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kg 감량으로 완성된 박지훈의 턱선은 단순한 외형 변화가 아니라, 데뷔 28년 차 유해진이 ‘단종’이라는 인물을 믿게 만든 결정적 근거였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언론시사회가 21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렸다.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를 배경으로,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 엄흥도(유해진 분)와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 단종(박지훈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날 현장에는 박지훈과 유해진이 참석해 포토타임을 가졌다.
포토월에 선 박지훈은 이전보다 한층 더 정제된 인상으로 시선을 끌었다. 짧게 정리된 헤어스타일은 스타일링을 최소화한 대신 얼굴 윤곽을 그대로 드러냈고, 감량 이후 또렷해진 턱선과 얇아진 하관은 캐릭터에 몰입한 흔적처럼 보였다. 화려함보다는 담백함에 가까운 외형은 ‘잘 꾸민 배우’보다 ‘역할에 들어간 인물’에 가까운 인상을 남겼다.
브라운 톤의 스웨이드 재킷에 화이트 티셔츠와 셔츠를 레이어드하고, 워싱이 강한 와이드 데님을 매치한 스타일 역시 의도적으로 힘을 뺀 조합이었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정돈돼 있으면서도 날것의 분위기를 살렸고, 작품보다 앞서 나서지 않겠다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읽혔다. 포즈 역시 과하지 않았다. 간단한 V 포즈와 손으로 프레임을 만드는 제스처는 이날의 주인공이 배우 개인이 아닌 영화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이 같은 변화는 앞서 유해진이 언급한 박지훈의 연기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유해진은 최근 공개된 유튜브 채널 ‘테오’의 웹 예능 ‘살롱드립2’에 출연해, 데뷔 28년 차에도 인상 깊게 남은 후배로 박지훈을 꼽았다. 그는 “처음 만났을 때는 솔직히 살이 꽤 쪘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유해진에 따르면 박지훈은 전작 ‘약한영웅 Class’ 촬영을 마친 뒤 휴식기에 있던 시점이었고, 극 중 유배된 단종 역에 필요한 피폐하고 안쓰러운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어 걱정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 우려는 곧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박지훈은 촬영 준비 과정에서 약 두 달 반 만에 15kg을 감량하며 극단적인 변신을 선택했다.
유해진은 “진짜 안됐을 정도로 빼서 왔다”며 “그 모습을 보고 연기에 대한 신뢰는 물론, 사람 자체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단순한 체중 감량이 아니라, 역할을 위해 자신을 비우는 선택과 현장에서의 태도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것이다.
1988년 연극 ‘울타리 꽃’으로 데뷔해, 1997년 영화 ‘블랙잭’을 통해 스크린에 얼굴을 알린 유해진은 올해로 데뷔 28주년을 맞은 정통 연기파 배우다. 그런 그가 ‘믿고 갈 수 있는 후배’로 꼽은 박지훈은 이번 작품에서 외형과 태도 모두를 덜어내며 단종이라는 인물에 한층 가까워진 모습이다.
유해진과 박지훈이 함께 호흡을 맞춘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유배된 어린 선왕과 그를 모시는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묵직한 감정을 전할 예정이다. 박지훈의 혹독한 감량과 절제된 외형,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몰입이 스크린에서 어떤 울림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