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행 소문·이랜드 시절·이강인 최적 포지션? 정정용 감독이 가감 없이 답했다···“ACL 나서지 못하는 건 정말 아쉬워” [이근승의 믹스트존]

정정용 감독은 2023년 6월 김천상무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김천은 K리그2 6위에 머물러 있었다.

정 감독에게 적응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곧바로 성적을 냈다. 김천은 2023시즌 K리그2 정상에 올랐다.

정 감독이 K리그1에서 경쟁을 벌이는 건 2024시즌이 처음이었다. 이번에도 적응이 필요하지 않았다. 김천은 2024시즌 K리그1 3위를 기록했다. 이는 2003년부터 K리그에 참가 중인 국군체육부대 상무가 한국 프로축구 최상위 리그에서 기록한 최고 성적이다.

김천상무 정정용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김천상무 정정용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천상무 정정용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024시즌 유일한 승격팀으로 강등 1순위로 꼽혔던 김천.

김천은 울산 HD, 강원 FC와 시즌 막판까지 K리그1 우승 경쟁을 벌였다.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역대 최고 성적인 U-20 월드컵 준우승을 이끌었던 정 감독. 이후 서울 이랜드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정 감독은 지도자로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로 삼았다. 그 결과가 김천에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MK스포츠가 정 감독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김천상무 정정용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Q. 2024시즌을 마치고 좀 쉬었습니까.

2024시즌을 마치고 2주 정도 쉬었던 것 같아요. 한 시즌을 치르면서 떨어진 에너지를 회복하는 데 집중했죠. 3주 차부턴 새 시즌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Q. 2024시즌 K리그1의 유일한 승격팀으로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울산, 강원과 시즌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벌였습니다.

2023시즌 중 김천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2023시즌 K리그2 정상에 오르며 K리그1으로 향할 수 있었죠. 감독으로 K리그1을 소화한 건 처음이었잖아요. 김천엔 시즌 중 전역, 입대 등의 변수가 있습니다. 그간의 데이터를 통해서 혼란을 최소화하도록 힘쓴 것 같아요. 한 해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계획을 철저히 짰죠. 2024시즌의 경험을 잘 살려서 2025시즌엔 더 좋은 팀을 만드는 데 힘쓰려고 합니다.

Q. 2023시즌 중 김천을 맡아 K리그2 우승을 일궜습니다. 승격 첫 시즌이었던 2024시즌엔 K리그1 3위를 기록했습니다. 국군체육부대인 상무는 2003년부터 K리그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상무의 역대 최고 성적을 냈습니다. 하지만, 정정용 감독은 2년 연속 ‘올해의 감독상’을 받지 못했는데요. 서운하진 않습니까.

상은 U-20 대표팀을 이끌 때인 2019년에 많이 받았습니다. 지금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죠.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제가 상과 인연이 많은 편은 아니에요(웃음). 선수 생활할 때도 그랬죠. 이랜드 퓨마에서 뛸 때 주장 완장을 차고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거든요. 당시 경고 누적으로 수상을 못한 기억이 있습니다.

솔직히 상을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2023시즌이나 2024시즌이나 저보다 좋은 분들이 시상대에 올랐잖아요. 제가 더 땀 흘리면서 준비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다 보면 또 한 번 수상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어요.

정정용 감독은 2019년 폴란드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한국 남자 축구가 FIFA 주관 대회 결승 무대를 밟은 건 이때가 유일하다. 정정용 감독은 2019년 한국 최고의 감독이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Q. 정정용 감독이 K리그1을 경험한 게 2024시즌이 처음이었습니다. 감독으로 경험한 첫 K리그1은 어땠습니까.

K리그2와 플레이 스타일이 확실히 다릅니다. 선수 개개인 기량, 특히 외국인 선수들의 능력이 확실히 수준급이란 걸 느꼈죠. 김천은 외국인 선수가 뛸 수 없는 유일한 팀이잖아요. K리그1에서 외국인 선수 없이 좋은 성과를 냈다는 건 칭찬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선수들이 훈련장에서부터 온 힘을 다한 결과이지 않았나 싶어요.

