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24·파리 생제르맹)이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떠오른 수많은 이적설을 뒤로하고 다시 한 번 치열한 주전 경쟁에 뛰어드는 것일까. 2025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에서 이강인의 결정적인 활약이 자신의 미래를 완전히 바꿔놓은 듯하다.
프랑스 매체 ‘레퀴프’는 8월 15일 “이강인과 곤살루 하무스는 PSG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레퀴프’에 따르면, 루이스 캄포스 PSG 단장은 이강인에게 “항상 구단 계획의 일부이며 이적은 옵션 중 하나가 아니”라고 확언했다.
캄포스 단장은 올여름 이적시장이 열린 직후부터 이강인의 이적을 고려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이강인 영입을 직접 주도했던 캄포스 단장이 여전히 그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올여름 이강인의 이적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 보였다.
이강인은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팀 내 입지가 급격히 줄었다. 벤치만 지키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강인은 1월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가 영입되면서 측면 공격수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중원에선 비티냐, 주앙 네베스 등에게 밀려 출전 기회를 잃었다.
이강인은 크바라츠헬리아가 합류한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올여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까지 PSG가 치른 21경기 중 단 8경기에만 출전했다. 특히나 PSG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우승컵을 들어 올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등 중요한 경기에서 이강인에게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강인은 5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PSG’ 팀명을 삭제하며 이적 의지를 강하게 보이는 듯했다. 과거 레알 마요르카 시절과 유사한 패턴이었다. 이강인은 당시 마요르카와 관련된 정보를 지운 뒤 PSG로 향했다. 축구계가 이강인의 SNS를 주목했던 이유다.
이강인을 향한 관심이 끊이지 않았다.
이강인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진출이 점쳐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크리스털 팰리스, 애스턴 빌라,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EPL 클럽이 이강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이탈리아 세리에 A ‘디펜딩 챔피언’ SSC 나폴리도 이강인을 향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스페인 매체 ‘문도 데포르티보’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아시아 시장 공략을 원한다”며 이강인에 대한 관심을 보도하기도 했다. 아틀레티코는 2년 전에도 마요르카 소속 이강인 영입을 시도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제안은 없었다.
나폴리의 경우 프랑크 안드레 잠보-앙귀사의 잔류 결정으로 이강인 영입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강인의 PSG 잔류가 유력시되기 시작한 건 UEFA 슈퍼컵 이후였다.
이강인은 14일 토트넘 홋스퍼와의 UEFA 슈퍼컵 결승전에서 팀이 0-2로 뒤진 후반 22분 교체로 들어갔다. 이강인은 후반 40분 환상적인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추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강인의 추격골에 힘입은 PSG는 곤살루 하무스의 극장 동점골로 전·후반 90분을 2-2로 마쳤다. PSG는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승리하며 슈퍼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구단 역사상 첫 슈퍼컵 트로피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 UEFA 슈퍼컵 득점자로 팀 우승을 이끈 이강인의 맹활약은 국내·외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영국 ‘BBC’는 “교체 투입된 이강인이 PSG에 희망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풋 메르카토’는 “이강인과 하무스가 영웅이었다”고 극찬했다.
경기 직후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을 보자마자 꽉 끌어안으며 애정을 표현했다.
엔리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도 “벤치에서 나온 선수들이 아주 중요한 활약을 해줬다”며 이강인의 공헌을 직접 언급했다.
‘레퀴프’는 “이강인이 UEFA 슈퍼컵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덕분에 적어도 시즌 초반에는 기회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엔리케 감독이 올 시즌 이강인에게 기회를 주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강인의 입지는 한국 축구 대표팀에도 아주 중요하다. 한국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유럽 복수 매체에 따르면, PSG는 이강인을 매각 대상에서 제외했다. 노르디 무키엘레, 카를로스 솔레르, 잔루이지 돈나룸마 등 7명의 선수가 매물로 나왔지만, 이강인은 포함되지 않았다.
레퀴프는 “이적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강인을 향한 만족스러운 이적 제안이 들어올 시 PSG의 입장이 조금 달라질 순 있다”며 작은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캄포스 단장의 확고한 의지와 엔리케 감독의 재신뢰를 고려할 때 이강인의 PSG 잔류는 기정사실화됐다. 다재다능한 ‘슈퍼 조커’로서 팀 운영에 큰 도움이 되는 이강인을 PSG가 쉽게 놓아줄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이제 남은 건 이강인이 토트넘전에서 보여준 강렬한 임팩트를 2025-26시즌에도 이어갈 수 있느냐다.
이강인의 2025-26시즌 초반 활약이 아주 중요해졌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