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미약했지만, 마무리는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 ‘잠실 예수’ 케이시 켈리(LG 트윈스)가 웃으면서 전반기를 끝냈다.
켈리는 2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BO리그 정규시즌 키움 히어로즈와 원정경기에 LG의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1회말부터 켈리는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이주형과 로니 도슨을 각각 중견수 플라이, 삼진으로 잡아냈다. 김혜성에게는 우전 안타를 맞았지만, 송성문을 1루수 땅볼로 이끌며 이닝을 끝냈다.
2회말에는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최주환의 우중월 안타와 변상권의 삼진, 김재현, 김태진의 연속 안타, 장재영의 우익수 플라이로 2사 만루에 몰린 켈리는 이주형에게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맞았지만, 도슨을 낫아웃으로 묶으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3회말에도 김혜성을 좌익수 플라이로 이끈 뒤 송성문에게 중견수 키를 넘기는 3루타를 내줬지만, 최주환(2루수 플라이)과 변상권(삼진)을 모두 잠재웠다.
4회말에도 안정감은 이어졌다. 김재현과 김태진을 3루수 땅볼, 중견수 플라이로 유도했다. 장재영에게는 볼넷을 범했지만, 이주형을 우익수 플라이로 막아냈다. 5회말에는 도슨(2루수 플라이)과 김혜성(좌익수 플라이)을 상대로 아웃카운트를 늘린 뒤 송성문에게 중전 안타 및 2루 도루를 허용했으나, 최주환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이후 6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켈리는 변상권(1루수 땅볼)과 김재현(유격수 직선타), 김태진(좌익수 플라이)을 모두 범타로 처리하며 이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최종 성적은 6이닝 7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1실점. 총 96개의 볼을 뿌린 가운데 패스트볼(44구)을 가장 많이 활용했으며, 커브(19구), 슬라이더(17구), 체인지업(13구), 포크볼(2구)을 섞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8km까지 측정됐다. 팀이 2-1로 앞선 상황에서 공을 후속투수 김진성에게 넘겨줬지만, LG가 2-4로 역전패하며 아쉽게 시즌 5승(현 성적 4승 7패) 달성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이번 등판은 켈리의 올 시즌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다. 누가 뭐래 해도 켈리는 LG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투수. 2019시즌 처음으로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은 뒤 지난해까지 통산 144경기(875.2이닝)에서 68승 38패 평균자책점 3.08를 작성하며 에이스로 군림했다. 특히 2023시즌에는 슬럼프를 이겨내고 10승 7패 평균자책점 3.83을 올리며 지난 1994년 이후 29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1990, 1994, 2023) LG의 통합우승에 힘을 보탰다.
다만 올해에는 좋지 못했다. 6월 25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 전까지 15경기에서 3승 7패 평균자책점 5.37에 그쳤다. 자연스레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됐을 때 운동 능력의 저하로 기량이 하락하는 것) 이야기가 나왔으며, 같은 시기 또 다른 외국인 투수인 디트릭 엔스마저 부진하자 염경엽 LG 감독은 공개적으로 “둘 중 한 명은 바꿔야 할 것 같다”고 최후통첩을 하기도 했다.
다행히 켈리는 서서히 반등하기 시작했다. 지난 달 25일 삼성전에서 9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완봉승으로 LG의 4-0 승리를 견인했다. 9회초 선두타자 윤정빈에게 안타를 내주기 전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을 정도의 완벽투였다.
그리고 켈리는 비록 팀 패배로 빛이 바라긴 했지만, 이날도 좋은 투구를 펼치며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염경엽 감독은 앞서 외국인 투수 교체 결정을 7월 말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과연 켈리는 앞으로도 좋은 투구를 펼치며 후반기까지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