K리그1엔 좋은 지도자도 수두룩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세계적인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부분 전술들이 눈에 띄었던 것 같아요. 좋은 경험을 했던 2024시즌이었습니다.

Q. 2024시즌 박승욱, 김봉수 등 국가대표 선수를 여럿 배출했습니다. 김천 선수들의 개인적인 성장도 눈에 띈 2024시즌이었는데요. 2024시즌 팀과 개인 모두의 성장이 도드라졌던 비결이 있습니까.

여러 요인이 있어요. 그 가운데 하나가 1년 6개월 동안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전역한 선수들이 ‘확실한 동기부여를 갖고 땀 흘리는 분위기’를 만들어놨습니다. 후임들이 이를 하나의 문화로 이어가고 있죠. 모든 선수가 ‘1년 6개월 동안 한층 더 성장하겠다’는 의지가 대단해요. 그 의지가 노력으로 이어지면서 좋은 성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2024시즌 K리그1 베스트 11 중앙 수비수 김천상무 박승욱.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봉수는 2024시즌 김천상무 돌풍 중심에 있었다. 김봉수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를 오가며 팀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2024시즌 K리그1 전경기를 소화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K리그1에서 잘 나가는 팀을 보면 중심을 잡아주는 베테랑이 있습니다. 울산 이청용, FC 서울 기성용, 포항 스틸러스 신광훈 등이 대표적인데요. 김천에선 이와 같은 베테랑의 역할을 선임자들이 하는 겁니까.

그렇죠. 선임자들이 베테랑의 역할을 합니다. 선임자들은 전역한 뒤 원소속팀으로 돌아가야 해요. 그러다 보니 더 열심히 하는 거죠. 후임자들은 그런 선임자들을 보고 따르는 거고요.

Q. 김천을 제외한 K리그 구단들은 머릿속이 복잡한 시기입니다. 선수 보강이 이뤄져야 하는 시기잖아요. 김천은 이와 같은 부분에 있어선 조금 편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는 것 같아요. 다른 구단 감독들은 머리가 정말 아플 겁니다. 선수 영입이란 게 ‘구단이나 감독이 원한다’고 해서 일사천리(一瀉千里)로 이뤄지는 건 아니거든요. 선수에게 제시할 수 있는 연봉도 중요하지만, 선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도 필요합니다.

영입을 원하는 선수와 소통하면서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하죠. 구단, 에이전트 등과의 소통도 이어가야 하고요. 김천 감독인 저는 그런 부분에선 아주 편하죠. K리그에서 검증된 선수들을 우리의 조건과 시스템을 통해서 선발할 수 있잖아요. 우리가 원하는 선수들이 알아서 들어온다고 할까.

김천상무 정정용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Q. 축구계엔 ‘정정용 감독이 2025시즌 대구 FC 지휘봉을 잡을 것’이란 소문이 있었습니다.

저도 압니다. 일화가 하나 있어요. 2024시즌 포항과의 맞대결이었습니다. 박태하 감독이 제게 “축하합니다”라고 하는 거예요. 제가 “뭘 축하하느냐”고 웃으면서 말했죠. 제가 ‘대구 지휘봉을 잡을 것’이란 건 주변에서 많이 들었어요. 그런 얘기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 ‘지금은 때가 아니’란 판단을 했습니다.

Q. 김천에서 구단 최고 성적을 냈습니다. 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게 시즌 중 선수 구성이 크게 바뀔 수밖에 없는 김천 특성상 쉽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2025시즌 목표는 어떻게 잡고 있습니까.

2024시즌 K리그1 3위를 기록했습니다. 2025시즌엔 우리 팬들을 위해 그 이상의 성적을 내야 해요. 쉽진 않을 겁니다. K리그1이 만만한 무대가 아니잖아요. 김천은 선수단 구성이 시즌 중 크게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외국인 선수도 활용할 수 없죠. 하지만, 그만큼 잘 준비하면 해볼 만하다고 봐요. 2024시즌에 증명하지 않았습니까. 우리 팬들을 위해 온 힘을 다할 겁니다.

