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故 이선균이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흘렀다. 그러나 그의 이름을 둘러싼 질문과 기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선균은 지난 2023년 12월 27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 향년 48세. 같은 해 10월 형사 입건된 그는 세 차례 공개 소환 조사를 받았고, 세 번째 조사 이후 나흘 만에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조사 과정 내내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했다. 간이 시약 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감정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자신은 유흥업소 관계자에게 속아 공갈·협박 피해를 입은 당사자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망 하루 전까지도 그는 “억울하다”며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끝내 공식적인 결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선균의 사망으로 마약 혐의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사건 관련 보고서를 외부로 유출한 전직 경찰관이 유죄 판결을 받으며, 무리한 수사와 피의사실 공표 논란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문화예술계 역시 침묵하지 않았다. 봉준호, 장항준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의성, 가수 윤종신 등 문화예술인연대회의는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은 생전 인격살인을 당했다”며 수사 관행과 인권 보호 제도 전반에 대한 재점검을 촉구했다.
시간이 흘렀지만 영화계와 팬들의 기억은 멈추지 않았다. 함께 작품을 했던 동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고인을 떠올리며 추억을 전했고, 최근에도 故 이선균 팬카페에는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균님별’, ‘오늘만 지나면…’, ‘오빠 메리크리스마스’ 같은 짧은 제목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길지 않은 문장 속에는 2년이 지나도 여전히 이름을 부르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1999년 데뷔한 이선균은 드라마 ‘하얀거탑’, ‘커피프린스 1호점’, ‘파스타’, ‘골든타임’을 거쳐 ‘나의 아저씨’로 깊은 울림을 남겼다. 영화 ‘끝까지 간다’, ‘기생충’을 통해서는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기생충’으로 칸국제영화제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중심에 섰던 그의 이름은, 여전히 한국 영화사의 중요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2년이 지났지만, 故 이선균을 둘러싼 시간은 완전히 과거가 되지 않았다. 그가 남긴 작품과 목소리, 그리고 “억울하다”는 마지막 호소는 여전히 질문으로 남아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