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예능 프로그램 ‘이혼숙려캠프’를 둘러싼 작금의 논란은 방송가에서 흔히 벌어지는 단순한 출연자 교체 소동이 아니다.
배우 진태현의 갑작스러운 하차 소식과, 그가 직접 “매니저를 통해 제작진의 하차 설명과 결정을 듣게 됐다”고 밝히면서 불거진 절차적 아쉬움.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이혼 이력이 있는 배우 이동건의 후임 합류 소식이 공식화되면서, 대중의 시선은 ‘왜 바꿨나’를 넘어 ‘왜 하필 이런 폭력적인 방식으로 바꿨나’를 향한 차가운 분노로 번지고 있다.
논란의 시발점은 진태현의 하차를 처리하는 제작진의 무례한 방식이었다.
진태현은 자신의 입장문을 통해 4월 초 마지막 녹화를 마쳤으며, 제작진의 결정을 매니저를 통해 건너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25년 연예인 생활 중 그 어떤 촬영보다 열심히 했고 진정성 있게 임했다”는 그의 문장에는 아쉬움을 넘어선 짙은 회한이 묻어난다.
반면 제작진의 해명은 옹색하기 짝이 없었다. “프로그램에 변화를 주기 위해” 하차를 결정했다는 단 한 줄의 기계적인 답변. 물론 예능 프로그램의 개편이나 재정비는 방송사 고유의 권한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진태현에게서 기대했던 것은 단순한 패널 1인의 역할이 아니었다.
남편 측 가사조사관으로서, 때로는 부부 심리극 조교로서 그가 보여준 깊은 공감의 톤은 이 프로그램이 위태로운 부부들의 상처를 다루는 데 있어 가장 든든한 완충재이자 상징이었다. 그런 인물을 두고 충분한 예우나 소통 없이 ‘통보’에 가까운 방식으로 내친 것은, 시청자가 프로그램에 쌓아온 신뢰마저 헌신짝처럼 내버린 행위나 다름없다.
이러한 하차의 찜찜한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후임으로 이동건이 낙점되었다는 소식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동건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이혼 이력이 있는 그가 ‘이혼 숙려’를 조언하는 자리에 앉는 것이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부합하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터져 나온 것이다.
물론 “실제 이혼 경험자의 뼈저린 시각이 새로운 층위의 조언을 줄 수 있다”는 반론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토록 예민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면, 제작진은 ‘왜 지금 이동건이어야 하는지’, ‘그의 시선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더 입체적으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치밀하고 정교한 서사를 먼저 시청자에게 설득했어야 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앞사람을 무례하게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뒷사람을 황급히 들이는 과정에서도 그 어떠한 명분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저 시청률 반등을 노린 자극적인 ‘노이즈 마케팅’ 혹은 ‘감 없는 인사’로 읽힐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예능은 결국 ‘사람 장사’다. 특히 ‘이혼숙려캠프’처럼 갈등과 상처, 파탄 직전의 가정을 다루는 포맷이라면 출연자의 태도와 진정성은 프로그램의 존폐를 가르는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 시청자가 출연 부부의 눈물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안아주던 진태현의 따뜻한 눈빛이 개입했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그 무형의 가치를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는 ‘부속품’쯤으로 여겼다면, 이는 크나큰 오산이다.
이번 사태가 남긴 씁쓸한 교훈은 명확하다. 제작진은 “변화를 위해서”라는 공허한 변명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시청자가 느낀 불쾌감과 부조화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위기에 처한 부부들을 모아놓고 ‘숙려’를 강요하기 전에, 정작 진짜 깊은 숙려가 필요한 대상은 사람을 다루는 예의와 프로그램의 본질을 새카맣게 잊어버린 제작진 스스로가 아닐까.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