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소년은 늙지 않는다. 다만 나아갈 뿐이다.
‘불멸의 소년장사’ 최정(38)이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500홈런 대기록을 쏘아올렸다. 불가능의 영역으로도 여겨졌던 전인미답의 500홈런 기록은 언제나 그랬듯이 또 나아간 최정에 의해 새롭게 쓰여졌다.
최정은 1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경기 0-2로 뒤진 6회 2사 1루 상황에서 라일리 톰슨의 시속 135km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월 110m 투런 동점 홈런을 쏘아올렸다. 최정의 시즌 5호 홈런인 동시에 개인 통산 리그 500번째 홈런이었다.
최정이 2005년 SK 와이번스(SSG 랜더스의 전신) 1차 지명으로 프로 데뷔해 같은 해 5월 21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현대 유니콘스의 투수 이보근을 상대로 첫 홈런을 때린 지 7298일(19년 12개월 3일) 만에 작성한 대기록이다. 동시에 지난해 종전 KBO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이었던 이승엽의 467홈런을 넘어선 이후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이정표를 달성하며 600홈런이란 새 역사를 향해 달려가게 됐다.
올 시즌 빠른 시일내에 500홈런이 달성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개막을 앞두고 최정이 햄스트링을 다치면서 5월이 지나서 뒤늦게 시즌을 시작했고, 부진에 대한 우려도 컸다. 최정이 올해 만 38세로 적지 않은 나이인 것을 고려하면 홈런 생산이 더뎌 질 수 있는 충분한 근거들도 있었다.
하지만 최정은 5월 2일 잠실 LG전 복귀 첫 타석에서 홈런포를 쏘아올리면서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이후 4일과 5일 2경기 연속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이어 10일 경기서 통산 499홈런을 때린 이후 복귀 이후 딱 10경기만인 13일 NC전에서 500홈런 고지를 밟았다. 대기록 달성까지 10경기를 넘기지 않고 2경기 당 1개 꼴로 홈런을 때려낼 만큼 엄청난 페이스를 보여주며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 장사’의 위엄을 또 한 번 증명한 최정이다.
500홈런 상황의 집중력도 돋보였다. 최정은 이날 라일리를 상대로 침착하게 3B-1S를 만들었다. 이후 볼넷이라고 생각했던 5구째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면서 이후 풀카운트가 됐다. 그리고 6구째 다시 들어온 슬라이더가 실투로 한가운데로 들어오자 놓치지 않고 받아쳐 500홈런 고지를 밟았다. 통산 500홈런 대기록을 상대 투수가 분명 의식하고 있는 상황. 거기다 홈런 한 방이면 동점을 허용할 수 있는 위기서 충분히 조심스럽게 투구를 했지만 최정은 끝까지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상대의 실투를 홈런으로 응징했다.
최정의 동점 투런으로 동점과 첫 득점을 뽑은 SSG는 6-3 승리를 거두고 3연승이란 대기록도 함께 달성했다. 연합뉴스 등과의 언론 인터뷰서 경기 종료 후 최정은 500홈런 대기록에 대해 “지난해는 원정 경기(부산)에서 (신기록 468홈런을) 쳐서 조금 민망했는데 오늘은 인천 팬들 앞에서 500홈런을 쳐서 더 기분이 좋은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최정은 홈런 상황에 대해 “타격감이 떨어져서 자신감이 떨어진 상황이라 볼넷으로 나가는 줄 알고 처음엔 좋아했었다. 빠른 공을 예상했는데 상대 실투가 운 좋게 홈런으로 연결됐다”고 돌이켜봤다. 그러면서 최정은 빠르게 달성한 500홈런에 대해 “홈런이 빨리 나와서 후련하다. 타격감이 좋지 않아서 홈런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었다. 팀이 이겨서 좋은 분위기서 축하를 받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며 웃어보였다.
SSG 랜더스와 2028년까지 장기 계약을 맺은 최정은 이제 600홈런이란 다음 목표를 향해 간다. 현역 선수 가운데선 박병호(412개)와 최형우(401개, KIA) 등이 그 뒤를 잇고 있지만 격차가 꽤 크기에 사실상 최정만이 할 수 있는 기록이다.
최정은 600홈런이란 다음 목표에 대해 “욕심은 없지만 달성하고 싶은 기록이다. (꾸준히) 경기에 뛰어야 기회가 오는 만큼 몸 관리에 대한 중요성도 더 느끼고 있다”며 언제나 그랬듯이 묵묵하게, 그러나 또 꾸준하고 위대하게 전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렇게 프로야구의 소년은 영원히 늙지 않는다. 다만 또 한 번 나아갈 뿐이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