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님 부름 받고 싶다” 2년 참아온 부상 떨친 박규현···“독일 시절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내 인생의 자산” [이근승의 믹스트존]

“딱 2주라도 푹 쉬었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2주 무리해서 2년 고생했다. 큰 교훈을 얻었다.”

박규현(24·대전하나시티즌)의 고백이다.

박규현은 울산 HD 유소년 팀에서 성장해 2019년 7월 독일 분데스리가 베르더 브레멘으로 임대 이적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재능이다. 박규현은 브레멘 U-19 팀과 2군에서 경험을 쌓은 뒤 2021년 7월 브레멘 완전 이적에 성공했다. 박규현은 이후 브레멘 2군, SG 디나모 드레스덴(독일 3부) 등에서 경험을 더했다.

대전하나시티즌 박규현. 사진=이근승 기자

대전 황선홍 감독은 그런 박규현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챘다.

황 감독은 한국 U-24(24세 이하) 축구 대표팀을 이끌고 나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박규현을 불러들여 금메달을 획득했다.

박규현은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이끌던 국가대표팀에도 합류해 A매치 2경기를 소화했다.

박규현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큰 결심을 했다. 독일 도전을 마무리하고 황 감독이 이끄는 대전으로 향한 것. 박규현은 지난해 2월 15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2025시즌 K리그1 개막전에서 팀의 3-0 완승에 이바지하며 황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박규현.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하지만, 박규현에게 지난 시즌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박규현은 독일에 있을 때부터 치골염으로 고생해 왔었다. 팀을 위해 통증을 참으며 뛰어온 것이 문제가 됐다. 박규현은 탈장 수술까지 받게 되면서 지난 시즌을 온전히 소화하지 못한 채 마무리했다.

박규현은 지난 시즌 K리그1 13경기에 나서 1도움을 기록했다.

박규현은 이를 갈았다. 몸 상태가 완벽에 가까워지면서 자신감도 상승 중이다.

박규현은 “통증 없이 동계 훈련을 진행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다가오는 시즌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MK스포츠’가 경상남도 거제에서 박규현과 나눈 이야기다.

박규현.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동계 훈련 막바지다.

스페인 전지훈련을 잘 마쳤다. 스페인 전지훈련을 마친 뒤엔 거제로 장소를 옮겨서 2차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황선홍 감독님의 전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감독님의 축구를 경험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새 시즌을 앞둔 시기답게 선수들의 열정, 에너지가 남다른 듯하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선수층도 두꺼워져서 기대가 큰 시즌이다.

Q. 몸 상태는 어떤가.

제일 만족스러운 게 몸 상태다. 몸이 많이 좋아졌다.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통증이 없다. ‘아프지 않다’는 게 아주 감사하다. 지난 2년 동안 부상을 안고 경기를 치러왔다. 솔직히 경기를 뛰면서 불안감이 사라지질 않았다. 언제 쓰러질지 모르니까. 이젠 아니다. 훈련 강도가 가장 높을 때가 동계 훈련 아닌가. 이 기간 아프지 않아서 자신감도 붙는 것 같다.

Q. 독일 무대를 경험하고 돌아와 지난해 K리그1에 데뷔했다. 지난해를 돌아본다면.

상당히 아쉬운 한 해다. 독일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서 첫발을 내디딘 때였다. 나를 향한 의문과 비판이 많지 않았나. 경기장에서 증명하고 싶었다. 팬들에게 신뢰를 더할 경기력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 매우 아쉽다. 변명일 수도 있지만, 부상으로 경쟁조차 할 기회를 잃었다는 게 너무 아쉬운 것 같다.

대전하나시티즌 박규현. 사진=이근승 기자

Q. K리그1을 경험해 보니 어땠나.

독일에 있을 땐 K리그1을 챙겨보진 못했다. 독일에선 살아남는 데만 집중했던 까닭이다. 한국행을 결정하고 나서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K리그1을 챙겨봤다. K리그1은 한국 최고 선수들이 뛰는 무대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K리그1에서 뛰는 형들을 보며 꿈을 키웠다. 선수 개개인 능력, 기술 등 모든 부분에서 뛰어나다. 내가 경험한 독일과 차이가 있다면, 피지컬을 꼽을 것 같다.

