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der Series는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 단체 UFC의 데이나 화이트(54·미국) 회장이 직접 주최하는 유망주 발굴대회다. 섀넌 로스(34·호주)는 2022년 시즌6 2주차 경기(5분×3라운드)에서 펀치 KO패를 당하고도 목적을 달성했다.
맹장염이 심했다. 결국 창자가 터져 합병증이 발생한 상황이었지만, 플라이급(-57㎏) 계체 통과를 위한 체중 감량까지 정상적으로 마치고 출전했다. 15분을 다 버티지 못하고 9분 22초 만에 졌지만, 내장 파열이 믿어지지 않는 화끈한 대결을 펼쳤다.
UFC 공식 SNS는 섀넌 로스가 첫 다운을 허용했지만, 용감하게 탈출하는 영상, 데이나 화이트 회장이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감탄하는 모습 등을 소개했다. 단판 승부 ‘컨텐더 시리즈’ 특성상 패배해도 주목받고 계약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미국 네바다주 엔터프라이즈에서는 12월10일(이하 한국시간) UFC 파이트 나이트 233이 개최된다. 섀넌 로스는 2022 Road to UFC 플라이급 토너먼트를 제패한 박현성(28)과 대결한다.
화상 인터뷰에서 섀넌 로스는 “결국은 졌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모든 고난을 견뎌내고 멋진 경기를 펼쳤다. 전사의 심장, 용기, 승리에 대한 투지 덕분에 뜻을 이뤘다. 최선을 다해 UFC 파이트 나이트 233을 이기겠다”며 지난해를 떠올린 후 박현성을 꺾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매주 40시간 근무면 아르바이트가 아닌 직업(full-time job)이다. UFC 3번째 경기를 위해 미국에 와 있지만, 여전히 호주에서 섀넌 로스는 주 5일제 정비공으로서 기계와 설비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보살피며 손질하고 있다.
섀넌 로스는 “아이가 넷이다. (양육비와 별도로)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 할부 또한 갚아야 한다. UFC 대전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종합격투기 경력 내내 (본업이 아닌) 부업으로 선수 활동을 하고 있으니 다를 게 없다”며 프로 14년차 파이터 생활을 돌아봤다.
The Turkish Delight라는 별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섀넌은 호주-튀르키예 혼혈이다. 그러나 Ross는 튀르키예인 아버지와 관련이 없는 성이다. “어린 시절 부친과 함께 자라지 못했다”고 밝혔다.
2018년까지 호주 무대에서 서로 다른 두 대회 플라이급 챔피언을 지낸 Shannon McClellan이 바로 지금의 섀넌 로스다. “매클렐런은 어머니가 처음 결혼했을 때 이름이다. 자녀에게는 나만의 성을 물려주길 원했다”며 개명한 이유를 설명했다.
“Shannon Ross McClellan을 Shannon Ross로 바꿨다”며 중간 이름을 활용했다고 덧붙인 섀넌 로스는 “아이들은 내 전부다. 솔직히 키우기 쉽지 않지만, 자라고 새로움에 적응하며 배워가고 더 똑똑해지는 모습은 내게 끊임없는 선물과 같다”며 자식 사랑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섀넌 로스는 “난 남들보다 열심히 해야 한다. 인생에서 노력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종합격투기 세계 정상을 향한 아빠의 도전을 보고 아이들이 각자의 꿈을 계속 추구하길 바란다”며 맹장 파열에 이은 패혈증까지 참고 UFC에 진출한 원동력을 말했다.
그러나 역시 UFC는 쉽지 않은 무대다. 섀넌 로스는 ‘컨텐더 시리즈’ 포함 3연패다. “종합격투기 데뷔 후 처음 겪는 부진이라 좀 힘들다”고 인정하면서도 “다양한 기술을 지난 세 경기보다 훨씬 더 많이 발휘할 내 잠재력을 잘 알고 믿는다”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정신적인 압박감 때문에 스포츠 심리학자와 상담도 생각했지만, 지금은 UFC 세 번째 출전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로 박현성과 매치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섀넌 로스 -
인터뷰③에서 계속
강대호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