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생각보다 우승 후보 지명이 많이 안 나오긴 했더라. ‘우리가 다섯 단계를 올라갈 수 있느냐’인데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한다. 하나의 도전이 될 것 같다. 그래도 재밌을 것 같다.”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에게 올해는 여러모로 도전의 해다. 한 시즌을 건너뛰고 2022-23 V리그로 복귀한 시즌. 동시에 여자배구는 처음인 권순찬 흥국생명 감독과 호흡을 맞춰 선수단을 이끌 리더이자 에이스 역시 김연경이다.
팀 전력은 지난해 6위에서 ‘김연경’의 이름 세 글자를 지우면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거기다 지난 시즌 주전 세터였던 박혜진도 무릎 수술을 받으면서 시즌 아웃이 된 상황. 그러나 김연경의 이름을 다시 써넣으면 상황은 흥국생명의 무게감은 놀랍도록 달라진다. 짧은 지난 시간 동안 소속팀과 대표팀 모두 배구여제의 부재를 깊게 실감하게 했던 바로 그 김연경이기 때문이다.
배구여제 김연경이 복귀 시즌, 지난해 6위였던 흥국생명을 1위로 끌어올리는 도전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동시에 김연경은 이 도전을 기꺼이 즐기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사진=천정환 기자
그래선지 도드람 2022-23 V-리그 개막에 앞서 19일 열린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도 복수의 감독들은 현대건설과 김연경이 속한 흥국생명을 우승후보로 꼽았다. 권순찬 흥국생명 감독도 마찬가지로 자신감을 내비쳤다. 권순찬 감독은 “다른 팀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가 가장 궁금한 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선수들도 준비를 많이 했다. 경기장에서 보시면 우리 팀이 어떤 팀이란 걸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지난 시즌과 비교해 달라진 흥국생명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미디어데이 종료 후 만난 김연경의 표정에도 부담감이나 초조함은 전혀 읽을 수 없었다. 신중함 속에서 여유와 함께 자신감이 한껏 흘렀다.
김연경은 “그냥 뭔가 좋다. 잘 준비한 것 같다. 나도 나지만 어쨌든 팀 쪽으로 준비를 잘 한 시즌인 것 같아서 기대도 많이 된다”면서 “선수들이 어떻게 훈련했는지를 다 아니까 어쨌든 우리가 준비한 거를 좀 잘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몇 번이나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단순히 복귀 시즌이라서가 아니다. 그 어느 해보다 많은 땀을 쏟았다. 상당한 공백이 있었던 기간, 긴 개인훈련과 집중도 높았던 팀 훈련을 통해 김연경과 흥국생명 모두 담금질을 거쳤다.
일각에서의 실전감각 저하 우려에 대해서도 김연경은 “생각보다는 안 되더라. KOVO컵에서 많은 관중들 앞에서 경기를 하다보니 그런건 없다”면서 “또 최근에 연습경기를 너무 많이 했다. ‘이렇게까지 연습경기를 시즌 전에 많이 한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많은 경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연경은 “실전 감각엔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팬들이 같이 들어와서 호흡할 때, 그럴 때 오히려 에너지가 더 올라가서 더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팬들로 꽉찬 V-리그 경기를 반겼다. 매년 국내외 리그 경기를 빼곡하게 소화하고 대표팀에 소집돼 강행군을 한 채 새 시즌을 맞이하는 생활을 오랜 기간 해왔던 김연경이다. 하지만 올해는 중국리그의 종기종료와 대표팀 은퇴로 모처럼 긴 휴식기를 거쳤다. 그 기간도 미국 전지훈련과 휴식, 7월 이른 팀 훈련 합류로 알차게 보냈다.
김연경은 “항상 대표팀에서 피곤한 상황에서 리그를 시작했다고 하면 이번엔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내가 준비할 수 있는 것을 했다. 그런 면에서 참 좋은 비시즌이 됐던 것 같다. 한 번 해봐야하지 않겠나. 준비는 됐다”며 흘렸던 땀방울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흥국생명이 초반 보여줄 돌풍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김연경은 “우리가 또 몰아칠 정도의 그런 (전력) 게 아니어서 올 시즌 36경기에서 한 20승 정도를 거뒀으면 좋겠다. (봄배구에선)또 모르는 거니까. 일단 목표는 그 정도”라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지난해 3위였던 GS 칼텍스가 20승을 올렸다. 흥국생명은 10승과 6위에 그쳤는데 최소한 10승을 더 추가하고, 3위 이상의 성적을 올리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하지만 배구여제의 눈과 목표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김연경은 “우승후보라고 하지만, 그런데 생각보다 우승 후보 지명이 많이 안 나오긴 했더라”면서 예전과 비교해 낯선 분위기에서 받은 생경함을 전한 이후 “그래도 어쨌든 우리는 말보다는 플레이를 보여드리고 싶기는 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배구여제는 현실적인 목표를 20승으로 밝혔지만 더 높은 순위로 향하는 챌린지에 대한 각오도 드러냈다. 사진=천정환 기자
물론 쉽지 않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안다. 김연경은 “지난해 6위인데, 사실 올라가려면 다섯 단계를 올라가야 한다. 그래서 사실 말은 ‘우승’이라고 하는데, 진짜 따져봤을 때 그럼 ‘우리가 다섯 단계를 올라갈 수 있느냐’인데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한다”며 현실적인 시즌 예상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김연경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이만큼 노력을 했으니까 그걸 보여줄 수 있느냐가 진짜 챌린지가 될 것 같다. 도전이...하나의 도전이 될 것 같다”면서 “그래서 마냥 우승보다는, ‘한 명 들어왔으니까 올라간다?’ 이건 사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하지만 어쨌든 우리가 ‘얼마나 올라갈 수 있느냐’와 ‘얼마나 보여줄 수 있는냐’가 도전인 것 같다. 그래도 재밌는 시즌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김연경의 말대로 1명의 선수 복귀로 하위권이었던 팀이 단숨에 우승 전력이 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김연경은 흥국생명이 준비한 배구를 보여주면서 치고 올라갈 수 있다면 충분히 저력 있는 시즌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그 최종 목표에 우승이 있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국내 복귀, 수많은 팬들의 함성이 그리웠다. 김연경은 “팬들의 성원이 기대가 많이 된다. 인천 삼산체육관 홈경기장에서 경기하는 것도 너무 기대된다. 또 이제 전국을 돌 텐데 (새롭게) 광주까지 많이 가게 되는데 가는 곳마다 팬들이 응원해주실 것 같다”면서 “그 기운에 힘을 받아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얼마나 많은 팬들이 오실 지 기대된다”며 인터뷰 내내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팬들 역시 마찬가지다. 김연경이 돌아와 다시 달라질 한국 여자배구의 판도, 흥국생명의 재도약과 이를 저지하려는 타 팀들의 노력, 치열하게 전개될 여자배구의 시즌에 대해 팬들의 기대감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