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 마카이(51·네덜란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골잡이였다.
마카이는 188cm 키에 강한 힘, 탁월한 위치 선정과 골 감각 등을 앞세워 네덜란드, 스페인, 독일 등에서 정상급 골잡이로 명성을 떨쳤다. 2002-03시즌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왕도 차지했다.
마카이는 네덜란드 축구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서도 A매치 43경기(6골)에 출전했다. 당시 마카이의 대표팀 내 경쟁자는 파트릭 클루이베르트, 뤼트 판 니스텔로이, 피에르 판 호이동크 등이었다.
마카이는 선수 시절 SBV 피테서(네덜란드), CD 테네리페,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이상 스페인), 바이에른 뮌헨(독일), 페예노르트 로테르담(네덜란드) 등을 거쳤다.
마카이는 선수 은퇴 후 페예노르트 스카우트를 시작으로 주로 유소년 팀 지도자로 활동했다.
마카이가 8월 3일 제주도 서귀포에서 뮌헨 월드 스쿼드 프로그램의 총책임자로 취채진과 나눴던 이야기다.
Q. 한국을 찾은 소감부터 듣고 싶다.
이번이 첫 방문은 아니다. 한 달 전 뮌헨 월드 스쿼드 프로그램을 위해 제주를 찾았었다. 당시에는 비가 많이 내려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다. 이후 서울에도 갔는데 굉장히 아름다운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번에는 제주 날씨가 좋아서 한국에 대해 더 좋은 인상을 받고 있다.
Q. 오랫동안 세계 정상급 공격수로 활약했고, 은퇴 후에는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성공할 수 있겠다’고 느끼는 유소년들의 특징이 있을까.
공격수의 자질을 판단할 때는 아주 세밀한 부분들을 본다. 특히 배우기 어려운, 어느 정도 타고나는 능력들이 있다. 위치 선정이 대표적이다. 득점할 수 있는 공간으로 어떻게 들어가는지, 첫 터치를 어떻게 가져가는지, 얼마나 빠르게 슈팅까지 연결하는지 등을 중요하게 본다. 월드 스쿼드 선수를 선발할 때는 영상으로 먼저 확인하기 때문에 모든 부분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내가 좋은 공격수를 선발해야 한다면, 앞서 말한 디테일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Q. 축구계에서는 골 결정력을 어느 정도 타고나는 영역으로 보기도 한다. 골 결정력은 노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재능의 영역인가.
앞서 말한 위치 선정과 같은 부분은 감각적인 영역으로 볼 수 있다. ‘왜 그곳에 있었느냐’고 물으면 ‘그곳에 있어야 할 것 같았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능력을 말로 가르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헤더 기술이나 양발을 활용하는 능력, 슈팅 기술 등은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다. 훈련과 학습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능력들을 발전시키면, 골 결정력 역시 향상시킬 수 있다.
Q. 선수 은퇴 후 페예노르트와 레인저스 등을 거쳤고, 현재는 뮌헨 월드 스쿼드를 이끌고 있다.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는 일을 계속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내가 계속 유소년 지도만 했던 것은 아니다. 페예노르트 아카데미에서 일한 뒤 프로팀 코치도 경험했다. 레인저스에서도 지도자 생활을 했다. 월드 스쿼드는 클라우스 아우겐탈러가 약 2년간 맡았고, 이후 내가 ‘이 프로젝트를 꼭 맡아보고 싶다’는 뜻을 전하면서 맡게 됐다. 어린 선수들과 교감하고 그들이 발전하는 과정을 돕는 데서 큰 흥미와 즐거움을 느낀다. 4년간 월드 스쿼드를 맡으면서 매년 한국 선수들과도 함께했다. 언어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도 있지만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정말 재밌다.
Q. 현대 축구에서는 공격수가 골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팀에 기여해야 한다. 해리 케인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공격수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공격수는 골을 넣어야 하는 포지션이다. 가장 중요한 능력은 여전히 골 결정력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골을 넣기 위해서는 감독이 원하는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고 수행해야 한다. 팀이 공격수에게 요구하는 움직임이나 역할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 역할을 해내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갖춰야 한다. 그것이 더 좋은 공격수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게 있다. 자신의 몸을 잘 관리해야 한다. 내가 선수로 뛰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 선수들은 휴식과 회복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훨씬 줄었다. 네이션스리그를 비롯해 출전해야 할 경기가 정말 많다. 좋은 공격수가 되려면 몸을 항상 좋은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골을 넣어야 한다.
Q. 선수와 지도자로서 많은 한국 선수를 직·간접적으로 접했다. 한국 선수들에게 어떤 인상을 받았나.
월드 스쿼드를 지도하면서 느낀 건 한국 선수들의 기본기가 아주 탄탄하다는 점이다. 기술 수준이 높은 선수가 많아 상당히 인상 깊었다. 그 중 하나가 허재원이다. 올해 월드 스쿼드에 참가했던 대전하나시티즌의 박병찬도 아주 좋은 자질을 갖춘 선수라고 생각한다. 선수 시절에는 이천수와 함께 뛰었다. 많은 경기에 함께 하진 못했지만 굉장히 인상적인 선수였다. 네덜란드에서는 거스 히딩크 감독을 통해 한국 축구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 이후 이영표와 박지성 등이 네덜란드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고,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까지 진출했다. 한국 선수들에게는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갈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Q. 허재원이 처음 월드 스쿼드에 선발됐을 때 어떤 점을 눈여겨봤나.
