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이 일본 챔피언이다. 한국 야구 대표팀을 이기고 싶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오는 9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시작되는 본선 라운드를 앞두고 6일과 7일 이틀 연속 일본 프로야구(NPB) 팀과 평가전을 치른다. WBC 조직위가 승인한 공식 평가전 일정이다.
상대는 다름 아닌 지난해 퍼시픽리그와 재팬시리즈 통합 우승을 거둔 오릭스 버펄로스(6일)와 전통의 명문 구단인 한신 타이거즈(7일)다. 한국야구대표팀은 이들을 상대로 본선 경기에 준하는 컨디션으로 대회에 임해, 본선 무대에서의 경기 감각과 실전 경기 리듬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릭스의 홈구장으로 평가전 2경기가 열리게 될 오사카 교세라돔을 4일 미리 방문해봤다. WBC 본선 대회 B조 경기들이 모두 도쿄에서 치러지고, 평가전 형식의 경기가 아직 2~3일이 남은 만큼 아직 대회의 분위기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다만, WBC와 관련된 공식 굿즈를 비롯해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외부 천막, 동시에 조직위가 간이 쉘터로 활용할 장소 등이 교세라돔 인근에 줄지어 서 있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당일 교세라돔은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유명 모델과 연예인, 인플루언서들이 참여하는 패션쇼가 열리고 있었기 때문. 아직까지 고척스카이돔이 야구 경기를 치르는 비중이 높은 반면에, 미국은 야구 비시즌이나 경기가 열리지 않는 시기에 콘서트, 문화행사 등을 적극적으로 치러 수입을 내는 편이다. 이런 이유로 찾아온 봄의 향기를 느끼려는 ‘패션 피플’들이 유독 많았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도 눈길을 끄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교세라돔을 연고지로 사용하는 오릭스의 홈팀 유니폼을 입고 있는 일본 여성 야구팬 2명이었다.
MK스포츠 취재진을 만난 일본 야구팬들은 “한국 대표팀과 경기를 치르는 오릭스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면서 “개인 훈련을 마치고 들어가는 선수들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며 패션쇼가 열리는 와중에도 꿋꿋히 교세라돔을 찾은 이유를 전했다.
서로의 언어가 통하지 않았기에 인터뷰는 난항을 겪었다. ‘영어를 잘 못한다’고 수줍어하면서 본인들의 정체(?)를 밝히기를 꺼려했기에 더 대화를 이어가기 쉽지 않을 듯 보였다. 하지만 교세라돔 벽면에 새겨진 ‘일본 챔피언 버팔로스’를 주제로 올리자 마치 해동이 된 듯 인터뷰가 이어졌다.
야구팬들은 기자가 그 단어를 언급하자마자 “우리가 지난해 일본 챔피언이다”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실제로 만년 하위권 팀으로 분류되면서 비인기팀으로 설움을 받았던 오릭스는 지난해 스즈키 이치로가 활약했던 1996년(오릭스 블루웨이브) 이후 26년만에 일본 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바 있다.
이대호가 오릭스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던 2012-13년 당시만 해도 ‘최약체 팀’이었고, 오랜 기간 그런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랬기에 인근 지역에 위치한 전통의 구단 한신 타이거즈와 비교해 ‘실력’과 ‘인기’ 모두 떨어지는 팀으로 분류됐다.
그러다 최근 탄탄한 마운드를 기반으로 강팀의 반열에 올라선데 이어 우승까지 차지했기에 팬들의 ‘자부심’과 애정이 얼마나 클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오릭스 팬들은 “이틀 후에 교세라돔에서 열리는 한국팀과의 경기에서도 오릭스가 좋은 경기를 펼칠 것”이라며 “한국 대표팀을 이기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오릭스 팬들의 기대대로 일본 챔피언이 전력으로 우리 대표팀을 상대해준다면 오히려 반가운 일이다. 오릭스의 에이스이자 일본 프로야구 대표팀의 특급 투수인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빠지더라도, 우승을 거둔 탄탄한 마운드가 전력으로 대표팀을 상대한다면 그만큼 타자들의 감각도 더 빨리 올라올 수 있다. 대회를 앞둔 일종의 예방주사인 셈이다.
오릭스 팬들의 기대처럼, 그들 역시 한국 대표팀을 맞아 쉽게 물러나기 어렵다. 바로 ‘일본 챔피언’이라는 자존심이 있기 때문이다.
짧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기자는 일본 현지의 오릭스 팬들에게 “서로에게 좋은 경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덕담을 나눴다. 한국야구대표팀에게도 오릭스전과 한신전이 좋은 실전 모의고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사카(일본)=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