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펴지는 거 같다.”
인터뷰실에 들어온 우리카드 아웃사이드 히터 김지한(27)은 멋쩍게 웃었다. 앞서 진행한 방송 인터뷰에서 설 연휴를 기념해 입었던 곤룡포를 그대로 입고 들어온 것. 팀 동료 알리가 “주몽같다”고 놀리기도 했다.
김지한은 15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5라운드 OK저축은행과 홈경기 그야말로 왕같이 활약했다. 공격 점유율 26.39%, 공격 성공률 57.89% 14득점 기록하며 팀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승리 소감을 묻자 “강팀들을 차례대로 이길 수 있어서 좋다. 우리 경기력이 나오고 있고 모든 선수들의 퍼포먼스, 팀워크가 좋아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리카드는 3라운드까지 6승 12패에 머물렀고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이 경질되는 등 어려운 시간들을 보냈다. 그러나 박철우 대행 부임 이후 4라운드를 4승 2패로 마친 것을 시작으로 5라운드는 4승 1패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그는 “팀적으로 달라졌다”며 생각을 전했다. “(한)태준이가 토스하는 것도 달라졌다. 내가 공을 들어가는 스텝부터 방향까지 모든 부분을 계속 생각하며 연습하는데 정립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바뀐 분위기에 대해서도 말했다. “운동할 때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경기할 때 약간 더 즐긴다고 해야할까? 경기가 잘 되니까 그럴 수도 있는데 분위기가 밝아졌다. 범실을 해도 위로해주고 누군가 잘하면 더 좋아해주는 모습이 극대화됐다”며 설명을 이었다.
김지한에게 쉬운 시즌은 아니었다. 시즌 초반에는 대표팀 일정 여파로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그는 “준비할 시간이 없었던 것도 맞고,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그게 내 실력이었던 거 같다”며 아쉬움을 삼켰다.
시즌 중반 이후에도 부진은 계속됐다. 3라운드 공격 송공률 38.53%, 4라운드 43.75%로 그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교체 아웃되는 경우도 잦아졌다. 지난 10일 대한항공과 원정경기에서는 1세트와 3세트 도중 교체됐고 4세트는 아예 웜업존에서 지켰다.
이날 경기에서 완전히 반등에 성공한 그에게 조심스럽게 교체됐을 때 느꼈던 점에 대해 말했다. 그는 “팀의 작정상 (교체를)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내가 못하고 있기에 교체된 경우가 많았다”며 현실을 인정했다. “기분이 나쁘기보다는 교체를 했을 때 (바뀐 선수가) 충분히 잘해주고 이긴 경기도 있기에 좋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내가 부족했던 것이기에 연습을 많이 하고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생각을 전했다.
박철우 감독 대행은 “스스로 자청해서 훈련량을 늘리고 있다”며 김지한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격을 많이 해줘야 하는 포지션인데 혼자 남아서 3~40분 동안 더 공격 연습을 하고 가고 그러는데 훈련 때 그런 내용들이 경기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김지한의 노력을 칭찬했다.
이어 “교체는 자극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경기 흐름상 변화를 줘야할 때 교체한 것이다. 들어갔을 때 최선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나갔을 때 화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웜업존에서 선수들의 목소리가 다 들리는데 열심히 응원해주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모습을 봤을 때 우리 팀이 원 팀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주전 선수의 성숙한 자세를 칭찬했다.
김지한은 “내가 잘했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경기들이 꽤 있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스스로 추가 훈련을 자처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금이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승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말을 이었다.
우리카드는 아직 6위에 머물러 있지만, 3위 OK저축은행(45점)와 4점 차를 유지중이다. 봄 배구에 대한 희망이 커지고 있다.
“승점 1점이 고픈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며 해이해지지 않고 잘 끌어가며 마지막에 웃었으면 좋겠다”는 각오를 남긴 그는 인터뷰 내내 입고 있는 곤룡포를 그대로 걸치고 자신과 포토타임을 위해 팬들이 기다리고 있는 코트로 향했다.
[장충= 김재호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