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딩 캐치는 안 해줬으면 좋겠어요.”
김현수(KT위즈)가 친정팀 LG 트윈스 동료들을 향해 유쾌한 농담을 건넸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는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염경엽 감독의 LG와 2026 프로야구 KBO리그 개막전을 치른다.
이번 경기는 또한 ‘김현수 더비’로 많은 관심을 끌고있다. 2006년 신고 선수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김현수는 2018시즌부터 지난해까지 LG의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지난 시즌이 끝난 뒤 3년 50억 원(계약금 30억 원, 연봉 총액 20억 원)의 조건에 KT와 손을 잡았다.
김현수가 잠실야구장에 원정팀 자격으로 온 것은 사실상 이날이 처음이다. 몸 담았던 두산과 LG 모두 잠실야구장을 홈 구장으로 사용하는 까닭이다.
경기 전 만난 김현수 “(잠실야구장에) 원정 와 보니 좀 이상하다. 편안한 경기라 생각하려 한다. 개막전 의미 부여는 어릴 때나 하는 것이다. 너무 다 쏟아부으면 1년이 좀 안 좋더라. 항상 경기에 열심히 하지만, 느낌을 다르게 가져가려 하지 않고, 한 경기라 생각하려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잠실 원정으로 온 것은 처음이다. LG, 두산 때는 왔다 갔다 하고 원정으로 뛸 때도 있었지만, 거의 홈 구장 같았다. 이렇게 호텔 이용하며 버스 타고 이동한 것은 처음이다. 아직은 여기가 익숙하다. 이제는 수원에 더 익숙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첫 타석에 서면 LG 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을 계획이다. 그는 “인사할 것이다. 야유 안 받으면 다행이지 않을까(웃음). 저는 그냥 열심히 인사할 것이다. 피치클락 걸리지 않게 할 것”이라며 ‘심판이 잠시 홈 베이스를 터는 센스를 발휘하지 않을까’라는 취재진의 발언에는 “심판님도 개막전이다 보니 긴장해서 모르실 수 있다. 피치클락 안 걸리게 해보겠다”고 배시시 웃었다.
명실상부 김현수는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타격 기계’다. 통산 2221경기에서 타율 0.312(8110타수 2532안타) 261홈런 152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67을 적어냈다.
지난해에도 존재감은 컸다. 140경기에 나서 타율 0.298(483타수 144안타) 12홈런 90타점 OPS 0.806을 기록, LG 타선의 한 축을 책임졌다. 백미는 한국시리즈였다. 5경기에 출전해 타율 0.529(17타수 9안타) 1홈런 8타점을 작성, 시리즈 MVP를 차지하며 지난 2023년 이후 2년 만이자 통산 네 번째(1990, 1994, 2023, 2025) LG의 통합우승을 견인했다.
그는 LG가 전력 약화가 있을 것 같다는 취재진의 말에 “전혀 없을 것 같다. 제가 그렇게 티 나는 성적은 아니었다. 그냥 강한 팀 상대로 우리 KT도 강해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더불어 “(두산에서 LG로 이적했을 때와 지금이) 젊을 때와 늙었을 때의 차이인 것 같다. 확실히 젊을 때는 너무 감정이 앞섰다고 해야 할까. 그런 게 있었다면 지금은 좀 더 침착하려 한다. 경기에 집중하려 한다. 이미 좀 느낌이 왔다. 오늘 못할 것 같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너무 세다. 오늘 제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이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현수는 역대 개막전에서 19개의 안타를 때렸다. 1개의 안타를 추가하면 최다 타이, 멀티 히트를 기록할 시 개막전 통산 최다 안타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참고로 현재 이 부문 1위는 20안타의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김태균, 정근우(이상 은퇴)다.
그는 “지금 들었다. 그런 것을 볼 여력이 없었다. 걱정만 됐다. 이기고 싶었다. 이기고 싶은 것은 어느 팀이다 마찬가지다. 시즌을 하면 144승을 하고 싶은 게 프로야구 선수들이다. 기분이 행동이 되지 않게 잘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이날 선발로 나서는 요니 치리노스와 더불어 옛 LG 투수들을 ‘적’으로 상대해야 한다.
김현수는 “더 안 좋을 것 같다. 제가 안다기 보다는 (LG 투수들이) 라이브 피칭, 청백전을 할 때 (저를 향해) 최선을 다해 던졌던 적이 없었다. 상대를 안 해봤다고 생각하는게 맞을 것 같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다. 라이브 배팅할 때는 저도 감각을 느끼려고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오지환, 박해민 등 LG의 철벽 수비도 뚫어야 한다. 그는 “상대 팀이니까 (LG 선수들도) 열심히 할 것이다. 슬라이딩 캐치는 안 해줬으면 좋겠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잠실(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