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훈, 트로트라는 장르를 넘어 음악의 본질로 말을 거는 가수 [홍동희 시선]

최근 서울 연세대학교 대강당을 뜨겁게 달궜던 안성훈의 두 번째 단독 콘서트 ‘ANYMATION in 서울’ 현장은 한 가수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하는 무대였다.

전석 매진의 열기 속에서 그는 자신의 뿌리인 정통 트로트를 비롯해 발라드, 록, 댄스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폭발적인 가창력을 쏟아냈다. 특히 장르의 변주를 아낌없이 보여준 공연 후반부는 그가 더 이상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라는 타이틀에 머물지 않음을 선언하는 듯했다.

평범한 트로트 가수를 넘어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완성형 ‘아티스트’로 도약한 그의 진화를 현장에서 목도하며, 이 무결점 보컬 뒤에 숨겨진 치열했던 음악적 서사를 지금 다시금 짚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안성훈, 트로트라는 장르를 넘어 음악의 본질로 말을 거는 가수. 사진=토탈셋

이처럼 무대 위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는 아티스트가 되기까지, 그가 지나온 발자취는 결코 순탄치 않았다. 2012년, ‘오래오래’라는 싱글 한 장을 들고 가요계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데뷔 이후의 세월은 곡 제목과는 달리 무대와 멀리 떨어진 시간이었다. 꿈을 이어가기 위해 생계를 직접 책임져야 했던 안성훈은 어머니와 함께 주먹밥집을 운영했다. 버스와 지하철을 오가며 막연히 무대를 그리던 청년은 그렇게 7~8년을 버텼다.

그 시절을 아는 이들이라면 지금의 안성훈을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2020년 ‘미스터트롯1’에 참가했지만 본선 3차전에서 아쉽게 탈락했고, 포기하지 않고 2023년 ‘미스터트롯2’에 재도전해 마침내 최고의 자리인 ‘진(眞)’을 차지했다. 오디션 우승이 곧 성공을 보장하는 시대에 두 번의 도전 끝에 거머쥔 트로피는 그래서 더 묵직하다. 단순한 경연 승자가 아니라, 패배와 기다림을 온몸으로 통과한 사람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트롯계의 안성맞춤’ — 장르의 벽을 허문 보컬리스트

안성훈이라는 가수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꺼내게 되는 것은 역시 목소리다. 그의 음역대는 여성의 Em키를 안정적으로 소화할 만큼 높으며, 이미자나 주현미 같은 여성 명인의 곡을 자신의 장기로 삼는다. 남성 보컬이 여성 원키 곡을 흔들림 없이 부른다는 것은, 단순한 기교가 아니라 성대의 구조적 특성과 수십 년의 훈련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의 고음은 이미 트로트계의 레전드 반열로 꼽힌다.

안성훈, 트로트라는 장르를 넘어 음악의 본질로 말을 거는 가수. 사진=토탈셋

그러나 그를 단순히 ‘고음 가수’로 규정하는 것은 절반의 설명에 불과하다. 트로트 특유의 꺾기와 비브라토를 과하게 쓰지 않고 곡의 흐름에 맞춰 필요한 곳에만 자연스럽게 얹어내는 창법, ‘극세사 트롯’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섬세하되 힘이 있고, 감성적이되 흔들리지 않는 이 목소리는 트로트를 넘어 발라드, 록, 댄스까지 어디든 스며든다. ‘복면가왕’에 출연했을 때 시청자들이 그를 전혀 다른 장르의 가수로 착각했을 정도로, 그의 장르 변환 능력은 단순한 모창이 아닌 완전한 재해석의 수준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 직후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트롯계의 안성맞춤’으로 불리고 싶다”고 당차게 선언한 그는 그 약속을 고스란히 지켜냈다. 최근 한 음악 예능에서는 발라드로 등장해 트로트 가수라는 편견을 완전히 깨는 무대로 타 장르 실력자들을 꺾으며 주목받았고, 심사위원들로부터 “장르를 초월하는 전천후 가수이자 기복 없는 완벽한 실력자”라는 극찬을 이끌어냈다.

감동의 출처 — 완벽한 기술 너머의 인생

기술적으로 완벽한 가수는 많다. 그러나 안성훈의 노래가 유독 사람들의 가슴에 깊게 남는 이유는, 그 목소리 안에 ‘살아낸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노래 첫머리에서는 곁에서 속삭이듯 차분하다가, 하이라이트에서 꾹 눌러왔던 감정을 터뜨리는 그의 창법은 결코 연습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안성훈, 트로트라는 장르를 넘어 음악의 본질로 말을 거는 가수. 사진=토탈셋

오랜 무명 시절의 절박함, 주먹밥집을 운영하면서도 놓지 않았던 간절함, 그리고 첫 번째 오디션 탈락 후 다시 도전대에 선 용기. 이 모든 것이 목소리의 짙은 결이 되었다.

가수를 가수로 만드는 것은 화려한 무대만이 아니다. 포기하지 않게 잡아준 사람, 묵묵히 기다려준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을 버티게 해준 팬들. 이 모든 것이 모여 지금 안성훈의 무대를 빚어내고 있다.

팬덤 ‘후니애니’ — 그를 기다린 사람들

안성훈의 공식 팬덤 ‘후니애니’는 특별한 서사를 공유한다. ‘미스터트롯1’에서 탈락하던 날 함께 눈물지었고, 주먹밥집 소식을 들으며 묵묵히 응원을 보냈고, 3년을 기다려 ‘미스터트롯2’의 무대에서 마침내 ‘진(眞)’의 왕관을 함께 썼다. 우승 이후 각종 온라인 브랜드 파워 투표에서 1위를 거머쥐는 압도적인 결집력과 연세대학교 대강당을 가득 채운 전석 매진의 신화는 단순한 인기를 넘어 함께 고생한 세월에 대한 애정의 증명이다.

안성훈, 트로트라는 장르를 넘어 음악의 본질로 말을 거는 가수. 사진=토탈셋

30대 중반의 나이에 전성기를 맞이하며 트로트계의 중심에 선 안성훈은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무대에 도전한다. 경연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석에 앉아 후배들을 따뜻하게 격려하는가 하면, 장르의 경계를 넘어 발라드와 록의 무대에 거침없이 오른다. ‘오디션 우승자’라는 타이틀은 이미 그에게 너무 좁은 옷이 되었다.

버스와 지하철을 타며 막연히 무대를 꿈꾸던 주먹밥집 청년은, 이제 화려한 밴드 연주에 맞춰 록과 댄스를 자유롭게 오가는 ‘아티스트 안성훈’으로 우리 앞에 섰다. 장르를 넘고, 시간을 넘고, 패배를 넘어온 그가 다음에 또 어떤 음악으로 대중에게 말을 걸어올지.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그의 다음 행보를 기대할 충분한 이유를 갖게 되었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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