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이 돕네” 박건우 일으킨 동료들의 믿음 [KS]

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박건우(29·두산)는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이틀 연속 ‘미라클 두산’의 극적인 승리에 이바지했다. “울지 않았다”고 했으나 울컥한 그의 두 눈은 충혈됐다.

박건우는 22일 키움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실책으로 출루해 결승 득점을 올리더니 하루 뒤 2차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때렸다. 한 팀이 한국시리즈 2경기 연속 끝내기 안타를 친 건 사상 처음이다. 1차전에는 오재일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반전이었다. 두산은 패색이 짙었다. 8회초까지 2-5로 끌려갔다. 키움 불펜 공략에 애를 먹었다.
박건우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쳐 두산의 6-5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서울 잠실)=김영구 기자
박건우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쳐 두산의 6-5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서울 잠실)=김영구 기자
하지만 8회말 1사 후 박건우의 안타가 터지면서 활로를 열었다. 9번째 타석 만에 때린 안타였다. 그리고 박건우는 정수빈의 볼넷과 김혜성의 실책으로 홈까지 파고들었다. 3-5로 1점을 만회했다.

박건우는 “그래도 시리즈 첫 안타가 지난해보다 빨리 터진 것 같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병살타(23개)가 많아 공을 띄워 치려고 했다. 밸런스가 나쁘지 않은데 정타로 맞혀도 아웃되더라”며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사실 나 혼자 욕먹는 건 괜찮다. 그런데 나 때문에 감독님, 코치님까지 안 좋은 소리를 들으시니 너무 죄송했다. 그리고 힘들었다”라며 “감독님께서 ‘넌 할 수 있다’라고 독려해주셨는데 죄송했다. 그래도 그 말씀이 큰 힘이 됐다”라고 말했다.

박건우는 3시간 52분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5-5의 9회말 1사 2루에서 한현희의 슬라이더를 공략했다.

그는 “사실 ‘내게 이런 상황이 오는구나’라는 생각에 부담감이 컸다. 그렇지만 내가 못 쳐도 연장전이었다. 선수들을 믿고 임했더니 마음이 편해졌다”라고 결승타 상황을 떠올렸다.

2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박건우는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나도 답답한데 동료들은 얼마나 더 답답했겠는가. 내가 못해도 응원해줬다. 표현하지 못했는데 마음속으로 정말 고마웠다”라고 이야기했다.

박건우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쳐 두산의 6-5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은 끝내기 안타 후 기뻐하는 박건우.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박건우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쳐 두산의 6-5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은 끝내기 안타 후 기뻐하는 박건우.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그러면서 그는 “내가 2승에 이바지한 부분은 없다. (오)재원이 형이 내게 ‘이번 시리즈에선 하늘과 땅이 너를 돕는 것 같다. 그러니까 (네 타석마다) 실책이 나오지 않냐’라고 힘을 줬다. 동료들의 믿음에 보답한 것 같다. 내가 잘한 게 아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을 줬다”라고 힘줘 말했다. 두산은 2승을 거두며 유리한 고지를 밟았다. 2승만 추가하면 3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

박건우는 “아직 우승한 것도 아니다. 눈물을 보이기 싫었다”라며 “지난해부터 내가 너무 못했다. 나 때문에 (한국시리즈) 우승도 놓쳤다. 그 순간들이 스쳐지나가더라”며 “만회하려면 아직도 멀었다. 한 경기로 부진을 씻어냈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 앞으로도 큰 경기에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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