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3일 강원도 강릉 하이원 아레나에서 열린 강원 FC와 FC 서울의 경기였다. 강원이 서울에 3-0으로 앞선 후반 15분이었다. 서울 김진수가 야잔에게 전진 패스를 건넸다. 야잔이 이 볼을 다시 뒤로 내줬다. 그런데 야잔의 패스에 힘이 너무 실렸다. 김진수를 지나친 공이 서울 진영에서 기회를 엿보던 강원 스트라이커 이상헌에게 향했다. 이상헌이 빠르게 뛰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김진수가 뛰어올라서 태클을 가했다. 김진수는 공을 건드리지 못했다. 힘이 강하게 실린 김진수의 발이 향한 곳은 이상헌의 발이었다. 이상헌은 위험을 감지하고 순간적으로 뛰어올랐다. 만약 이상헌이 김진수가 태클을 가하는 순간 뛰어오르지 않았다면, 더 큰 부상을 당했을 정도로 위험했다.
이상헌은 더 이상 뛸 수 없었다. 강원 정경호 감독은 후반 21분 이상헌을 빼고 강윤구를 투입했다.
이상헌은 이날 결승골이 된 팀의 세 번째 득점을 터뜨리는 등 좋은 몸 상태를 자랑했다. 하지만, 이상헌은 다른 선수들보다 일찍이 이날 경기를 마무리해야 했다.
가장 놀라운 건 해당 장면이 ‘반칙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레드카드가 나와도 이상할 게 없는 거친 태클이라고 봤지만,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비디오판독(VAR)도 하지 않았다.
경기 후 강원 선수들이 팀 미팅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이었다.
이상헌은 축구화를 신지 못했다. 발이 퉁퉁 부은 까닭이었다.
이상헌은 “상태를 좀 봐야 할 것 같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판정에 관해선 말을 아꼈다.
강원 관계자도 마찬가지였다. 판정에 관해선 말을 하지 않았다. 강원 관계자는 연이은 질문에도 “판정에 관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답했다.
이유가 있다.
K리그에선 그 누구도 심판 판정에 관해선 언급할 수 없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정관 규정 제6장 상벌 유형별 징계 기준엔 ‘심판의 권위를 부정하는 행위’에 대한 징계 규정이 나와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감독, 선수, 구단 관계자 등은 심판 판정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할 수 없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선 물론이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서도 심판 판정을 비판할 수 없다. 심판 판정을 비판하면, 5~10경기, 500~1,000만 원 이하의 제재금이 부과된다. 사후 심판 및 판정을 비방하면 3~10경기 출전 정지, 300만 원 이상의 제재금이 부과된다.
현장을 취재하는 취재진이 경기 당일 해당 판정을 내린 심판에게 설명을 들을 방법도 없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판정을 내린 심판의 설명을 듣는 걸 규정으로 막아놨다.
K리그 심판에겐 ‘대한축구협회(KFA)의 사전 승인 없이 경기 전후 판정과 관련된 일체의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 KFA 심판 규정 제20조 ‘심판의 의무’ 제4항에 명시된 ‘의무’다.
이날 강릉 하이원 아레나엔 7,572명의 관중이 함께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예상보다 많은 팬이 경기장을 찾았다.
강원 팬들은 맨눈으로 봐도 반칙이 분명해 보이는 장면이 왜 휘슬조차 불리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지금도 알지 못한다.
MK스포츠는 심판평가관에게만 해당 장면 관련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심판평가관은 “결과부터 말하면, 김진수의 태클은 반칙이 맞다”고 짚었다. 이어 “옐로카드를 줬어야 한다. 김진수가 이상헌의 발목을 가격했다면 다이렉트 퇴장이다. 하지만, 이상헌이 뛰어오르면서 발목이 아닌 발을 가격당했다. 김진수는 늦긴 했지만 발을 빼는 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레드카드가 아닌 옐로카드가 맞다”고 했다.
[강릉=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