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더 잘하고 싶다.” 주세종(35·광주 FC)이 환하게 웃으며 전한 말이다.
주세종은 2024시즌을 마치고 고민이 많았다. 큰 애정을 가졌던 대전하나시티즌과 이별했기 때문. 주세종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광주를 택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주세종은 “이정효 감독님이 계셔서 광주를 선택했다”고 했었다.
광주엔 2025시즌 후 큰 변화가 있었다. 팀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이정효 감독이 광주를 떠나 수원 삼성 지휘봉을 잡았다.
주세종은 2025시즌을 마치고 광주와 재계약을 맺었다.
주세종은 “내 축구 인생에서 2025년은 특별한 한 해”라며 “이정효 감독님과 함께하면서 배우고 느낀 게 정말 많다”고 말했다.
주세종은 이어 “이정효 감독께 미래를 배우고 싶어서 왔는데 선수로 더 잘하고 싶은 마음까지 커졌다. 선수로서 마음의 불씨를 태우게 해준 이정효 감독께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MK스포츠’가 광주의 2차 전지훈련지인 경상남도 남해에서 주세종과 나눈 이야기다.
Q. 새 시즌 개막이 다가오고 있다. 동계 훈련은 잘 진행하고 있나.
태국 전지훈련부터 남해 전지훈련까지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기존 광주 시스템에 이정규 감독님의 색채를 입혀가고 있다. 단계별로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지금은 세부 전술을 익히는 단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Q. 지난 시즌을 마치고 광주와 재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광주 유니폼을 입었다. 광주에서 생활하면서 축구 선수로서 애정, 열정이 커졌다.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커진 거다.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한 와중에 광주에서 좋은 제의를 해줬다. 구단에선 나에 대한 평가도 아주 좋게 해줬다. 광주에서 더 좋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
Q. 주세종의 축구 인생에서 지난해 1년은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그동안 많은 팀을 거쳤다. 많은 팀을 거쳤다는 건 많은 감독님과 함께했다는 거다. 국외에서도 뛰면서 여러 축구를 경험한 것 같다. 지난해는 그런 나의 축구 인생에서 새로운 축구, 새로운 훈련법을 배운 한 해였다. 나에게 큰 자극이 됐다. 축구를 대하는 태도와 생각 등이 180도 바뀌게 된 계기였다.
Q. 주세종은 광주에서 이름값이 가장 높은 선수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해 광주에서 붙박이로 활약했던 건 아니다. 축구계 예상보다 출전 시간이 많았던 건 아닌데 아쉽진 않았나.
광주에 처음 와서 한 달 정도는 적응에 집중했다. 그때 느낀 게 있다. 광주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진 팀이란 거였다. 광주만의 세세한 전술 등이 아주 잘 짜여 있었다. 그때 ‘내가 더 노력하지 않으면 출전 시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줄어들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훈련장에서부터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무엇보다 중요했던 건 나의 팀 합류가 늦었다. 팀이 시스템과 계획에 맞춰서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나 혼자 다른 생각과 모습을 보이면 안 되지 않나. 그건 나와 팀 모두에 마이너스다. 경기 출전 시간이 크게 아쉽거나 고민하진 않았다. 팀 적응을 어느 정도 마친 뒤인 여름부턴 경기에 꾸준히 나섰다. 그때 축구가 정말 재밌더라. 경기를 치를수록 ‘더 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던 것 같다.
Q. 주세종은 축구를 어떤 태도로 대하나.
나만 잘해선 안 되는 나이다. 선임이 되면서 주변을 더 살피려고 한다. 대부분의 선수가 실수를 줄이고, 부족한 부분을 최대한 감추려고 한다. ‘내가 해야 할 것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이정효 감독님을 만나서 배운 게 있다. 나로 인해서 옆에 있는 동료가 더 편하게 축구할 수 있다. 내 동료로 인해서 나 또한 더 편하게 할 수도 있더라. 이정효 감독님이 여러 번 강조한 부분이다. 이정효 감독께서 좋은 지도를 해주셨다. 이정효 감독님을 만나서 많이 배우고 변화하지 않았나 싶다.
Q. 주세종이 후배들에게 가장 강조하거나 조언하는 건 무엇인가.
제일 중요한 건 태도다. 축구를 대하는 태도가 정말 중요하다. 프로선수라는 건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다는 거다. 실력이 있으니까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은 것 아닌가. 잊지 말아야 할 게 프로면 프로답게 행동해야 한다. 훈련장에서나 경기장에서나 자기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 축구가 잘될 때나 안 될 때나 내가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든 똑같이 행동하고 변함없이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한다. 후배들에게 “한결같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1년 중 훈련 강도가 가장 높은 게 동계 훈련이다. 체력이 떨어지고 힘든 상황이 많다. 힘들 때 대충대충 하는 모습이 보이면 따끔하게 얘기한다.
Q. 축구에 항상 진심이다. 한결같음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동기부여는 뭔가.
간단하다. 축구를 더 잘하고 싶다(웃음). 베테랑이 되면 여러 우려가 따라붙는다. 간혹 ‘후배들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 분들에게 ‘나 아직 살아 있다’는 걸 보여준다기보단 나 자신과의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축구를 언제까지 할진 모르겠지만, 팬들 앞에서 뛰는 마지막 순간까지 한결같아지고 싶다. 나 자신과 ‘꾸준히 잘하는 선수로 보이다가 후회 없이 은퇴하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 지키려고 매일 노력한다.
