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존박이 8년의 기다림을 완벽한 라이브로 보답하며, 그 자신이 하나의 장르이자 브랜드임을 입증했다.
존박은 지난 12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단독 콘서트 ‘꿈처럼(Like a Dream)’을 개최하고 관객들과 만났다. 이번 공연은 지난 2017년 ‘MONO’ 이후 같은 장소에서 8년 만에 열린 단독 콘서트로,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공연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3일간의 여정을 마친 이번 콘서트는 화려한 특수효과나 대형 LED 스크린 영상, 게스트의 등장 등 통상적인 콘서트의 흥행 공식을 과감히 배제했다. 대신 그 빈자리를 꽉 채운 것은 풀 밴드의 밀도 높은 라이브 연주와 존박의 대체 불가능한 목소리였다. 인터미션 없이 120분간 쉼 없이 이어진 무대는 존박이 ‘스타’를 넘어 무대 전체를 장악하는 ‘공연형 아티스트’로 거듭났음을 선포하는 자리였다.
#. 재즈 바로 변신한 공연장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커튼이 내려가고 핀 조명이 켜지자, 무대는 순식간에 1920년대 뉴욕의 재즈 클럽으로 변모했다. 정규 2집 수록곡 ‘BLUFF’로 포문을 연 존박은 특유의 그루브 넘치는 중저음으로 관객을 맞이했다. 이어 ‘Skit’과 ‘DND(Do Not Disturb)’로 이어진 초반부는 이번 공연이 지향하는 ‘빈티지 팝’과 ‘재즈’의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오프닝 무대가 끝나자 존박은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로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운을 뗐다. 예능에서의 엉뚱하고 친근한 ‘박’의 모습으로 관객들의 긴장을 풀어주다가도, 노래가 시작되면 순식간에 진지한 뮤지션 ‘존’으로 돌변하는 모습은 이번 공연의 백미였다. 그는 “오늘은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우리가 함께 만드는 소리와 호흡에 집중하고 싶었다”며 이번 공연의 지향점이 오로지 ‘음악’ 자체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존박은 이번 공연의 큐시트를 자신의 음악적 서사에 맞춰 정교하게 직조했다. ‘제자리’, ‘ALL I WANT’ 등을 통해 감성적인 발라드 넘버를 선보이다가도, ‘NIGHTCRAWLER’와 ‘왜 그럴까’에서는 밴드 세션의 역동적인 연주와 호흡하며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했다. 특히 기타 솔로 파트와 이어진 ‘이게 아닌데’ 무대에서는 별다른 무대 장치 없이 오직 조명과 사운드만으로 700석 규모의 공연장을 압도하는 흡입력을 보여주었다.
#. 팬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같았던 무대
12월의 콘서트답게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특별한 선물도 준비됐다. 존박은 중반부 ‘Love Again’을 시작으로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The Christmas Song’으로 이어지는 캐럴 메들리를 선보였다. 무대 위 갓등 조명이 따스하게 내려앉은 가운데, 존박의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와 보컬은 관객들에게 마치 따뜻한 벽난로 앞에 앉아 있는 듯한 포근함을 선사했다.
존박은 “이번 공연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꼭 해보고 싶었다”라며, 관객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노래했다.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한 연출 덕분에, 관객들은 오로지 존박의 숨소리와 악기의 떨림 하나하나에 온전히 몰입하며 ‘음악으로 위로받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공연형 아티스트’로서의 새로운 약속
무엇보다 이번 공연에서 눈길을 끈 것은 관객들을 향한 존박의 진심 어린 약속이었다. 존박은 “그동안 공연을 너무 오랫동안 쉬었던 것 같다. 준비하면서 무대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깨달았다”며 운을 뗐다.
그는 “앞으로는 자주 공연을 하고 싶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반드시 공연을 하려고 한다”고 밝혀 객석의 뜨거운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어 “다음 공연까지는 절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덧붙이며, 향후 방송 활동뿐만 아니라 라이브 무대를 중심으로 팬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는 존박이 단순한 보컬리스트를 넘어, 매년 겨울 믿고 볼 수 있는 브랜드 콘서트를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로 해석된다.
#. ‘네 생각’ 떼창부터 ‘꿈처럼’의 피날레까지…완벽한 기승전결
공연의 후반부는 존박과 관객이 하나 되는 축제의 장이었다. ‘Falling’, ‘VISTA’, ‘STUTTER’ 등 리드미컬한 곡들이 이어지자 관객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특히 그의 대표곡 ‘네 생각’이 울려 퍼질 때는 관객들의 자발적인 ‘떼창’이 더해져 뭉클한 장관을 연출했다.
앵콜 무대 역시 극적이었다. 다시 열린 커튼 뒤로 ‘Save Our Christmas’를 열창하며 등장한 존박은 마지막 곡으로 이번 콘서트를 관통하는 타이틀곡 ‘꿈처럼’을 선사했다. 무대 위로 미러볼이 돌아가고 ‘은빛 비’가 흩날리는 연출 속에, 존박은 “오늘 이 시간이 여러분에게도 꿈처럼 기억되길 바란다”는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번 ‘꿈처럼’ 콘서트는 존박이 가진 음악적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를 증명한 무대였다. 게스트 없이 홀로 20곡의 셋리스트를 소화하며 흔들림 없는 가창력과 노련한 무대 매너를 보여준 그는, 향후 가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공연형 아티스트’로서의 행보를 기대케 했다.
차가운 겨울밤, 팬들의 마음에 잊지 못할 온기를 남긴 존박. 그의 다음 ‘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손진아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