Q. 김천은 외국인 선수가 없습니다. 외국인 선수를 활용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골 결정력 강화잖아요. 많은 지도자가 ‘골 결정력은 재능의 영역’이라고도 합니다. 김천은 2024시즌 K리그1 38경기에서 55골을 기록했습니다. 서울과 팀 최다 득점 공동 3위였어요. 김천에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스트라이커가 있던 것도 아니었잖아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습니까.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게 득점이잖아요. 골을 넣어야 이기는 스포츠니까. 골 결정력 강화는 모든 감독의 고민입니다. 우리가 2024시즌 좋았던 건 여러 선수가 득점에 가담했다는 거예요. 한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았다는 거죠. 2025시즌도 비슷할 겁니다.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죠. 방법은 훈련밖에 없어요.

공격수는 다양한 각도에서 슈팅 훈련을 할 겁니다. 스트라이커든 측면 공격수든 상대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할 거예요. 우린 선수 보강에 한계가 있는 팀입니다. 지금 구성원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내야 하죠. 2025시즌도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Q. 2024시즌 실수로 놓친 경기들이 있었습니다. 실수가 반복된 때도 있었잖아요. 똑같은 문제가 반복됐을 땐 어떻게 해결했습니까.

경기에서 실수를 범한 선수에게 특별히 하는 말은 없어요. 본인이 가장 잘 압니다. 힘들 거고요. 단, 이 얘긴 합니다. ‘두 번의 실수는 실력’이라고. ‘문제가 반복되면 습관’이란 얘기도 하죠. 문제가 있으면 해결해야 합니다. 프로로서 실력이 부족하면 더 땀 흘려야 하고요. 실수와 실력은 훈련으로 바꿔나갈 수 있습니다.

저는 선수들에게 조금 더 섬세하고 체계적인 훈련을 제시해야 합니다. A란 선수가 특정 지역에서 골 기회를 반복해서 놓쳤다면, 그 지역에서만 집중적으로 슈팅 훈련을 시키는 겁니다. 실점 요인을 분석한 뒤엔 비슷한 위치에서 슈팅 각도를 더욱 빠르게 좁히는 법을 세세하게 이야기하고요.

김천상무 정정용 감독(사진 왼쪽), 김천 김민덕.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2024시즌 축구계가 가장 놀랐던 게 시즌 중반 선수 구성이 크게 바뀌었음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는 겁니다.

어려운 시기가 있었습니다. 8월부터 4경기 1무 3패를 기록했을 때죠. 주축 선수들이 대거 전역한 직후였어요. 전술은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전술 변화 없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봤죠. 제 판단 실수였어요. 선수들이 바뀌었잖아요. 강점이 다른 선수들이다 보니 우리의 기존 전술에 잘 맞지 않았습니다.

9월 A매치 휴식기를 통해서 변화를 꾀했어요. 새로운 선수 구성에 맞는 전술을 찾아나갔습니다. 스리백을 시험해 보고, 조금 더 직선적인 공격 전술을 구현하고자 했죠.

Q. 9월 A매치 휴식기 이후 3연승을 내달리며 다시 선두 경쟁을 벌였습니다.

승리가 주는 자신감이 확실히 중요합니다. 무승에서 탈출해 승리가 이어지면서 자신감이 붙었어요. 지도자는 내 전술을 고집하기보단 팀에 맞는 전술을 유연하게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Q. 정정용 감독은 축구계에서 ‘공부를 많이 하는 지도자’로 꼽힙니다. 세계 축구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봅니까.

2024-25시즌 유럽 축구에서 가장 놀라운 팀은 맨체스터 시티입니다. 맨시티가 이렇게 고전할 거라고 누가 예상했습니까. 축구는 정말 모르는 거예요. 맨시티가 언제 또 치고 나갈지 모르는 게 축구죠. 어떤 팀이든 기본적인 콘셉트는 존재합니다. 공·수 간격이 짧고, 더 빠른 축구를 해야 해요. 항상 우릴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 수비보단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해야 하고요.

