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가 또 실패했다.
이번 대회 이강철 호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한국 야구의 부활’을 꿈꾸며 WBC 4강을 목표로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한 3연속 1라운드 탈락이었다. 반복되는 실패는 이젠 받아들여야 진실이 됐다.
호주는 13일 낮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조별리그 최종전 체코와의 경기서 알렉스 홀의 맹타와 투수들의 호투에 힘입어 8-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호주는 본선 1라운드 조별리그를 3승 1패로 마무리, 4승의 일본에 이어 B조 2위로 8강에 진출해 A조 1위 쿠바와 맞붙게 됐다.
반대로 1승 2패의 한국은 이날 저녁 7시 열리는 최종전 중국과의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됐다. 8강 티켓은 각 조별 1,2위까지만 주어진다. 한국이 중국을 꺾고 2승 2패가 되더라도 승자승에서 우위에 있는 체코에 앞선 B조 3위가 이번 대회 얻을 수 있는 마지막 유종의 미가 됐다.
이번 대회 1승 2패로 부진했던 한국의 마지막 기적은 결국 일어나지 않았다. 2013 제3회 WBC, 2017 제4회 WBC 대회에 이은 대회 3연속 1라운드 탈락의 참사다.
탈락의 결과 뿐만이 아니라 내용도 매우 나빴다.
가장 먼저 1차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했던 호주에게 투타 전력의 약세를 노출하며 7-8로 패했다. B조에 대회 최강 전력인 일본이 있었다는 점에서 8강 진출을 위해선 1경기 호주를 반드시 잡아야했는데 패하면서 모든 시나리오가 꼬였다.
사실상 여기서부터 탈락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가운데, 2차전 일본전은 ‘도쿄 참사’로 불릴만한 참패를 당했다. 2009년 이후 처음으로 WBC에서 만난 숙적 일본에는 4-13으로 간신히 콜드게임패를 면한 4-13, 9점 차 대패의 굴욕을 당했다.
지난 2009년 WBC 1라운드 7회 콜드게임 패(2-14) 이후 14년만에 일본전에서 가장 큰 점수 차이로 당한 패배였다. 그 대회 한국은 콜드게임 패배 이후 일본을 상대로 뒤지지 않는 경기를 보여주며 총 5차례 싸워(2승 3패) 대회 준우승이란 기적을 연출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엔 더는 기회는 없었다.
3차전에서 체코를 7-3으로 잡아내고 1승을 신고했지만 이미 뒤늦은 후였다. 경쟁 상대의 부진이란 행운도 일어나지 않았다.
호주와 일본에 패하고 체코에 승리한 한국은 13일 경기서 체코가 호주를 4실점 이상을 하고 잡아주고 중국을 잡으면 2승 2패 3개 팀 가운데 한 팀이 되고, 최소실점에서 가장 앞서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객관적인 전력이 더 강했던 호주(WBSC 랭킹 10위)가 체코(랭킹 15위)를 잡아내 3승(1패)을 거두면서 2승 2패 팀이 3개가 될 경우에 최소실점으로 경쟁한다는 경우의 수 자체가 깨졌다. 호주가 8강에 진출하게 되면서 한국은 중국전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됐다.
압도적인 전력으로 4승 무패라는 완벽한 결과와 훌륭한 내용을 보여준 일본, 대회에서 한국보다 훨씬 안정적인 전력과 함께 3승 1패라는 결과를 낸 호주가 한국을 제치고 8강에 진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번 대회는 불운이라는 표현이나 아쉬움이란 표현을 쉽게 쓰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하게 상대 팀들에게 경기력에서 밀렸다. 특히 일본과의 경기는 너무나 벌어진 일본 야구와의 큰 격차를 확인한 1패 이상의 패배였다.
또한 호주와의 경기 역시 전력으로 부딪혀도 이제 도전자들의 추격을 쉽게 뿌리치기 힘들다는 것과 함께, 오히려 추월을 당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안겨줬다.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한 결과는 이제 명백한 한국야구의 실패라는 진실을 방증한다. WBC 대회가 진행될수록 내용도 더 나빠지고 있다. 2013년 대회는 전력분석 부족과 불운 등으로 네덜란드에 패했지만 호주와 대만을 잡고 2승 1패로 마쳤다.
하지만 2017년 대회에선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에게 연이어 지고 대만을 11-8로 간신히 이겼다. 당시에도 한국야구의 각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고, 국제대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랐다.
하지만 2023년 대회에선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한 부진에 참혹함을 느끼면서, 그 사이 부쩍 올라온 대회 본선 참가국들의 경쟁력에 자괴감을 느껴야 했다.
남은 중국전에서 승리한다고 해서, ‘졌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긴 힘든 상황이 됐다. 3개 대회 연속으로 나타나고 더욱 심화 된 한국야구의 실패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도쿄(일본)=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