처음에는 골키퍼 세 명이 선발돼 있었다. 그런데 그중 한 명이 불가피하게 참가하지 못하게 되면서 새로운 선수를 찾아야 했다. 당시 뮌헨 한국 사무소를 통해 허재원을 추천받았고 영상과 관련 자료를 전달받았다. 영상을 보고 좋은 선수라고 판단해 월드 스쿼드에 합류시켰다. 허재원이 훈련과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이 정말 좋았다. 특히 뮌헨 U-19와 치른 마지막 경기에서 아주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원래는 그 경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계획을 급하게 바꿨다. 비행기표까지 취소하고 뮌헨에 2주 정도 더 머물며 훈련했다. 허재원은 그 기간에도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뮌헨이 허재원과 임대 계약을 체결한 이유다.
Q. 월드 스쿼드를 거쳐 프로에 데뷔한 선수가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월드 스쿼드를 통해 약 20명의 선수가 프로 데뷔에 성공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브라질 출신 마이콘 카르도소다. 월드 스쿼드 출신으로 뮌헨에서 프로 데뷔까지 한 첫 번째 사례이기도 하다. 월드 스쿼드에 참가했던 모경빈도 수원 삼성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월드 스쿼드는 젊은 재능을 발굴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다. 가장 이상적인 건 월드 스쿼드 출신 선수가 뮌헨에서 데뷔하는 것이다. 하지만 뮌헨 1군의 문턱은 굉장히 높다. 그 결과 월드 스쿼드를 경험한 선수들은 오스트리아,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다. 모경빈이 프로 데뷔전에서 퇴장당한 것까지 확인했다. 아쉬운 일이지만 그것 역시 성장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월드 스쿼드가 어린 선수들의 성장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Q. 선수 시절 네덜란드 대표팀에는 판 호이동크, 판 니스텔로이, 클루이베르트 등 세계적인 스트라이커가 즐비했다. 지금은 네덜란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전통적인 ‘9번 공격수’가 줄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굉장히 공감한다. 네덜란드에서도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내가 뛰던 시절에는 훌륭한 공격수가 많았다. 문제는 대표팀에선 딱 한 명만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지금은 전통적인 9번 공격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미로슬라프 클로제와 같은 공격수가 다시 나오지 않는 이유를 두고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교육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유형의 선수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이 굉장히 중요하다. 다만 세계를 보면,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를 비롯해 전통적인 9번 공격수는 여전히 존재한다. 지금도 9번 역할을 맡으면서 성장하고 있는 어린 선수가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에서도 그런 공격수를 계속 육성하고 있다. 새로운 9번 공격수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Q. 월드 스쿼드에선 선수의 경기력뿐 아니라 인성이나 사회적인 성장을 위해 어떤 부분을 중시하고 있나.
월드 스쿼드 기간은 4주로 굉장히 짧다. 기본적으로 선수들에게 좋은 경기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구조 자체에도 큰 의미가 있다. 16개국에서 온 23명의 선수가 4주 동안 함께 생활한다. 선수들이 향후 프로에 진출하고 해외 무대에 나갔을 때 낯선 환경에서 다른 국적의 선수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생활해야 하는지를 미리 경험할 수 있다.
우린 숙소를 배정할 때도 한국 선수들끼리만 한 방을 사용하도록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국 선수와 브라질 선수가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한다. 언어가 완벽하게 통하지 않는 환경에서 어떻게 상대를 배려하고 소통할 것인지, 어떻게 갈등 없이 4주 동안 한 팀으로 생활할 것인지를 배운다. 축구적인 성과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선수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성장해 온 환경은 모두 다르다. 박병찬은 대전에서 뛰고 있고, 허재원은 제주에서 뛰었다. 구본서처럼 또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선수도 있다. 다른 수준과 환경에 있던 선수들이 한 팀으로 모인다. 그 선수들이 어떻게 조화롭게 생활하고, 그 신뢰를 경기장 안까지 이어갈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뮌헨 U-19와의 경기에서는 패했지만 굉장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런 모습에 아주 만족했다.
한국에서 월드 스쿼드를 진행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오산고등학교와 경기를 앞두고 박병찬을 통해 상대 팀에 유소년 대표 선수가 많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상대가 누구냐가 아니었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온 선수들이 ‘어떻게 소통하고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지느냐’였다. 단순히 축구적인 성과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선수들이 하나의 팀이 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어린 선수들을 지도할 때 자율성과 규율 가운데 어느 쪽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나.
자율성과 규율 가운데 하나만 선택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나라 문화와 잘 맞는 지도 방식이 중요하다. 네덜란드에서는 선수들에게 비교적 많은 자유를 준다. 단, 전제돼야 할 게 있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소년 선수들에게 꼭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 인내심이다. 요즘에는 18세나 19세가 됐는데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곧바로 다른 팀으로 옮기려는 선수가 많다.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한 이적이 무조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나친 조급함은 선수의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다. 조금 더 인내하면서 자신의 성장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자말 무시알라나 맨체스터 시티의 필 포든 같은 선수도 오랜 시간 한 팀에 머물며 자신의 성장을 위해 인내하고 노력했다. 그런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요즘 어린 선수들에게는 특히 인내심이 중요하다.
[서귀포=이근승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