “(라일리가) 보완할 부분은 분명히 있다. 투구 수가 많다. 마운드에서 급한 면도 있다”면서도 “외국인 선수들이 요새는 한국에서 야구를 배워간다. 배워서 미국가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팀, 본인을 위해서라도 보완할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 선수지만, 보완해서 같이 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 소통해서 바꿀 것은 바꿔야 한다. 지금 세 경기 본인의 스타일대로 갔는데 우리가 기대한 만큼 안 나오고 있다. 본인도 우리가 이야기 했을 때 받아들이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라일리는 이날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이 감독의 바람에 100% 부응했다.
라일리는 경기 후 구단을 통해 “앞선 경기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투수 코치님께서 믿는다고 말씀해 주셨다.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경기가 잘 풀린다 생각했지만 중반까지 노히트나 기록을 의식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포인트 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더 잘 활용하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도 오늘 경기처럼 좋은 모습으로 팀의 승리에 기여하고 싶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