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극적이고 정신없는 일주일이었다.
UFC 플라이급 파이터 박현성(29)은 원래 오는 10일(이하 한국시간) 플라이급 랭킹 10위 스티브 얼섹을 상대할 예정이었다. 마지막 시합이 5월 중순이었기에 이것도 굉장히 빠듯한 준비였다.
그러나 돌연 일정이 변경됐다. 플라이급 랭킹 6위 타이라 타츠로와 경기할 예정이었던 아미르 알바지가 부상으로 이탈하며 박현성이 대타로 들어가게 됐다. 3일 UFC APEX에서 열리는 파이트 나이트 메인 이벤트로 나선다.
“지난 주 토요일이었다.”
2일 계체를 마친 뒤 라스베가스 모처에서 MK스포츠와 만난 박현성은 일정이 변경됐을 당시를 떠올렸다.
처음에는 제의를 거절했다. “원래 상대가 있었고, 그 선수도 랭커였다. 메인 이벤트는 5라운드 경기이고, 원래 5라운드가 아닌 3라운드를 준비했기에 무리하지 않고 이 경기를 해도 괜찮겠다 생각하고 거절했다”는 것이 그 이유.
그러나 결국 제안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UFC에서 ‘도와달라, 너밖에 없다’는 말을 했다. 대신 조건을 좋게 해줬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겠다고 했다”며 UFC의 간곡한 부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무조건 들어줘야하는 부탁이었다. 나한테 인사권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답정너’같은 상황이었다. 고위층에서 연락이 오니 매니저님도 ‘그냥 해야겠다’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진행됐다. 토요일 오후 6시에 라스베가스에 도착해 밥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바로 취소하고 9시부터 사우나하러 갔다”며 말을 이었다.
당시 66킬로그램을 유지하고 있던 그는 일주일 만에 10킬로그램 가까이 감량했다. 이날 계체에는 플라이급 허용 최대치인 126파운드(약 57.1킬로그램)가 나왔다.
2일 열린 계체에서 가장 먼저 저울에 올랐던 그는 “메인 이벤트는 첫 번째로 올라간다고 하더라. 이전보다는 단기간에 뺐다. 많이 빼면서 고생도 했는데 그만큼 회복도 빨리 되고 있는 거 같다”며 계체에 관해서도 말했다.
결국 그는 그렇게, UFC 역사상 최초의 한일전을 그것도 메인 이벤트로 치르게 됐다.
그는 이 점에 대해서는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메인 이벤트는 내 인생에서 내가 잘하면 언젠가 설 수 있는 무대라고 생각했다. 이왕 하는 김에 좋은 조건으로 해줘서 고마울 뿐”이라며 생각을 전했다.
생애 첫 메인 이벤트. 그럼에도 ‘피스 오브 마인드’라는 별명답게 그는 평정심을 잃지 않는 모습이다. “감정의 폭도 크지 않다. 그저 ‘그냥 하는구나, 정해진 운명이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기회를 너무 빨리 얻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이 기회는 결국 마지막에는 내가 수락한 것이지만, 내가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거 같다”며 첫 메인 이벤트를 준비하는 자세에 대해 말했다.
두 선수는 지난 미디어 데이에서 살벌한 발언을 주고받았다. 박현성이 “2~3라운드에 낙아웃 시켜버리겠다”고 말하자 타이라는 “그가 나같은 수준의 파이터와 겨루는 것은 처음일 것이다. 1라운드에 그 말이 실언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겠다”고 받아쳤다.
그는 “둘 다 강하게 나와야했다. 그런 것은 별로 의식하지 않고 있다. 평소 나답지 않은 멘트인데 메인 이벤트라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거 같다”며 설전에 대해 말했다.
이어 “사실 피니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피니시를 내고 싶다고 나오는 것도 아니다. 경기할 때도 피니시를 생각하고 하지는 않는다. 하다가 보면 나오는 것”이라며 실제로는 보다 침착하게 시합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상대에 대해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았던 그는 “원래 상대(얼섹)는 준비를 해야 할 것이 있었다. 내가 잘하던 것에서 추가해야할 것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성향이 반대인 선수와 붙는다. 뭐를 더 준비한다고 하면 오히려 더 안 좋은 거 같다. 스스로 나 자신을 믿고 해야할 거 같다”며 시합 준비에 대해 말했다.
정작 페이스 투 페이스 때는 점잖게 상대했던 그는 “둘 다 동양 사람이다보니 서로 도발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고 존중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사실 그 친구도 내가 아니었으면 손해봤을 것이다. 미국에서 캠프 하면서 들어간 돈도 한두 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친구도 경기를 하는 것이 좋다. 매니저 통해서도 수락해줘서 고맙다는 연락이 왔다. 좋은 경기 하자고 답해줬다”며 상대와 좋은 경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타이라는 박현성에 대해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고, 종합격투기 경력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UFC 경력은 내가 위다. 매 경기가 배움의 기회였다. 그 경험의 차이를 옥타곤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UFC 경력에서는 자신이 앞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현성은 “경험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물론 메인 이벤트도 여러 번 했고 랭커와도 붙어봤지만, 나도 지난 경기를 하며 많은 경험을 얻었다. 시합과 연습은 완전 다르지만, 그 다른 상황에서도 똑같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생각을 전했다.
그에게는 큰 기회이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의 종합격투기 커리어, 그리고 인생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는 “무조건 이기는 것만 생각하고 있고, 후회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인생에서 아무리 큰 것이 와도 지나가면 결국 별 것이 아니게 된다. 이 경기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며 특별하게 의식하지는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의 ‘진짜 목표’는 따로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운동을 너무 좋아하고, 잘하고 싶다. 누구보다 잘하고 싶다. 그것이 전부다. 그런데 그걸 증명하려면 시합에서 증명해야 한다. 시합에서 잘하고, 이겨야 증명이 된다. 결국은 이기는 것이 목표인데, 결국에는 그냥 잘하고 싶다”며 자신의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경기를 지켜 볼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응원해 주시고 지켜봐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무조건 최선을 다할 것이고, 나답게 할 것이다. 결과는 내가 하기에 달려 있는데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라스베가스(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