Q. 주세종이란 이름값에 따르는 기대가 있다. 그런 게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나는 내가 축구를 잘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모든 사람에게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생각과 마음이 광주에 와서 많이 바뀌었다. 앞서서도 말했지만, 나로 인해서 동료가 더 편해질 수 있고, 내 동료로 인해서 내가 더 편해질 수 있는 게 축구더라. 이는 우리가 각자의 역할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축구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큰 책임감이 필요하다. 나에게 주어진 역할을 잘 생각하면서 팀을 위한 행동을 더 많이 하려는 것 같다.
Q. 이정규 신임 감독은 광주를 잘 아는 지도자다. 이정효 감독 시절과 차이가 크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큰 틀로 보면, 시스템엔 큰 변화가 없다. 감독님의 스타일, 스태프 운영, 훈련 등 비슷한 게 사실이다. 이정규 감독께선 코치로 이정효 감독님과 오랫동안 생활했었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나 미팅 운영 방식 등도 비슷하다. 다만, 이정규 감독님은 이정효 감독님 못지않게 축구 철학이 확고하신 분이다. 공격, 수비 양면에서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이정효 감독님과 차이가 있다. 선수 개개인에게 이정효 감독님 때와는 다른 요구 사항들이 있다. 선수들이 온 힘을 다해 이정규 감독님의 요구를 이행하고자 노력 중인 시기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
Q. 광주가 6일 전지훈련지인 남해스포츠파크에서 ‘2026시즌 남해 전지훈련 팬 투어’를 진행했다. 팬과 함께한 시간이었는데 어땠나.
대전에 있을 때 베트남에서 비슷한 시간을 가졌었다. 팬들은 우리의 존재 이유다. 팬들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동계 훈련이 길지 않나. 훈련이 길어지다 보면, 선수들도 사람인지라 지루해지곤 한다. 늘어지는 거다. 그 시기쯤 됐을 때 팬들과 시간을 보냈다. 훈련장에 평소보다 활기가 돌았던 것 같다. 집중력도 훨씬 올라갔었다. 뜻깊은 시간이었다.
Q. 올 시즌 K리그1에선 김천상무를 제외하곤 강등 팀이 안 나올 수도 있다. K리그1 구단들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나아갈 기회다.
일단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 우린 영입 선수 없이 올 시즌 전반기까지 버텨야 한다. 하지만, 광주가 그간 쌓아놓은 힘이 있다. 그 힘은 광주가 구축한 시스템으로부터 나온다. 올해도 광주만의 특색 있는 축구, 광주만의 스타일을 이어간다면, 우리가 버티는 팀을 넘어서 어떤 상대든 괴롭힐 수 있는 팀으로 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만만하지 않은 팀이란 걸 증명하고 싶다. 이정규 감독님의 색깔이 확실하게 녹아들고, 후반기 때 선수 보강이 이루어진다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나부터 더 노력하겠다.
Q. 일본 J1리그가 2025시즌을 마치고 30대 외국인 감독 2명을 품었다. 산프레체 히로시마 바르토슈 가울(38·폴란드-독일) 감독과 감바 오사카 옌스 비싱(38·독일) 감독이다. 가울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비싱 감독은 AFC 챔피언스리그 투(ACL2)에 나서는 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세계 축구 중심부의 트렌드를 따라가는 선택이자 아시아에선 대단히 파격적인 선임이다. 일본, 특히 감바에서 뛰지 않았었나. 일본은 왜 이런 파격적인 선택이 가능한 거라고 보나. 문화적인 차이일까.
문화적인 차이일 수도 있지만, 내가 생각했을 땐 규모의 차이가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J1리그에만 20개 팀이 있다. J2리그(2부)에도 20개, J3리그(3부)에도 20개 팀이 있다. 팀이 많다는 건 감독의 기회도 많다는 뜻이다. 그런 게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볼 수 있는 환경으로 이어지지 않나 싶다. K리그는 J리그보다 팀 수가 적다. 일본에서도 성적을 중시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한국은 아무래도 경험이 많은 감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다만, 한국도 많이 바뀌고 있다. 우리 이정규 감독님도 그렇고, 이정효 감독님도 그렇지 않나. 감독님들의 연령대가 과거보다 낮아지고, 색깔은 더 짙어지고 있다. 훈련의 디테일도 갈수록 좋아진다. 우리도 젊은 지도자들이 중심을 잡고 점점 발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나 싶다.
Q. 이정효 감독이 지난 시즌을 마치고 수원으로 향했다. 이정효 감독과 나눈 이야기가 있나.
쉴 때 이정효 감독님과 통화했다. 이정효 감독께 “잘하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감독님에게 감사한 게 많다. 이정효 감독님은 내게 향후 코치가 되었을 때 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틈틈이 가르쳐주셨다. 메모장에 하나도 빠뜨림 없이 적어놨다. 그게 언젠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내가 광주에 온 큰 이유 중 하나가 이정효 감독께 미래를 배우고 싶어서였다. 정말 많이 배웠다. 재밌는 건 미래를 대비하려고 왔는데 선수로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커졌다. 선수로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의 불씨를 태울 수 있게 해주신 이정효 감독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Q. 광주 팬들에게.
쉽지 않은 시즌일 수 있다. 하지만, 광주의 저력을 믿는다. 광주가 구축한 시스템으로 충분히 견뎌낼 수 있을 거다. 누군가는 ‘광주가 제일 약하다’고 볼 수도 있다. 강등 후보로도 꼽힐 수 있다. 내부에선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우린 우리를 믿는 까닭이다. 모든 구성원이 서로를 믿고 온 힘을 다하고 있다. 갈수록 자신감도 쌓인다. 팬들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경기장 많이 찾아와주셔서 선수들이 더 신나게 뛸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좋겠다. 팬들의 성원에 꼭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
[남해=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