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선수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부터 명확해야 한다.”
최근 감독으로 부임한 염경엽 SK와이번스 감독과 이강철 kt위즈 감독의 공통점은 취임과 동시에 ‘역할’과 ‘시스템’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최근 야구의 흐름은 시스템으로 대변할 수 있다. 현장 지도자의 직관적인 판단도 중요하지만, 각 팀 고유의 컬러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다. 선수를 키우는 육성 시스템이라던지, 주요 선수가 부상을 당하거나 외국인 선수가 부진할 경우 등 대처해야 할 플랜 B를 갖추는 등 상황별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는 것들을 가리킨다.
SK 와이번스 제6대 힐만 감독 이임 및 제7대 염경엽 감독 취임식이 15일 오후 인천 문학경기장 그랜드 오스티엄에서 열렸다. 제7대 SK 감독으로 취임한 염경엽 감독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과거에는 감독이 누구냐에 따라 팀 색깔이 좌지우지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 감독이 누군지가 팀 운영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최근 들어 이런 흐름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NC다이노스의 경우에도 올 시즌 중반 물러난 김경문 감독의 후임으로 무명의 이동욱 수비코치를 선임했다. 이 감독은 데이터와 팀워크의 중요성을 팀 운영의 모토로 삼았다. 이 역시 시스템에 기반한 야구라고 볼 수 있다.
염경엽 감독과 이강철 감독의 공통점은 같은 광주일고 출신이라는 점도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넥센 히어로즈에서 감독과 수석코치로 함께 일을 했다는 점이다. 2013시즌을 앞두고 넥센 감독에 선임된 염 감독은 KIA투수코치였던 고교 선배 이강철 감독을 수석코치로 영입해 2016시즌까지 함께 현장에서 호흡을 맞췄다. 당시 염 감독이 강조했던 게 선수들의 역할 부여였다. 이는 히어로즈가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단단한 팀이 되는 데 바탕이 됐다. 히어로즈는 올 시즌에도 젊은 선수들의 활약을 앞세워 포스트시즌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2년 동안 SK 단장을 거쳐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 염 감독은 다시 한 번 선수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감독 취임식에서 “선수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고 시즌 준비를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많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kt 위즈 새로운 사령탑 이강철 감독 취임식 및 기자회견이 18일 오전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렸다. 이강철 kt 신임감독이 취임식에서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이강철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취임사에서 밝힌 3가지 키워드 중 하나로 시스템을 들었다. 주먹구구식이 아닌 체계적인 시스템 도입을 강조한 것이다. 또 선수들의 역할 부여에도 공을 들이겠다고 했다. 이 감독은 “포지션 재배치 등, 마무리 캠프에서 선수들을 보고 결정해야겠지만,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아야 안다”고 말했다.
최근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우승 두 차례, 준우승 두 차례를 차지한 두산 베어스의 경우도 이러한 시스템이 잘 갖춰진 팀으로 꼽힌다. 화수분 야구로 불리는 육성 시스템부터, 촘촘한 내외야 수비로 대표되는 팀 컬러까지, 그리고 결정적인 한 방을 갖춘 야구 등 두산을 나타내는 색깔은 뚜렷하다.
물론 선수들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선수들의 빠른 이해가 필수적이다. 시스템은 하루 아침에 갖춰질 수 없다. 결국 시간이 관건이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SK와 하위권을 전전한 kt의 상황이 분명 다르긴 하지만, 어떠한 시스템을 갖춰 나가고, 어떤 색깔을 띄는지는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