빌드업에 중점을 두면서 약간의 포인트를 주는 축구를 추구합니다. 경기장을 찾아주시는 팬들이 즐거워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맨체스터 시티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 사진=ⓒAFPBBNews = News1

Q. 맨시티 얘기가 나왔으니 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맨시티가 올 시즌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축구란 게 안 될 땐 뭘 해도 안 됩니다(웃음). 제가 비슷한 경험을 해봤잖아요. 팀이 안 될 땐 진짜 안 되더라고요. 1-0으로 이기고 있다가 후반 추가 시간 치명적인 실책으로 페널티킥 내줘서 비기는 등의 흐름이 이어지는 거죠. 세세하게 분석해 보면 핵심 선수의 부재가 원인일 순 있어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제일 큰 문제는 흔들리는 팀 분위기를 못 잡는 거예요. 감독은 팀이 흔들릴 때 선수, 전술을 바꿔봅니다. 실패를 거듭하면 팀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죠. 이걸 빠르게 정상으로 되돌리지 못하면 어려워지는 겁니다. 저 같은 경우엔 이랜드 시절 걸개까지 붙어버리니까 정말 힘들었어요. 정신적으로 다잡는 게 쉽지 않았죠.

Q. 이랜드 시절 비판 걸개가 걸렸었잖아요. 그때 정정용 감독도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까.

당연히 부담스럽죠. 선수들도 그런 분위기를 모를 리 없거든요. 감독이나 선수나 ‘괜찮다’고 하지만 그게 아니거든. 팬들의 입장은 100% 이해합니다. 우리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니 비판하실 수 있죠. 우리가 그런 부분을 이겨내야 했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었어요. 이제야 이야기하지만 몇 번이고 ‘그만둔다’고 얘기했었습니다.

Q. 이랜드 구단에 ‘사퇴’를 이야기했던 겁니까.

팀이 우선이잖아요. 저도 아주 힘들었고요. 분위기를 바꾸려면 제가 ‘나가야 한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구단에 사퇴 이야기를 할 때마다 붙잡았어요. 책임감을 가지고서 이겨내는 방법밖에 없었죠.

정정용 감독의 이랜드 감독 시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이랜드 시절을 돌아봤을 때 가장 아쉬운 부분은 무엇입니까.

제일 아쉬운 건 인프라였습니다. 처음 이랜드 지휘봉을 잡았을 땐 제대로 된 훈련장이 없었어요. 이랜드 클럽하우스가 가평에 있잖습니까. 훈련하려면 효창까지 이동해야 했어요. 2시간 30분 이동해서 1시간 30분 운동하고 다시 2시간 30분을 이동했죠. 또 효창구장은 인조 잔디입니다. 당시 코로나19까지 겹쳐서 훈련할 곳을 찾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선수들이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구단에 바로 지원 요청을 했어요. 3년 동안 있으면서 그래도 ‘잘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클럽하우스, 훈련장 만드는 데 일조한 겁니다.

또 하나 힘들었던 건 2년 차 때 우리 코치(故 김희호)에게 안타까운 일이 있었잖아요. 팀 성적이 안 좋은 데다가 안타까운 일까지 겹친 겁니다. 그때도 책임을 지려고 했습니다. 제가 책임을 져야 하는 감독이니까. 구단에서 만류해 팀에 남았지만 정말 힘들었습니다. 6개월 동안 약을 먹었어요. 대상포진에 코로나19까지 겹쳤죠.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아서 회복이 쉽지 않았습니다.

3년 차 땐 어떻게든 성적을 내보려고 했습니다. 회장님이 항상 믿어주셨어요. 회장님이 늘 “끝까지 가보자”고 해주셨거든요. 믿음에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경기에서의 마무리가 늘 아쉬웠어요. 시즌 초 좋았던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조금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죠.

