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전통가요가 지니는 시대적 위로와 그 맥을 잇는 진정한 아티스트의 탄생은 언제나 묵직하고 중요한 기록이다.
‘미스터트롯3’의 최종 우승자 김용빈은 이제 단순히 ‘오디션 스타’라는 얄팍한 수식어를 넘어, 한국 전통가요의 거대한 바통을 이어받은 상징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본지는 총 3회에 걸친 기획 연재를 통해 ‘트로트 신동’에서 ‘전통가요의 완벽한 계승자’로 거듭난 김용빈의 20년 음악적 서사를 조명하고, 그가 지닌 독보적인 보컬의 미학, 그리고 막강한 팬덤 ‘사랑빈’과 함께 그려나갈 K-전통가요의 글로벌 비전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편집자주]
[1편] 20년의 눈물과 거장의 선택… 완벽한 ‘전통가요 계승자’의 탄생 에 이어...
순정만화의 한 페이지에서 막 걸어 나온 듯한 수려하고 반듯한 외모. 동화 속 왕자님 같은 그가 지그시 눈을 감고 마이크를 쥐어 첫 소절을 뱉어내는 찰나, 정적을 찢고 공간을 지배하는 것은 다름 아닌 묵직하고 깊은 정통 트로트의 한(恨)이다.
시각적으로 뿜어내는 현대적인 세련됨과 청각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전통가요 특유의 원초적인 슬픔. 이 강렬한 ‘시청각적 카타르시스’는 대중의 눈과 귀를 동시에 옭아매는 김용빈만의 가장 독보적인 무기이자 대체 불가능한 매력이다.
가요계의 전설들이 앞다투어 그를 ‘정통 트로트의 미래’라 확신하는 이유, 그 거대한 기대감을 현실의 무대에서 완벽하게 증명해 내는 것은 결국 김용빈의 압도적인 ‘소리’ 그 자체에 있다.
대중음악 전문가들은 그의 보컬을 두고 “마치 숙련된 마에스트로가 다루는 정교하고 슬픈 첼로 선율 같다”고 입을 모아 평한다. 트로트라는 장르 특유의 과도한 기교나 작위적으로 소리를 꺾어내어 청중에게 감정을 강요하는 낡은 테크닉에 결코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타고난 묵직한 성종과 흔들림 없는 탄탄한 호흡을 바탕으로, 소리의 크기와 공명을 미세하게 조율하는 크레센도(점점 크게)와 디크레센도(점점 작게)를 그 어떤 베테랑 가수보다 자유자재로 가지고 논다. 악기의 현이 떨리듯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올리는 그의 진성은 듣는 이의 심장까지 고스란히 그 진동을 전달한다.
무엇보다 그의 노래가 대중의 가슴을 가장 깊숙이 후벼 파고 짙은 여운을 남기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억지로 슬픔을 쥐어짜 내지 않는 데 있다. 그는 무대 위에서 함부로 슬픔을 전시하지 않는다. 넘치는 감정을 밖으로 쏟아내기보다 속으로 꾹꾹 눌러 담고 담담하게 읊조리듯 부른다.
마치 내 옆에서 나지막이 위로를 건네는 듯한 ‘말하듯 부르는 설득력’은 듣는 이로 하여금 겹겹이 쳐둔 방어기제를 허물고 스스로 무장 해제하게 만든다. 감정이 폭발해야 할 절정의 순간에도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호흡을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무서운 능력은, 그가 가사 하나하나의 무게를 온전히 씹어 삼키고 체화했음을 보여준다.
기술적으로 완벽하지만 감정을 천박하게 과시하지 않는 우아한 품격. 이는 단순히 타고난 재능이나 단기간의 혹독한 보컬 트레이닝만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예술적 경지다. 20년이라는 길고 쓰라린 인고의 세월을 묵묵히 버텨내며 흘린 피눈물이 그의 뼈와 근육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만들어낸 나이테이자, 김용빈만이 도달할 수 있는 ‘기술적 절제의 미학’인 것이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