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9일. 김천상무 공격수 이동준(28)에겐 평생 잊지 못할 날이다.
김천은 이날 오후 7시 30분 강원 FC 원정 경기를 치렀다. 같은 날 아침이었다. 이동준에게 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
“‘아내가 진통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연락이었습니다. 강원 원정 당일이어서 어찌할 방법이 없었어요. 본래 다음날로 넘어가는 새벽쯤 ‘아이가 태어날 수도 있다’고 이야기를 들어서 경기를 마친 뒤 외박을 나가려고 했죠. 아내가 저를 배려해 줬어요. 아내가 ‘경기에서 뛰어야 한다면, 프로답게 최선을 다해 뛰고 오라’고 했습니다.”
이동준은 강원전에서 오른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59분을 뛰었다. 이동준이 강원전 전반전을 치르던 중 그의 아들이 태어났다.
“경기 끝나고 아내가 보내준 사진을 봤습니다. 제 아들이었어요.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어요. 감동적이었습니다.”
‘MK스포츠’가 17일 FC 서울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던 이동준과 나눈 이야기다.
Q. 아빠가 된 걸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웃음).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에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을 다 가진 게 이런 기분인가 싶어요. 아들이 태어나니 아주 기쁩니다. 감동적인 것 같아요.
Q. 9일 강원 원정이 참 힘겨웠을 듯합니다.
강원전 당일 아침에 연락을 받았어요. ‘아내가 진통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연락이었죠. 경기 하루 전이었다면, 양해를 구하고 아내에게 달려갔을 거예요. 하지만, 강원 원정 당일이었습니다. 어찌할 방법이 없었어요. 본래 다음날로 넘어가는 새벽쯤 ‘아이가 태어날 수도 있다’고 들었거든요. 강원전을 마치고 나서 아내에게 달려가려고 했죠. 아내가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저를 배려해 줬어요.
Q. 아내가 뭐라고 했습니까.
아내가 “경기에서 뛰어야 한다면, 프로답게 최선을 다하고 오라. 나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 참 미안하고 고마웠습니다.
Q. 강원전에서 선발로 나섰잖아요. 아내 걱정으로 경기에 집중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듯합니다.
솔직히 아내 걱정이 컸습니다. 세상 밖으로 나올 아기도 걱정이 됐고요. 아내의 말을 떠올리면서 최대한 팀에 손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아내가 “경기 잘 마치고 오라”는 바람을 전했거든요. ‘지금은 경기에만 집중하는 게 맞다’고 계속 되뇌었던 것 같습니다.
Q. 아들 사진을 처음 봤을 때 어떤 감정이었습니까.
아내가 아침부터 진통을 느끼긴 했지만, 강원과의 경기 중 아들이 태어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다음날로 넘어가는 새벽쯤 ‘아이가 태어날 수도 있다’는 얘길 들었으니까. 경기 끝나자마자 아내가 걱정돼서 연락하려는데 메시지가 와 있었습니다. 제 아들 사진이었어요.
Q. 어땠어요?
아들의 사진을 처음 본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태어나서 가장 큰 행복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아주 행복했어요. 솔직히 당장 달려가고 싶었죠(웃음). 제가 집이 부산이거든요. 강릉에서 부산으로 가는 가장 빠른 버스가 밤 11시에 있었습니다. 그 버스를 타고 5시간을 이동해서야 아내와 아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Q. 아빠가 됐습니다. 1주일 동안 ‘책임감이 더 커졌다’는 걸 느꼈을 듯합니다.
진짜 커졌어요. 어깨도 좀 무거워진 듯합니다(웃음). 가족을 위해서 더 열심히 뛰어야 합니다. 프로축구 선수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을 거예요. 자랑스러운 남편이자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Q. 부대 내에서 가장 큰 축하를 해준 이가 있습니까.
많은 분이 축하를 해주셨습니다. 모든 분께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아주 큰 축하를 받아서 더 행복한 듯합니다.
Q. 군 동기인 이동경과 절친한 사이잖아요. 이동경이 육아 선배이기도 한데요. 이동경이 조언해 준 게 있습니까.
(이)동경이가 자주 해준 얘기가 있습니다. 동경이가 “애들 금방 큰다. 너무 빨라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어요. 동경이가 아이가 커 가는 걸 지켜보지 못해 아쉬워하더라고요. 저나 동경이나 아이의 성장을 눈과 마음에 최대한 담아보고 싶어요. 아내와 함께 아들을 잘 키우고 싶습니다.
Q. 전역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제2의 축구 인생이 시작되는 시기에 아버지가 됐는데요. 새로운 목표도 있을 듯합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생활하다 보니 전역에 다가선 듯합니다. 건강하게 전역해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라운드 위에선 항상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싶습니다. 제 축구 인생이 후반전에 돌입하는 거잖아요. 멋진 골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게끔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Q. 아내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 듯합니다.
아내가 혼자서 너무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남편으로서 옆에 있어 주지 못한 게 너무 미안합니다. 전역하면, 매일 아내와 아들을 지켜줄 거예요. 아내에게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김천=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