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와 관련된 소문이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한 것은 정규 시즌이 끝난 직후부터였다.
꽤 구체적인 설들이 오갔다. 이미 계약이 끝났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원소속구단과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타 구단 이적설이 꼽히기도 했다.
KBO가 13일 2023년 FA 자격 선수 명단을 공시했다.
2023년 FA 자격 선수는 총 40명이다. FA 등급 별로는 A 등급 11명, B 등급 14명, C 등급 15명이다. 이 중 처음 FA 자격을 얻은 선수가 29명, 재자격 선수는 7명, 이미 FA 자격을 취득했지만 FA 승인 신청을 하지 않고 자격을 유지한 선수는 4명이다.
구단 별로는 NC가 8명으로 가장 많았다. SSG가 6명, LG, kt, 삼성이 5명, 두산 4명, KIA 3명, 키움 2명, 롯데, 한화가 각각 1명씩이다.
2023년 FA 자격 선수는 공시 후 2일 이내인 15까지 KBO에 FA 권리 행사의 승인을 신청해야 하며, KBO는 신청 마감 다음 날인 16일 FA 권리를 행사한 선수들을 FA 승인 선수로 공시할 예정이다.
FA 승인 선수는 공시 다음 날인 17일부터 모든 구단(해외 구단 포함)과 선수 계약을 위한 교섭이 가능하다.
이 보도자료의 핵심은 누가 FA 자격을 얻었냐이어야 한다. FA 취득 연한이 줄어들며 FA 선수들이 대거 시장에 풀리는 것에 관심이 모아져야 한다.
그런데 유독 눈길을 끄는 대목이 한 가지 있다.
“FA 승인 선수는 공시 다음 날인 17일부터 모든 구단(해외 구단 포함)과 선수 계약을 위한 교섭이 가능하다”는 문장이 그것이다.
분명 FA 협상은 아직 시작돼선 안 된다. 공시 다음 날인 17일부터 구단과 선수의 협상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아무도 이 규정을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규약을 모두가 지키고 있다면 현재 FA 시장에 떠돌고 있는 소문들은 모두 거짓말이어야 한다. 절대 접촉해선 안 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 접촉했다면 템퍼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도 이 규약을 신경 쓰지도, 지키지도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오히려 규정을 지키는 쪽이 바보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문제의식은 갖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규약을 어겼다는 증거를 잡기 어려운 탓에 그냥 방치하고 있다.
규약은 KBO의 위상을 의미한다. 추상같은 규약의 집행은 KBO가 각 구단의 조정 단체로서 존재의 의미를 갖게 한다.
하지만 KBO의 규약은 휴지조각 취급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구도 지키려 하지 않고 지킬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번 FA 시장에도 대어급 선수들에 대한 사전 접촉 의혹이 매우 짙게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 누구도 지키지 않는 규약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1월17일부터 협상에 나서겠다는 팀이 있다면 그 팀만 바보같이 순진한 팀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차라리 규약을 없애 범죄자들을 양산하지 않는 것만도 못한 일이 되고 있다.
아무도 지키지 않는 약속은 약속으로서의 생명을 이미 다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