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구자욱(28)의 1군 데뷔 시즌은 화려했다.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15년 당시 류중일(60)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주전 1루수로 자리 잡은 뒤 타율 0.349 11홈런 57타점 17도루를 기록했다.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왕의 영예를 안았고 팀은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으로 승승장구했다. 구자욱은 KBO 역사에 길이 남을 삼성의 통합 5연패의 주축으로서 생애 첫 우승반지를 끼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삼성의 2015 한국시리즈는 새드 엔딩으로 끝났다. 주축 투수들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삼성은 1차전 승리 후 두산 베어스에 2~5차전을 내리 패하면서 준우승에 머물렀다.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구자욱이 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3회초 2타점 3루타를 기록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서울 고척)=김재현 기자
삼성은 이후 지난 5년간 9-9-6-8-8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으며 포스트시즌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가을야구는 숙원이 됐다. 길고 길었던 삼성의 암흑기는 이제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삼성은 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9-3 완승과 함께 단독 2위로 올라섰다. 최소 3위 확보가 유력해진 가운데 1위 kt 위즈를 3경기 차로 쫓으며 정규리그 우승을 향한 희망의 불씨를 살려냈다. 구자욱은 이날 홀로 4타점을 책임지며 중심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구자욱은 경기 후 "현재 타격감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나도 사람인지라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든 상태"라면서도 "팀이 순위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더 힘을 내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구자욱은 올 시즌 현재 타율 0.308 20홈런 81타점 27도루로 리그 전체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외야수다. 데뷔 첫 20홈런-20도루를 기록하는 등 개인 성적도 커리어하이다.
하지만 구자욱은 개인 성적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20-20 역시 "많은 선수들이 달성했던 기록이라 큰 의미는 두지 않고 있다. 30-30을 하면 기쁠 것 같기는 하다"고 웃은 뒤 "홈런 2개만 더 추가하면 개인 최다 기록을 넘어서지만 욕심은 없다. 오직 팀 승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자욱은 삼성의 순위 경쟁 상황에만 집중하고 있다. 1위 kt부터 3위 LG까지 매주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반드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는다. 구자욱은 "매일매일 순위표가 어떻게 되는지 챙겨보고 있다. 우리가 크게 이기고 있으면 다른 구장 진행 상황을 물어보기도 한다"며 "1위를 향한 동기부여는 kt와 경기 차가 좁혀져서가 아니라 지난 5년간 충분히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나는 (김) 상수 형, (박) 해민이 형처럼 왕조 시절 우승의 짜릿한 순간을 맛보지 못했다"며 "다만 2등으로 끝나는 게 너무 힘든 거라는 건 안다.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던 장면은 생생하다. 올해는 꼭 감격의 순간을 우리 팀 모두에게 안겨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우리가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