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는 최고를 알아본다. 김광현 vs 이정후

“(이) 정후는 좋은 타자다.” vs “김광현 선배 상대하게 돼 영광.”

역시, 최고는 최고를 알아봤다. SSG 랜더스의 에이스 김광현(34)과 키움 히어로즈 타선의 중심 이정후(24)는 열 살 터울을 넘어 한국 야구의 대들보와 같은 선수들이다.

각 세대별로 그 시기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있다면 김광현과 이정후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그런 두 사람은 동시에 현역으로서 같은 시대에 맞붙고 있는 투수와 타자이기도 하다.

사진=MK스포츠 DB
두 사람의 KBO리그 상대 인연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정후가 프로 데뷔한 2017년 김광현은 팔꿈치 부상으로 그해를 통째로 쉬었다. 그리고 김광현이 2018시즌 복귀해 4월 27일 SK(SSG의 전신)와 넥센(키움의 전신)의 고척 정규시즌 경기에서 선발 등판하고, 이정후가 1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하면서 리그 첫 맞대결을 가졌다. 당시 김광현과 이정후의 상대 첫 타석 결과는 삼진이었다. 그리고 삼진으로 돌아선 이정후는 3회에도 1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여기까지는 김광현의 완승. 하지만 이정후가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김광현을 상대로 좌측 방면의 안타를 뽑아내면서 첫 경기 상대 전적은 3타수 1안타가 됐다.



이후 김광현이 2020년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에 진출하기 전까지 2018, 2019년 두 사람은 수 차례 맞붙었다.

결과는 이정후의 완승. 이정후는 김광현을 상대로 19타수 10안타 타율 0.526의 맹타를 휘둘렀다. 상대 출루율이 무려 0.526이었고 장타율도 0.632에 달했다. 2년간은 대표적인 김광현 천적으로 이정후의 우위였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김광현이 올 시즌 SSG로 복귀하고 난 이후 21일 인천에서 양 팀이 경기를 치르면서 드디어 다시 맞붙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김광현이 이정후를 3타수 무안타로 꽁꽁 틀어 막았다. 또 6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팀 4-2 승리를 이끌고 승리투수가 된 김광현이 최종 승자가 됐다.

하지만 경기 종료 후에도 김광현은 이정후에게 선수로서의 존중을 드러냈다.

이날 이정후를 상대한 소감을 묻자 김광현은 “(멋쩍게 웃으며) 정후는 좋은 타자인데, 오늘은 앞에서 빠른 볼을 쳤다”라며 “그래서 ‘변화구 위주로 승부하겠다’고 머릿속에서 생각했다. 슬라이더가 잘 먹혔던 것 같다”며 이날 게임 전략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광현은 “(상대 타율이)그래도 아직 4할대(0.455)로 알고 있다”라며 손사래를 친 이후 “(이)정후가 나올 때는 조금 더 집중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김광현은 자신보다 열 살 어린 이정후를 타자로서 완벽하게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며 겸손한 태도로 상대한 소감을 전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이정후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침 김광현의 계보를 이을 차세대 좌완이라는 평가를 받는 KIA 이의리를 23일 상대한 이정후는 “(오늘) 이의리 선수도 좋은 공을 던졌지만 이틀 전에 김광현 선배가 던진 공이 워낙 좋아서 뭔가 예방 차원이 됐다고 할까. (이)의리 선수의 공이 워낙 잘 보였던 것 같다. 정말 두 분은 좋은 투수”라며 김광현을 언급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김광현을 다시 상대한 소감은 어땠을까. 이정후는 “(김광현 선배는) 메이저리그 가기 전에도 좋았고 21일에도 좋았다”라며 “미국 가시기 전엔 운이 좋았겠지만, 그 전엔 진짜 어떻게 쳤는지 모르겠다”며 김광현에 대한 찬가를 쏟아냈다.

재대결한 김광현은 비록 상대선수였지만 존경하는 마음을 품게 할 정도였다고. 이정후는 “김광현 선배가 실투를 하나도 안 던지더라. 전부 스트라이크존 코너 끝 모서리로만 공이 왔다”면서 “슬라이더는 더 좋아진 것 같다. 선배님 볼을 상대하게 돼서 영광이었다”며 거듭 김광현을 극찬했다.

김광현의 구위가 여전하다는 게 현재 KBO리그 최고 타자 중 한 명인 이정후의 견해다. 이정후는 “지금도 너무 좋다. 선배님이 스프링 캠프도 제대로 치르시지 않았음에도 정말 좋은 공을 던지더라”면서 “다음에는 더 준비를 잘해서 더 좋은 타격을 해야 할 것 같다”며 다음 맞상대에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김광현이 현역에서 은퇴하기 전까지, 이정후가 혹여나 해외 진출을 결정하기 전까지 두 사람은 계속 리그에서 맞붙을 선수들이다. 한 명의 야구팬의 입장에서 서로를 인정하는 ‘최고’와 ‘최고’가 보여줄 승부에 가슴이 떨린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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