Q. 정정용 감독이 이랜드에 있을 때 외국인 선수로 한국에서 흔한 브라질 선수가 아닌 아르헨티나 선수를 활용했습니다. 이유가 있었습니까.

브라질 선수는 비싸니까(웃음). 우리 코치가 스페인어에 능통하다 보니 아르헨티나 선수들과의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었고요. 의사소통이 원활한 게 정말 중요한 거잖아요. 그때를 돌아보면 후회되는 것 중 하나가 그룹 부회장께서 저의 3년 차 시즌을 앞두고 “직접 남아메리카로 가서 외국인 선수를 보고 오라”고 하셨거든요.

그때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못 갔습니다. 자리를 비우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가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리가 2022시즌 K리그2 40경기 중 무승부가 15번이었습니다. 당시 무승부가 최하위(11위) 전남 드래곤즈 다음으로 많았어요. 비기고 있을 때 해결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외국인 골잡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죠. 그 골잡이를 직접 데려왔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있어요.

이 얘긴 확실하게 하고 싶어요. 이랜드는 제게 정말 잘해줬습니다. 지금도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이랜드가 2024시즌 승강 플레이오프에 올랐잖아요. 그때도 연락드렸거든. 부회장께선 “정 감독이 기반을 잘 닦아놔서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정말 감사한 마음이죠. 제가 더 잘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고요.

서울 이랜드를 이끌었던 정정용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이랜드에서의 경험이 지도자 정정용에게 어떤 도움이 되고 있습니까.

제가 이랜드 감독을 맡기 전까진 연령별 대표팀을 이끌었잖아요. 프로축구단 감독은 ‘매니지먼트도 잘해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제가 이랜드를 맡았던 3년 동안 하루하루 동선이 똑같았어요. 집과 운동장만 오갔습니다. 제가 술, 담배를 안 하잖아요. 골프도 안 칩니다. 대구 본가에 다녀오는 날만 동선이 조금 달랐어요.

3년이 지나니 남는 게 없었습니다. 연령별 대표팀에 있을 때처럼 전략, 전술 연구하고 공부만 해선 안 되는 거였어요. 프로축구는 산업이잖습니까. 때론 여러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관계를 맺어나가야 했는데 그걸 못한 거죠. 한 예로 제가 관계를 좀 넓게 맺었다면, 선수 영입 시즌에 조금 더 좋은 성과를 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봐요.

연령별 대표팀에 있을 땐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들을 뽑아서 쓰면 되는 거잖아요. 감독은 선수 잘 뽑고, 팀에 맞는 전술을 빠르게 녹여내는 데 집중하면 되고요. 누가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정 감독, 자네는 대표팀이 잘 맞는 거 같아”라고(웃음). 김천상무도 어찌 보면 대표팀과 비슷한 시스템이잖아요. 그런 환경이 좋은 성과로 이어지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김천상무 정정용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Q. 김천 지휘봉을 잡자마자 K리그2 우승, 이듬해엔 K리그1에서 팀 최고 성적을 냈습니다. 김천 지휘봉을 잡고 정정용 감독의 계획대로 쭉쭉 나아가고 있는 겁니까.

결과적으로 보면 그렇죠. 김천 지휘봉을 처음 잡았을 땐 무조건 승격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승격을 향해 나아갔죠. 이 목표를 일군 뒤엔 K리그1에서 어떻게든 살아남는 게 목표였어요. 경기를 거듭할수록 선수단에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위기가 있었지만 다 같이 힘을 모아 이겨내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죠. 2025시즌엔 한 단계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또 하나. 김천이란 팀은 좋은 성과를 내는 것만큼 한국 축구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는 입대한 선수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도와야 해요. 한층 성장해 소속팀으로 돌아가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말이죠. 김천을 선수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만들어가는 것도 제 바람 중 하나입니다.

