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선발이 다른 팀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던 영웅군단이다. 2018년 가을야구에서도 에이스에 걸맞은 투구를 펼친 투수는 ‘+1 카드’ 신인 안우진이었다.
키움의 2019년 가을야구는 다르다. 1선발부터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첫 경기를 잡으며 흐름을 유리하게 끌고 있다. 뒷심을 발휘할 수 있도록 팽팽한 0의 균형을 만든 건 제이크 브리검(31)의 호투였다.
키움은 틀을 깬 ‘전원 승리조’ 불펜 운용으로 상승세를 탔다. 선발진은 일찍 강판했다. 에릭 요키시, 최원태, 이승호는 5이닝 이상 던진 적이 없다.
5이닝 이상 던진 키움 선발투수는 딱 1명, 브리검이었다. 게다가 그는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평균자책점 0.00). 총 12이닝 동안 피안타는 불과 5개(5볼넷 1사구 9탈삼진)였다.
입이 벌어질 정도로 엄청난 투구였다. 6일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는 6회까지 노히트(1볼넷)였다. 14일 SK 와이번스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는 2루 진루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업그레이드다. 2018년 브리검은 포스트시즌 4경기(와일드카드 결정전 1경기·준플레이오프 1경기·플레이오프 2경기)에 나가 평균자책점 5.56(22⅔이닝 16실점 14자책)을 기록했다. 특히 플레이오프에서는 와르르 무너지기도 했다.
2019년 브리검은 180도 달라졌다. 에이스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정규시즌과 준비과정에 큰 차이는 없다. 공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던졌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몸 상태가 최상이다. 원하는 대로 공을 던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야수들의 수비 집중력이 좋았다. 포수 이지영의 리드도 최고였다”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기술적으로 달라진 점도 있다. 바로 체인지업이다. 브리검은 ‘새 무기’ 비중을 늘렸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체인지업을 17개 던졌다. 투심(27개), 포심(22개) 다음으로 많았다.
브리검은 “사실 난 체인지업이 좋은 투수가 아니었다. 시즌 중반부터 (새 구종을) 생각하고 (체인지업을) 다양한 그립으로 연습했다. 실전에서 썼더니 타자의 헛스윙 유도가 잘 됐다. 생각 이상으로 무브먼트도 좋아 자신감도 얻었다. 이젠 내 주무기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LG, SK가 브리검을 공략하지 못한 이유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브리검을 상대할 두산 베어스의 고민이기도 하다.
브리검은 “내게 옵션(구종)이 많아졌다. 상대팀도 전력 분석을 할 때 내 체인지업을 빼놓기 어려워졌다. 좀 더 까다로운 투수가 됐다”라며 만족했다.
브리검의 견제사도 화제다. 포스트시즌 2경기 연속 빠른 견제로 1루 주자를 잡았다. 안타를 맞은 직후였다. 상대 흐름을 끊는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결과적으로 그 견제사가 없었다면 실점할 수 있었다.
브리검은 “포스트시즌이어서 상대팀 주자가 (정규시즌보다) 더 적극적으로 베이스러닝을 하려고 한다. 이를 인지하고 집중해서 잡으려고 했다. 사실 우투수에게 견제사는 운도 따라줘야 한다”라고 전했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브리검의 견제를 지켜볼 때마다 ‘노심초사’다. 장 감독은 “브리검이 정확하게 견제하면 아웃이다. 그런데 1루수가 포구하기 어려운 코스여서 악송구가 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브리검음 장 감독의 발언과 관련해 “나도 아웃시키고 싶어 좀 더 적극적인 편이다. 공도 빠르게 던진다. 그래도 우투수로서 견제 동작에 자부심이 있다”라고 말했다.
2017년부터 영웅군단에서 활동 중인 브리검은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통산 34승)를 거뒀다. 가을야구 승리투수 경험은 없다. 포스트시즌 6경기째 무승이다. 올해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호투를 펼치고도 1점도 지원을 받지 못했다.
브리검에게 중요한 건 승리투수가 아니라 승리팀이다. 그는 “난 포스트시즌 무승 투수다. 그렇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정상에 오르는 건 개인이 아니라 팀이다. 팀이 우승하면 (개인 성적에 상관없이) 모든 선수가 우승 반지를 낀다. 그것이 중요한 부분이다. 내 머릿속은 오직 한국시리즈 우승뿐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