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팔꿈치 파울.
24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FC안양과 대전하나시티즌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27라운드가 열렸다. 경기는 안양의 3-2 역전승이었다. 대전이 39초 만에 선제골을 기록하며 앞서갔지만, 안양이 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기록했다. 후반전 대전은 추가골로 다시 앞서갔으나, 수비수 하창래의 경고 누적 퇴장으로 악재가 발생했다. 안양은 에이스 마테우스의 동점골과 역전골이 연달아 터지며 3연패를 끊고 4경기 만에 승전고를 울렸다.
치열했던 승부 속 다소 석연치 않은 판정이 있었다. 경기에서 퇴장을 당했던 하창래의 첫 번째 옐로카드 상황이다. 전반 35분 하창래는 안양 공겨수 모따와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팔꿈치로 모따의 안면부를 가격했다. 모따는 관자 부위를 잡고 고통을 호소했고, 의료진이 투입돼 상태를 확인하기도 했다. 송민석 주심은 곧바로 하창래에게 옐로카드를 꺼내 보였다.
해당 장면은 최근 안양-포항스틸러스전에 있었던 ‘팔꿈치 판정 논란’을 떠올리게 했다. 15일 같은 장소에서 안양과 포항은 리그 26라운드를 치렀다. 당시 전반 추가시간 포항 공격수 이호재가 공중볼 경합 도중 안양 미드필더 김정현의 얼굴을 가격했다. 김정현은 눈 밑 부위가 찢어져 심한 부상을 당했다. 당시 경기를 관장한 김종혁은 주심은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후 후반 40분 안양 수비수 권경원이 포항 공격수 주닝요를 막는 과정에서 경합을 벌이다 턱부위를 팔꿈치로 쳤다. 이때 김종혁은 주심은 곧바로 레드카드를 보이며 퇴장을 선언했다. 같은 팔꿈치 파울이었으나, 다른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두 장면 모두 최종 ‘오심’ 판결이 났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1일 제10차 상벌위원회를 열어 이호재에게 사후 징계(2경기 출전 정지), 권경원에게는 사후 감면(레드카드 취소)을 부과했다.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이호재의 반칙을 두고 “점프를 하기 위해 팔꿈치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나, 설령 상대를 가격할 고의가 없다고 하더라도 상대를 가격할 위험이 있음을 알면서도 그러한 행동을 취했다고 바라봤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반면, 권경원에 대해서는 “상대 선수를 가격하기 위한 추가적인 행동이 없었다. 안면을 가격한 부위 또한 팔꿈치 등 단단한 부위가 아니기 때문에 퇴장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안양과 대전전 나온 장면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록 하창래가 후반전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며 가려지긴 했으나, 송민석 주심은 온필드 리뷰조차 없었다. 이호재의 반칙 장면과 유사했다. 심판위원회는 ‘고의성이 없더라도 위험을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기준점을 제시하며 오심을 인정했지만, 불과 1경기 만에 비슷한 장면에서 다른 기준점을 적용했다.
팔꿈치 파울은 고의성을 떠나 퇴장 여부와 직결되는 ‘심한 반칙(Serious foul play)’에 해당한다. 프리미어리그, 라리가, 분데스리가, 세리에A, 리그앙 등 유럽축구 주요 5대 리그에서도 판정 과정에서 엄격하게 다룬다. K리그 또한 그동안 팔꿈치 파울이 퇴장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많았다. 6월 29일 포항과 FC서울전에서 포항 오베르단이 의도치 않은 파울로 퇴장을 당했고, 7월 22일 대구FC와 안양전에서는 대구 카이오가 헤더 상황에서 팔꿈치를 사용해 퇴장됐다. 9일에는 수원삼성 일류첸코가 안산그리너스와 K리그2 24라운드에서 공중볼 경합 도중 상대를 팔꿈치로 가격해 VAR 판독 끝에 레드카드를 받기도 했다.
꾸준히 팔꿈치 사용과 관련해 K리그 심판도 엄격한 기준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명확한 기준점이 사라져 의문만 커지고 있다. 심판 판정에 대한 팬들의 의구심이 큰 상황에서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심판 판정의 투명성과 소통 강화를 목적으로 VAR PA(비디오 판독 결과 장내 방송)까지 도입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멈추지 않은 연속된 오심으로 오히려 신뢰만 더욱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문진희 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은 KBS스포츠 HOT다리 영표: 전술의 재발견에 출연해 심판들을 향한 존중을 호소했다. 그는 “(심판들을) 존중하고 지켜봐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기를 잘 운영하고 오심을 줄이려는 노력은 당연하다. 심판들의 (판정이 잘못될 경우) 혼자만의 갈등, 심리적인 외로움이 크다. 행정처분을 받아 3주 간 쉴 경우 쓸쓸함이 찾아오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오락가락한 판정으로 차가운 시선을 받는 가운데 공감 또한 얻지 못했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