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TV로, 자녀는 게임으로 접한 선수들이 상암벌을 가득 메웠다. 현역에서 물러났음에도 팬들은 자신이 뜨겁게 응원하던 레전드들을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5 아이콘매치: 창의 귀환, 반격의 시작’이 열렸다.
지난해 처음 개최된 아이콘매치는 올해 두 번째를 맞았다. 첫날인 13일에는 출전 선수들의 1vs1 끝장 대결, 볼터치 챌린지, 파워도르(슈팅 대결), 커브 슈팅 챌린지 등 이벤트가 진행됐고, 14일에는 FC스피어와 실드 유나이티드의 메인 매치가 펼쳐졌다.
‘공격수 vs 수비수’의 대결 구도로 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아이콘매치는 올해 ‘공격의 반격’ 콘셉트로 치러졌다. 지난해 수비수 팀 실드 유나이티드가 공격수 팀 FC스피어를 4-1로 꺾었다. 올해 초부터 두 번째 아이콘매치 개최 소식이 알려졌고, 두 팀은 선수단 보강에 나섰다. 이 소식은 유튜브와 SNS를 통해 퍼져갔다. 그러면서 유튜브 채널 ‘슛포러브’를 통해 새로 합류한 선수들의 얼굴이 공개됐고 팬들의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이번 아이콘매치에는 지난해 활약했던 디디에 드로그바, 에당 아자르, 리오 퍼디난드, 카를레스 푸욜, 욘 아르네 리세, 박지성 등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가레스 베일, 마이콘, 알레산드로 네스타, 잔루이지 부폰, 이케르 카시야스, 지우베르투 시우바, 이영표 등이 새롭게 합류했다.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인물은 ‘외계인’ 호나우지뉴와 ‘리버풀의 영원한 주장’ 스티븐 제라드였다. 두 선수는 등장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팬들의 함성을 독차지했다.
이번 대회의 큰 변화는 감독이었다. 지난해 FC스피어는 티에리 앙리, 실드 유나이티드는 파비오 칸나바로가 맡았으나, 이번에는 ‘명장 모시기’에 성공했다. 아스널의 무패 우승을 이끌었던 ‘교수님’ 아르센 벵거가 FC스피어를, 리버풀의 이스탄불 기적을 만든 ‘마법사’ 라파엘 베니테스가 실드 유나이티드의 지휘봉을 잡았다. 지략 대결 또한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벤트 매치부터 메인 매치까지 팬들의 응원은 뜨거웠다. 13일 이벤트 매치에서는 아르네 리세가 슈팅 파워 챌린지에서 준비된 벽 15개를 모두 격파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1vs1 끝장 대결에서는 부폰, 카시야스 등 골키퍼들이 직접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며 색다른 장면을 만들기도 했다.
14일 메인 매치에서는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조합이 성사됐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드로그바, 앙리, 루니, 제라드가 FC스피어 유니폼을 입었고, 퍼디난드, 아르네 리세, 솔 캠벨 등은 실드 유나이티드에서 호흡을 맞췄다. 바르셀로나 전성기를 이끌었던 호나우지뉴와 푸욜이 적으로 만났고, 맨유 출신 루니와 박지성은 퍼디난드, 네마냐 비디치, 마이클 캐릭을 상대로 맞섰다.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도 깜짝 등장했다. 본 경기 시작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팬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또 한 명의 ‘스타’는 국제축구연맹(FIFA) 심판위원장 피에를루이지 콜리나였다. 국내에서 ‘외계인 심판’으로 불리는 그는 직접 주심을 맡아 오랜만에 휘슬을 불었다.
아이콘매치는 감독들에게도 특별했다. 벵거 감독은 “굉장히 흥미진진한 경기였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어 즐거웠다. 이렇게 많은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나 역시 처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베니테스 감독도 “재밌는 경험이었다. 수비수와 공격수 간의 대결이 흥미로웠고, 오늘 뛴 선수 모두가 월드클래스였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과 이벤트를 준비한 주최 측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선수들의 감회도 남달랐다. 아자르는 “오랜만에 동료들을 만나 즐거웠다. 내년에 또 오고 싶다”고 했고, 박지성은 “상암에서 다시 뛰게 돼 기뻤다. 팬들이 즐겁게 보신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루니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고 소감을 남겼다.
넥슨 박정무 사업부사장은 아이콘매치의 역할을 두고 “아버지는 현역 시절을 추억하고, 아들은 게임으로 선수를 접한다. 가족 단위 관객이 함께 찾아 세대 간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밝혔다.
아이콘매치는 팬들에게 또 하나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 벌써 2026 아이콘매치 개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암(서울)=김영훈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