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이적을 선택한 지안루이지 돈나룸마(26)의 행선지는 어디가 될까. 유력해보였던 맨시티행도 미궁에 빠졌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국가대표팀 수문장 돈나룸마가 PSG와 작별을 선언했다. 돈나룸마는 13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성명문을 게시하며 PSG를 떠난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돈나룸마는 직후 곧바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체스터시티와 연결되고 있다. 레퀴프는 같은 날인 13일 “돈나룸마가 이미 맨시티의 감독인 펩 과르디올라와 통화를 마쳤고 그의 차기 시즌 구상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면서 “대리인이 맨시티 구단 경영진과 이적에 대해 원칙적인 합의를 마쳤다”면서 맨시티행 가능성을 유력 보도했다. 그러면서 레퀴프는 “맨시티가 지난 시즌 이적시장에서도 돈나룸마를 원했던 만큼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력적인 대상인 것은 확실하다. 불과 만 16세였던 지난 2015년 AC 밀란 유소년 팀에서 성장해 프로 데뷔까지 이룬 돈나룸마는 이후 이탈리아 세리에A를 대표하는 수문장인 동시에 이탈리아 대표팀의 골키퍼로 자리매김하면서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났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돈나룸마는 2021년 PSG에 입단한 이후로 어린 나이에도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지난 시즌에도 돈나룸마는 40경기서 39실점 11차례의 클린시트를 기록하면서 PSG의 역사적인 4관왕의 주역으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결국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PSG는 돈나룸마 측이 지나치게 과한 조건을 요구한다고 여겼고, 협상이 지지부진했다. 슈퍼 에이전트로 불리는 미노 라이올라의 입김도 있다. 돈나룸마의 대리인인 라이올라는 프랑스 현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최고 수준의 조건을 요구하며 PSG를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계약 만료 1년을 남긴 상황에서 PSG는 최근 지난 시즌 리그1(프랑스 프로축구 1부리그) 최고의 골키퍼로 선정된 4000만 유로(약 648억 원)에 추가로 1500만 유로(약 242억 원)의 보너스가 포함된 계약으로 릴 OSC에서 뤼카 슈발리에를 데려왔다. 사실상 슈발리에를 차기 시즌 주전 골키퍼로 낙점했다는 것을 방증할 수 있는 대형 영입이었다.
이후 돈나룸마의 슈퍼컵 제외 결정이 양 측의 파국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14일 열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 명단 제외가 이적의 완벽한 도화선이 된 모양새다.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파리생제르맹(PSG)은 UEFA 유로파리그 우승팀인 토트넘 홋스퍼와 14일 새벽 우디네의 스타디오 프리울리에서 슈퍼컵 우승컵을 두고 격돌한다. 하지만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이 돈나룸마를 아예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충격을 줬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 또한 선방 능력과 제공권에서 강점을 보이는 돈나룸마 대신 발밑이 더 좋고 패스에 능한 빌드업에 기여할 수 있는 골키퍼를 더 원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슈퍼컵 명단 제외 이후 엔리케 감독은 “100% 나의 결정”이라며 돈나룸마를 차기 시즌 구상에서 제외했음을 알렸다.
결국 돈나룸마는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도 과한 몸값을 요구하다 결국엔 PSG 구단과 감독 양측에게 버림 받은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영국 언론 BBC에 따르면 아직 돈나룸마의 맨시티 이적이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 영국 언론 BBC는 13일 “맨시티 소식통에 따르면 돈나룸마와 계약 협상을 마쳤다는 것은 아직은 추측일 뿐인 소식”이라며 계약합의설이 가짜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다만 BBC는 “PSG측을 취재한 결과 해당 소식통은 그가 맨시티로 향하더라도 그리 놀라운 일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적 가능성 자체는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선결 과제가 있다. 맨시티의 에데르송 등 기존 자원들이 매각 되어야 한다. 앞서 맨시티는 유소년 아카데미에서 성장해 번리에서 재능을 터뜨린 젊은 골키퍼인 제임스 트래포드를 데려왔다. 번리에 1,400만 파운드(한화 약 260억 원)에 트래포드를 매각했던 맨시티는 기존 바이백 조항을 이용해 2,700만 파운드(약 500억 원)에 그를 다시 데려왔다.
트래포드는 198cm 키에 날렵한 몸놀림을 자랑하는 수문장이다. 긴 팔을 활용한 선방 능력이 빼어나며 정확한 킥을 자랑한다. 빌드업을 중시하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축구에 알맞은 자원이다. 2023년 번리로 떠난 이후 지난 시즌 확실한 주전 자원으로 거듭났다. 맨시티는 이런 트래포드에게 5년 계약을 안기며 차기 수문장을 맡길 계획이다.
거기다 맨시티 1군에는 지난 시즌 에데르송의 자리를 위협한 2옵션인 슈테판 오르테가가 있다. 거기에 돈나룸마까지 데려온다면 사실상 과포화 상태가 된다. 무엇보다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에데르송이 이적 의지가 없다.
복수의 언론들은 에데르송이 튀르키예리그 등과 연결되고 있지만 이적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에데르송의 입장에선 고액 주급을 받고 계약 기간 1년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기 때문에 행선지를 더 선택하기 쉽다. 또한 맨시티 영광의 주역으로서 떠밀리듯이 팀을 떠나는 결과가 마음에 들지도 않을 상황이다. 천천히 협상 조건을 골라 팀을 이적할 수 있는 환경이 될 때까지 1군 주전 경쟁을 펼치기로 마음 먹는다면 맨시티도 쉽게 그를 보내기 어려운 환경이다.
돈나룸마 측 역시 맨시티와 협상을 마쳤다는 주장을 부인하고 나섰다. BBC는 “돈나룸마 측은 맨시티와 계약에 동의한 것은 사실이 아니며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면서 “맨시티에는 이미 1군에 4명의 골키퍼가 있다. 돈나룸마와 강력하게 연결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나룸마의 차기 행선지는 프리미어리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프랑스 언론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시티, 첼시 등의 프리미어리그 클럽과 인터밀란(이탈리아) 등이 돈나룸마 영입에 관심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중에서 돈나룸마의 높은 몸값과 최소한의 이적료를 감당할 수 있는 구단은 사실상 맨유, 맨시티, 첼시 등이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인터밀란은 이탈리아 복귀라는 프리미엄은 있지만 머니싸움에서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
만약 맨시티와 계약이 지지부진해진다면 맨유도 돈나룸마의 차기 행선지가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맨유는 지난 시즌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골키퍼 안드레 오나나와 계속해서 결별설이 나오고 있다. 다만, 최전방 보강과 3선 미드필더 영입 등 우선 과제에 먼저 집중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적료로 돈나룸마를 영입할 수 있다면 고액 연봉을 감당할 수 있고 부활의 의지도 충만하기에 충분히 영입을 시도할 수 있는 팀이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