Q. K리그1도 피지컬이 강해야 살아남는 무대 아닌가.

예를 들어보겠다. 이번 스페인 전지훈련에서 덴마크, 스웨덴 프로축구 1부 리그 팀과 연습경기를 했다. (주)민규 형이 K리그1에서 등지는 플레이를 가장 잘하는 스트라이커 아닌가. 민규 형은 상대 수비수에게 힘에서 밀리는 법이 없는 선수다. 그런 민규 형이 어려움을 겪었다.

Q. 유럽 선수들의 힘은 타고나는 건가.

내 생각엔 타고나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타고나는 골격이 다르다. 독일에서 유럽 선수들과 부딪혔을 때 한국에선 경험하지 못한 힘이라고 느꼈다. 밖에서 유럽 선수들을 보면 조금 느려 보이지 않나. 나도 그렇게 봤었다. 독일로 가서 막상 부딪혀보니까 그 힘으로 나의 스피드를 제어하더라. 축구가 몸싸움이 허용되는 스포츠란 기본을 다시 한 번 느꼈었다.

박규현(사진 오른쪽). 사진=대한축구협회

Q. 박규현은 축구할 날이 훨씬 많이 남은 젊은 선수다. 독일 시절은 축구 인생에서 어떤 의미로 남아 있나.

아무리 큰돈을 주더라도 살 수 없는 경험을 했다. 내 축구 인생에서 소중한 자산이다. 지금은 좋은 기억만 떠오른다. 가끔은 그립기도 하다. 당시엔 정말 힘들었다. 언어부터 시작해서 음식, 문화, 축구 등 모든 게 한국과 다르지 않은가. 독일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고 노력했던 시간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그래서 정말 소중하다.

Q. 지난해 여름 유럽 도전을 시작한 윤도영,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에서 활약 중인 양민혁 등 10대 때 유럽으로 향하는 선수가 늘어나고 있다. 유럽 무대를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일찍이 유럽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해 줄 수 있는 것이 있을 듯한데.

내가 무언가를 조언할 선수는 아니지 않나(웃음). 국외 생활을 먼저 해본 선배로서 이야기하자면, 유럽으로 나갔으면 무조건 부딪혀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주눅이 들어선 안 된다. 언어를 예로 들면, 실수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말을 어눌하게 하거나 단어가 틀리더라도 먼저 다가가야 한다. 나는 ‘내가 너희 나라로 와서 처음으로 독일어를 쓰는 데 실수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생각했다. 내 성격이 장점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나는 두려움 없이 무조건 다가갔다. 그래야 언어 실력이 빠르게 좋아진다.

Q. 인종차별 등의 고충은 없었나.

있었다. 보이지 않는 차별도 존재했다. 내가 몸담았던 팀엔 동양인이 나 하나였다. 나는 그들에게 낯선 존재이니 처음엔 어려움을 겪는 게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했다. 기가 죽지 않으려고 큰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쉽진 않다. 나도 사람인지라 상처받고, 먼저 다가가는 걸 주저할 때가 있었다. 그런데 방법이 없다. 내가 다가가지 않으면, 상황은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독일 도전이었다. 내가 극복하고 이겨내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다.

대전하나시티즌 박규현.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독일에서 힘겨운 시간은 어떻게 이겨냈나.

모든 일이 나 자신과의 싸움 아니겠나. 나와 많이 싸웠다. ‘포기할까’란 생각도 자주 했다. 그럴 때마다 독일로 온 이유를 떠올렸다. 축구를 더 잘하고 싶어서 어린 나이에 독일로 향했다. 내가 나를 위로하고 용기를 불어넣으려고 했다. 일과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선 ‘오늘은 어떤 게 잘 됐고, 어떤 게 안 됐는지’ 하나하나 정리했다. 내일은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했다. 축구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버티고 또 버텼다.

Q. 대전이 21일 슈퍼컵으로 올해 일정에 돌입한다. K리그1 2년 차 시즌에 대한 기대가 클 것 같은데.

(이)명재 형과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내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동계 훈련에서부터 좋은 경쟁 구도에 접어든 것 같다. 대전 팬들에게 박규현에 대한 신뢰를 높여드리고 싶다. 좋은 경기력으로 믿을 수 있는 선수라는 걸 증명하겠다. 가장 큰 목표는 국가대표팀 복귀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님 체제에서 국가대표팀에 데뷔했다. 홍명보 감독님 밑에선 한 번도 뛰어보지 못했다. 소속팀에서 내 가치를 증명한다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훈련장에서부터 매 순간 모든 걸 쏟아내고자 한다.