제가 선수들에게 자주 얘기하는 것이 있습니다. 선수들에게 “지금 가진 무기에 딱 하나만 더해서 나가라”고 합니다. “2% 부족한 걸 채워서 나간다면, 김천에서 보낸 시간이 절대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죠. 선수 개개인에게 어떤 부분을 발전시키면 좋을지 이야기를 해줘요. 그 과정에서 선수의 생각도 들어보고요. 김천의 모든 선수가 지금보다 더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정용 감독은 대표적인 학구파 지도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정정용 감독의 U-20 대표팀 감독 시절. 정정용 감독과 이강인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Q. 정정용 감독이 하고 싶은 축구는 어떤 축구입니까.

간단합니다. 공이 상대 진영에서 안 넘어오게끔 하는 거예요. 상대 진영에서 계속 공격하는 거죠(웃음). 공을 빼앗기면 전방에서 강하게 압박해 곧바로 볼 소유권을 가져오고요. 그런데 축구란 게 참 아이러니하잖습니까. 맨시티가 제아무리 높은 볼 점유율을 가져가도 역습 한 방에 무너지기도 하잖아요.

결국엔 유연함이 중요한 듯해요. 기본적인 틀은 가지고 가겠지만, 상황에 맞는 변화를 줄 수 있는 지도자. 그런 지도자가 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Q. ‘정정용 감독’하면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이강인이잖아요. 이강인에 관해서 하나만 물어볼게요. 이강인이 파리 생제르맹에서 오른쪽 공격수, 제로톱, 중앙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잖아요. 정정용 감독이 볼 때 이강인의 최적의 포지션은 어디입니까.

플레이메이커(10번)죠. 저는 항상 10번이라고 봤어요. (이)강인이가 10번으로 뛸 때 가장 좋은 경기력이 나왔다고 보고요. 강인이가 킬리안 음바페처럼 빠르게 내달려서 득점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은 아니잖아요. 강인이는 방향을 바꿔가면서 공간, 기회를 만들어주는 유형이죠. 강인이에게 ‘치고 뛰라’고 하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은 해요.

강인이가 측면 공격수로 뛴다면 오세훈, 손흥민 같은 선수가 있으면 좋죠. 강인이는 오세훈처럼 전방에서 싸워줄 수 있는 선수에겐 크로스가 가능하고, 손흥민 같은 선수에겐 찔러줄 수 있거든요. 강인이가 유럽에서 계속 경쟁력을 이어가고 있으니 잘할 겁니다.

Q. 김천이 새 시즌을 앞두고 국외 전지훈련을 떠나는 게 아주 오랜만입니다. 2024시즌 좋은 성적 덕분에 가능한 일일까요.

아닙니다. 부대장님이 적극적으로 많은 부분을 도와주셨어요. 그 덕에 가능한 겁니다. 국외로 전지훈련을 떠나려면 큰 비용이 필요하잖아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김천이란 팀을 위해서 지원을 해주신 겁니다. 따뜻한 곳에서 훈련 열심히 해서 2025시즌 더 좋은 축구로 보답해야죠.

김천상무 정정용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Q. 정정용 감독의 꿈은 무엇입니까.

저는 지도자로서 많은 걸 경험했습니다. 연령별 대표팀을 이끌고 U-20 월드컵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냈죠. 경일대학교에선 교수로 총감독을 맡기도 했습니다. 김천에 와선 K리그1, 2에서 좋은 성과도 내봤고요. 2024시즌 끝나고 혼자서 생각해 봤어요. 내가 이루고 싶은 게 무엇일까. 이루고 싶은 건 많더라고요(웃음).

당장 2025시즌 김천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싶어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올림픽에도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또 하나 정말 경험해 보고 싶은 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더라고요. 2024시즌 솔직히 아쉬웠어요. 우리가 ACL에 나갈 성적을 냈지만, 못 나가잖아요. 저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망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감사한 마음도 있어요. 한국 지도자 중에 대표팀, 프로팀, 군팀 다 해본 사람 몇 없잖아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합니다. 제게 기회를 주신 분들에게 보답하는 방법은 한국 축구 발전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해 나가는 거예요. 저는 계속해서 발전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문경=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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