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지치고 아팠지만 지고 싶지 않았다”…서호철이 들려준 공룡군단의 뜨거웠던 가을 스토리 [MK인터뷰]

서호철이 올 시즌 가을야구에서 인상깊은 모습을 보인 ‘공룡군단’ NC 다이노스의 뒷 이야기를 전해줬다.

올해 NC는 그 누구보다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개막 전 양의지(두산 베어스), 노진혁(롯데 자이언츠), 원종현(키움 히어로즈) 등 주축 자원들이 잇따라 떠나며 ‘꼴찌 후보’로 손꼽혔으나, 75승 2무 67패를 기록, 4위로 가을야구 티켓을 따냈다. 사령탑 강인권 감독의 지도력과 베테랑의 품격을 보인 손아섭과 박민우, 박건우의 존재감, 여기에 젊은 선수들의 성장까지 더해지며 나온 결과물이었다.

가을 들어 NC는 더욱 강해졌다. 와일드카드 결정전(2전 1선승제·4위에 1승 부여)과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2차전까지 각각 두산, SSG랜더스, KT위즈를 상대로 단 한 차례의 패배도 하지 않았다.

이번 가을야구에서 아름다운 선전을 벌인 NC 선수단. 사진=김영구 기자
최근 만난 서호철은 NC의 가을야구 뒷 이야기를 들려줬다. 사진(창원)=이한주 기자

이로써 올해 가을야구 6연승 및 2020 한국시리즈 4차전 포함 포스트시즌 9연승을 달린 NC는 지난 1987~1988년 해태 타이거즈가 두 시즌에 걸쳐 작성한 가을야구 최다 연승 타이 기록을 세웠다.

NC의 CAMP 1(마무리 훈련)이 한창인 23일 창원NC파크에서 만난 내야수 서호철은 이때를 돌아보며 “팀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질 것 같지 않았다. 아무래도 우리가 쫓아가는 상황이어서 더 마음이 편했다”며 “모든 팀원이 다 너무 잘해줘 더그아웃 분위기가 좋았다. 다음에 제가 선배가 됐을 때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눈을 반짝였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젊은 선수들이 기량적으로 더 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손아섭, 박민우, 박건우 등 좋은 선배님들이 있어서였다. 후배들이 야구장에서만큼은 눈치를 안 보고 야구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셨다. 야구적인 부분에서 많이 알려주시긴 하는데 플레이에 대해서는 부담갖지 말고 그냥 하라고 하셨다”며 “(강인권) 감독님과 코치님들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좋은 시스템이 위에서부터 내려온 것 같다”고 전했다.

서호철의 활약 또한 NC 가을야구 선전의 비결이었다. 특히 그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회말 쏘아올린 만루포 포함, 4타수 3안타 1홈런 6타점을 쓸어담으며 NC의 14-9 승리를 이끌었다. 만루홈런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며, 6타점 또한 와일드카드 결정전 최다 타점 신기록이었다.

서호철은 “(시즌이 마무리되기 전) 발목을 다쳤다. 2군에 내려가서 10일 정도 쉬었는데, 마음이 좋지 않았다. 팀이 (3위를 놓고 경쟁하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하필 그때 빠졌다.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해 많이 힘들었다”며 “치료를 잘해서 만약 팀이 가을야구를 간다면 기여를 하겠다는 생각이 컸다. 아프더라도 제 선택이었고, 이런 기회가 언제 올지 몰랐다.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이 지친 상태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그러다 보니 체력이 비축됐다. 내가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지, 안 들지는 몰랐지만, 들게 되면 그 힘을 다른 선수들이 지쳐있을 때 120% 발휘해 기여하고 싶었다. 감각적으로도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2군에서 2경기 나갔을 때 나쁘지 않았다. (손아섭을 비롯한 선배들도) ‘하늘에서 보면 승부는 이미 결과가 나와 있다. 즐기면서 하자’고 하셨다. 즐기면서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제 야구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만루홈런도 처음이고 그렇게 많은 타점을 올린 적도 없었다. 데일리 MVP도 해봤다. 기억에 남는 그런 하루였던 것 같다”고 배시시 웃었다.

서호철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만루포를 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와일드카드 결정전 데일리 MVP를 받은 서호철. 사진=천정환 기자

그러나 NC의 좋은 기세는 플레이오프 3차전부터 꺾였다. 정규리그 막판 3위를 놓고 포스트시즌과 비슷한 혈전을 치렀으며, 가을야구 들어서도 쉴새 없이 일정을 소화한 탓에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난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투수들의 실투는 점점 많아졌으며, 타자들이 날린 잘 맞은 타구는 한 끝이 모자라 상대 외야수의 글러브에 잡혔다.

서호철은 “정신은 괜찮았는데, 남들이 봤을 때 지쳐보인다고 했다. 상대 실투를 좋은 타이밍에 쳐도 조금씩 늦었다. 몸 반응 자체가 늦었다. 형들도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이야기했다”면서 “우리가 지금 많이 지쳐 있지만, 정신력으로 싸우고 있다고 생각했다. 시즌을 치르며 모든 선수들이 지치고 아팠지만, 지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저도 자극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NC는 플레이오프 3차전을 포함해 내리 3연패하며 결국 한국시리즈 티켓을 KT에 내줘야 했다. 5차전이 끝나고 NC 선수단의 라커룸은 눈물 바다가 됐다고.

서호철은 “다들 너무 아쉬워했다. 모여서 울고 있었다. 저도 울컥했다. 프런트 직원들도 모두 울컥했다. 아쉬운 것도 아쉬운 것인데, 한 해 동안 고생했다는 생각 때문에 모두 눈물이 났던 것 같다”며 “(강인권) 감독님도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감정이 올라오신 것 같았다. 눈시울이 붉어지신 채 나가셨다”고 이야기했다.

비록 아쉽게 우승에는 도달하지 못했으나, NC의 이 같은 선전은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NC 선수들 역시 무엇보다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서호철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다음에 가을야구를 가게 되면 충분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며 “경험이 있으니 더 자신있게 할 것이다. 그러면 더 나은 결과, 더 좋은 모습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계속해서 그는 “이번 포스트시즌 때 체력 관리를 잘해야 된다고 느꼈다. 주변에서도 정말 관리를 잘해야 된다고 말해주셨는데, 사실 처음에는 이해를 못했다. 이제는 확실히 인지했다. 지금도 체력적인 부분을 어떻게 보강할까 생각하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2019년 2차 9라운드 전체 87번으로 NC의 지명을 받은 서호철은 올해까지 205경기에서 타율 0.257(600타수 154안타) 7홈런 55타점을 올렸다. 특히 올 시즌 기량을 만개시킨 그는 11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7(397타수 114안타) 5홈런 41타점을 작성하며 NC의 주축 선수로 거듭났다. 두 차례 헤드샷 부상 등 각종 악재들을 딛고 이뤄낸 결과라 더욱 값진 성과물이었다. 이처럼 분명히 한 단계 성장한 서호철의 2024시즌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첫 번째는 부상을 안 당하는 것이다. 그리고 팬들에게 올해보다 조금 더 좋은 모습,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팀도 더 높은 곳에 위치시키고 싶다. 빨리 몸 상태를 100%로 끌어올려 스프링캠프에 가야한다”고 말하며 훈련을 위해 다시 총총히 그라운드로 나섰다.

서호철의 활약은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 사진=천정환 기자

창원=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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