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밟은 경기장. 가장 오랫동안 팀에 머문 선수. FC안양에는 기회를 잡기 위해 묵묵하게 노력한 이상용이 있었다.
이상용은 지난달 28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광주FC와 하나은행 K리그1 31라운드에서 전반 25분 부상을 입은 강지훈을 대신해 경기장에 나섰다.
이날 교체 출전으로 이상용은 리그 첫 출전을 기록했다. 2017년 안양에서 프로 데뷔 후 8년 만에 K리그1 데뷔전이자 2022년 8월 16일 부천FC1995전 이후 1,139일 만에 출전이기도 하다.
유병훈 감독은 광주를 상대로 3백과 4백을 혼용하며 상황에 따라 대처법을 가져갔다. 풀백과 중앙 수비수를 오갈 수 있는 이상용의 역할도 컸다. 강지훈을 대신해 우풀백으로 투입한 이상용은 후반전에는 좌측 중앙 수비수 자리에서 활약을 이어갔다.
이상용은 갑작스러운 투입에도 안정된 수비력을 보여줬다. 경기 후 유병훈 감독은 이상용에 대해 “그동안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는데, 오늘이 1부 리그 데뷔전이었다. 자신의 역할을 120% 이상 해줬다. 상대 에이스를 봉쇄하는 역할이었고, 좋은 모습이었다. 기대에 보답했다”라고 칭찬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이상용은 “무얼 느낄 시간도 없이 순식간에 지나간 기분이다. 막상 경기가 끝나니 조금 실감난다”라며 경기에 나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앞서 오늘 경기에 투입될 수 있다고 언지를 줬다. 그런데 (강)지훈이의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빨리 들어가게 됐다. 이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상대 에이스인 헤이스를 전담 마크하기로 약속했었다. 그래서 오른쪽, 왼쪽 가리지 않고 이동하면서 뛰게 됐다. 다행히 혼란이 있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상용은 부상 투혼까지 보였다. 후반전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팀 동료와 충돌로 머리 뒤편이 찢어지는 부상이 있었다. 출혈이 발생했고 붕대를 감싼 채 경기를 소화하기도 했다.
이상용은 “처음에 출혈까지 있었는지 몰랐다. 주변에서 피가 많이 난다고 해서 알았다. 그러니 머리가 조금 어지럽더라. 상대와 부딪힌 줄 알았는데 (이)창용이 형 앞니와 충돌했다. 형이 더 아플 것 같다. 당시 형이 괜찮냐고 물어봤는데 치아 사이에 제 머리카락 한 올이 끼어 있던 것 같기도 하다”라고 웃어 넘겼다.
2022년 당시 K리그2 출전 후 이상용은 공백기도 있었다. 2023년 군복무를 이어갔고, 올해 팀에 합류했다. 공식전 기준으로는 4월 16일 세종SA와 코리아컵 3라운드에서 첫 경기를 뛰었고, 리그에서는 광주전이 첫 출장이었다. 오랜 기다림을 마친 이상용은 “보통 기회가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오늘 그 기회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확실하게 기회를 잡았다고 말하지는 못 하겠다. 그래도 이렇게 경기에 나선 것에 만족한다.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함께 나서는 동료들을 진심으로 응원할 줄 알아야 한다. 밖에서 보든, 벤치에서 보든 큰 소리로 이야기해주고 한 팀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모두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항상 경쟁을 하면서도, 언제든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는 몸 상태를 유지하고자 한다. 모두가 잘 버텨줘야 팀이 잘 돌아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상용은 현재 안양 선수단 중 가장 오랫동안 팀에 머문 선수이기도 하다. 2017년 데뷔 후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면 오직 안양에서만 뛴 ‘원클럽맨’. 그는 “안양을 생각하면 ‘가족’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어느 팀과 비교해도 자부심을 갖고 이는 말할 수 있다. 우리 팀은 구단 사람들부터 선수단, 팬들 모두 가족 같은 분위기다. 모두가 하나로 뭉치는 것이 안양의 가장 큰 장점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사실 이적에 대해 생각 안 한 것은 아니다. 선수라면 누구나 경기장에 나서고 싶다. 하지만 저를 신인 때 받아준 팀이 안양이다. 더 경쟁하고, 더 오래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까지 팀에 머물고 있고, 더 부딪히고 경쟁해서 안양에서 더 활약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안양=김영훈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