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에 의한, 오타니를 위한 [시즌 결산- LA에인절스]

"솔직히 MVP는 블래디(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의 애칭)가 받았으면 한다."

시즌 도중 취재 현장에서 만난 한 일본인 기자는 이같이 말했다. "팬들이 이 말을 들으면 나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며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한 이 기자는 "블래디는 오타니와 달리 시즌 막판 순위 경쟁을 하며 의미 있는 경기를 치렀다"며 이같이 생각한 이유를 전했다.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타니는 이미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받으며 선수들이 인정한 최고의 선수에 올랐다. 기자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오타니의 2021시즌은 분명 훌륭했다. 그러나 그의 소속팀은? 에인절스의 2021시즌은 온전히 오타니의 '투타 겸업'을 위해 이용된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오타니의 2021시즌은 대단했다. 그러나 팀은 그러지 못했다. 사진= MK스포츠 DB
시즌 훑어보기 77승 85패 아메리칸리그 서부 4위, 723득점 804실점

WAR TOP5(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오타니 쇼헤이 9.0

재러드 월쉬 2.9

라이젤 이글레시아스 2.8

패트릭 산도발 2.2

데이빗 플레처 1.9


좋았던 일 마침내 오타니의 '투타 겸업'이 만개했다. 그가 처음 메이저리그에 왔을 때 모두가 생각했던 판타지가 드디어 실현된 것. 과거 투수로 등판하는 날에는 타자를 쉬었다면, 올해는 투수로 나오는 날에도 타자로 뛰었다. 첫 선발 등판부터 타석에서 홈런을 때리며 리그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지난 7월 올스타 투표에서는 팬투표에서 아메리칸리그 선발 지명타자로 뽑혔고 선수단 투표에서 투수로 뽑혔다. 팬, 선수 모두에게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그 결과 선발 투수 겸 선발 지명타자 출전이라는 역사를 만들었다.

오타니에 묻힌 감이 있지만, 함께 올스타에 나간 재러드 월쉬의 성장도 긍정적이었다. 이번 시즌 144경기 타율 0.277 출루율 0.340 장타율 0.509 기록하며 팀의 주전 1루수로 자리잡았다. 덕분에 에인절스는 미련없이 알버트 푸홀스와 결별할 수 있었다. 마운드에서는 호세 수아레즈(23) 패트릭 산도발(24) 등 젊은 투수들이 가능성을 보여줬다. 불펜에서는 스티브 시섹, 마이크 마이어스, 라이젤 이글레시아스가 잘해줬다.



에인절스는 마이크 트라웃을 비롯한 주축 타자들이 대거 부상으로 이탈했다. 사진= MK스포츠 DB
나빴던 일 오타니는 투타 모두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의 투타 겸업은 선수 개인과 리그 전체의 흥행을 위해서는 좋은 일이었지만, 팀의 입장에서 꼭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투수 등판일에 타자로 나서는 것이 좋은 선택이었는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가 투수로 나온 20경기 타율은 0.214, OPS 0.787로 지명타자로 출전(0.258/0.981)할 때와 비교해 차이가 크게났다. 지명타자를 특정 타자에게 독점하게 하는 것도 현대 야구 트렌드와는 맞지 않는 일이다.

'선발 투수' 오타니는 분명 잘했지만, 그를 제외하면 100이닝을 넘긴 투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알렉스 콥은 8승 3패 평균자책점 3.76으로 잘했으나 부상으로 등판 경기가 18경기에 그쳤고, 딜런 번디, 앤드류 히니, 호세 퀸타나는 실망스러웠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마이크 트라웃, 저스틴 업튼, 앤소니 렌돈이 모두 부상으로 장기간 이탈했고, 그 공백을 메울만한 선수층이 부족했다. 6월 한 때 잠깐 지구 3위로 올라섰지만, 6월 21일 4위로 떨어진 이후 줄곧 이 자리를 맴돌았다.



앞으로 할 일 FA: 덱스터 파울러, 알렉스 콥, 딜런 번디, 커트 스즈키, 스티브 시섹, 후안 라가레스, A.J. 라모스, 라이젤 이글레시아스

연봉조정: 주니어 게라, 필 고셀린, 맥스 스타시, 마이크 마이어스, 프랭클린 바레토
팀내 최고 선수가 "이기고 싶다"는 말을 했다. 구단도 이 소리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시즌은 1년 계약 선수들로 빈자리를 채우려고했다. 이런식의 'FA로이드'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은 이런 '땜질 투자'로는 이기는 팀을 만들 수 없다. 연봉 1000만 달러가 넘는 고액 연봉 선수중 파울러와 콥이 떠난다. 연봉 조정 대상 선수들은 대부분 저연봉 선수들이다. 그만큼 투자할 여유가 생긴다는 뜻이다. 물론 에인절스는 돈이 문제인 팀은 아니다.

[알링턴(미국) =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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