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하셨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대표팀 합류 이후 배운 한국어가 있는지를 묻자 옌스 카스트로프(22·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는 두 가지 문장을 말했다.
카스트로프는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역사상 최초의 혼혈 선수로 이번 A매치 2연전에 출전했다.
지난 10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 A매치에서는 처음으로 선발 출전해 45분 동안 필드를 누볐다.
그는 “매우 영광이고, 조금 더 뛸 수 있었으면 좋았는데 아쉽다”며 첫 선발 출전 소감을 전했다.
선수는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대표팀에서 그가 보여준 투쟁심 넘치는 플레이와 강한 압박은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일각에서는 그를 2002 월드컵 시절 김남일에게 빗대 ‘신형 진공청소기’라 부르고 있다.
대표팀 수비수 설영우는 “지금 한국에 가장 필요한 스타일의 선수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은 볼을 예쁘게 차는 선수들이 많다고 생각하고 파이터 형의 선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적합한 선수가 나왔다”며 옌스의 경기 스타일에 대해 말했다.
옌스는 멕시코와 경기 도중에는 상대 감독 하비에르 아기레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기존 한국 선수들에게는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그는 “경기 도중에는 감정이 올라올 수가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경기에 집중하면서 100%를 쏟아내려하고 있다. 그 상황에서는 파울을 당했는데 상대 감독이 ‘아무것도 아닌데 일어나라’고 말해서 반응했다”며 당시 상황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항상 모든 것들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경기에서도 조금 실수가 있었는데 이런 것들을 수정해가며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소속팀에 돌아가 열심히 훈련하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내 할 일이리라고 생각한다. 나머지는 감독님의 몫”이라며 앞으로의 각오를 전했다.
그의 A매치 데뷔는 한국 축구 역사에도 의미 있는 사건이었지만, 그와 그의 가족들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는 “어머니가 TV 앞에서 울고 소리 지르시며 감동하셨다고 하더라. 형제들도 굉장히 기뻐했다고 들었다”며 자신의 데뷔를 지켜본 가족들의 반응을 전했다.
이어 “나에게도 상당히 감정적인 순간이었다. 애국가가 나오는 순간에는 집에서 애국가를 배우기도 했지만 자랑스러웠다”며 대한민국 대표로서 애국가를 들었을 때 느꼈던 감정도 소개했다.
옌스는 한국인 혼혈이지만, 아직 한국어는 배우는 중이다. 열의는 굉장하다.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선수단 단체 대화방에 올라온 글들을 번역기로 돌려가며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동료들도 그의 적응을 돕고 있다. 대표팀에는 오랜 해외 생활로 영어와 독일어 구사가 가능한 선수들이 많다.
같은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수비수 김민재도 그를 돕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김민재는 “독일어로 간단한 단어나 이런 것을 소통하고 있다. 밖에서 생활도 있지만, 경기장에서는 급하다 보면 아무래도 영어나 독일어보다는 한국말이 먼저 나오기 때문에 어떤 한국 단어로 소통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있다. ‘오른쪽’ ‘왼쪽’ ‘간다’ ‘돌아서라’ 이런 것부터 소통하려고 많이 얘기하고 있다”며 의사소통에 대해 말했다.
대표팀은 다음 달에는 서울에서 남미 강호 브라질과 파라과이를 상대한다. 옌스가 이때도 선발된다면 이번에는 처음으로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서 경기를 하게된다.
그는 “감독님이 나를 다시 선발해서 대표팀에 합류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브라질같은 강팀을 상대로 한국에서 뛰게 된다면 기분이 남다르고 상당히 기쁠 거 같다”며 다음 달 A매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뒤 경기장을 떠났다.
[내슈빌(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