Q. 축구계는 대전을 2026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는다. 선수들에게 이런 전망은 부담으로 다가오나, 더 큰 자신감으로 느끼나.

부담은 없다. 개인적으론 부담을 느끼는 스타일도 아니다.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는 건 그만큼 큰 기대를 받는다는 것 아닌가. 감사하게 생각한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땀 흘리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매 경기 마지막이란 각오로 철저히 준비한다면, 결과는 저절로 따라오지 않을까.

대전하나시티즌 박규현. 사진=이근승 기자

Q. 지난 2년 동안 부상을 안고 뛰어왔다. 왜 오래 참았나.

2년 전 이 시기였다. 통증이 처음 느껴졌다. 당시엔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 신경만 조금 쓰이는 정도랄까. 경기하는 데 큰 영향이 없으니까 참았다. 그러다가 항저우 아시안게임(2023년)에 참가했다. 대회가 끝나자마자 소속팀 일정을 소화했다. 통증이 심해졌다. 겨울 휴식기 때였다. 여기서 부상으로 쉬게 된다면 완전히 밀려날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내 몸이 나에게 ‘안 좋다’고 얘기하는데 들어줄 수가 없었다. 아픈 걸 티 낼 수도 없었다. 나의 선택지는 뛰는 것뿐이었다.

Q. 많이 안 좋았던 것 같은데 참고 뛰어야만 했던 이유가 있나.

아시안게임 차출 문제로 구단과 트러블이 많았다. 아시안게임엔 국제축구연맹(FIFA)의 의무 차출 규정이 없지 않나. 한국에선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는 대회이다 보니 중요하게 여기지만, 구단은 이해하지 못했다. 처음엔 구단 입장도 이해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부딪히는 횟수가 늘어났다. 어렵게 아시안게임에 다녀왔던 거다. 대회를 마치고 돌아오니 분위기가 이전과 달랐다. 내가 ‘아프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선수라면 아프지만 참고 뛰어야 하는 시기가 한 번쯤은 오지 않나 싶다.

Q.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같은 선택을 할 건가.

아니다. 그때로 돌아가면 안 뛸 거다. 쉬어야 할 땐 쉬어야 한다. 내가 지난 2년 동안 고생하면서 얻은 교훈이다.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들이 하는 공통된 얘기가 윙백은 빠르게 달리면서 골반을 비틀어 크로스하는 상황이 많지 않은가. 그 과정에서 염증이 쌓이고 쌓인 것 같다고 했다. 치골염이란 게 처음엔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느끼는 데 초반에 확실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크게 고생한다. 아팠을 때 딱 2주라도 푹 쉬었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2주 무리해서 2년 고생했다. 지난해 치골염이 심해지면서 탈장 수술까지 받았다. 큰 교훈이다.

박규현.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박규현. 사진=대한축구협회

Q. 아픈 걸 참고 뛰면 경기력이 안 나오지 않나.

내 기량이 안 나온다는 게 느껴진다. 내 몸이 아닌 느낌이랄까. 평소 안 하던 실수가 늘고, 몸이 느려진다. 실타래가 한 번 엉키니까 계속 엉키더라.

Q. 이젠 부상 걱정 없이 뛰는 박규현을 볼 수 있는 건가.

앞서서도 말했지만, 동계 훈련을 잘 소화했다. 그라운드에서 내 스피드, 반응 속도가 나오고 있다.

Q. 대전 팬들의 기대가 큰 시즌이다.

대전은 항상 큰 응원을 받는 팀이다. 팬들에겐 늘 감사한 마음이다. 팬들의 관심과 사랑이 있어서 우리가 존재한다. 팬들에게 자랑스러운 선수이자 팀일 수 있도록 모든 걸 쏟겠다. 팬들이 바라보는 목표를 향해서 더 열심히 달려가겠다. 믿고 기다려주신다면 꼭 보답하겠다.

[거제도=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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