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안양 유병훈 감독이 길어지는 홈 무승에 파격적인 전술을 꺼내들었다. 결과는 가져오지 못했지만, 새로운 시도를 통해 또 하나의 전술안을 마련했다.
안양은 10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하나은행 K리그1 2026 13라운드 맞대결에서 1-1로 비겼다. 선제골을 지키지 못했다. 후반 8분 아일톤의 골로 앞서갔으나 후반 30분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로써 안양은 승점 1을 추가해 16점(3승 7무 3패)으로 9위 자리를 유지했다. 3경기(2무 1패) 무승에, 홈에서 5경기째 승전고를 울리지 못했다. 전북전 승리 역시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전북전을 앞두고 안양은 부상자와 징계자로 고민이 컸다. 에이스 마테우스가 부천 FC 1995전 퇴장으로 이번 경기까지 나서지 못했고, 2007년생 신예 김강이 직전 FC 서울전 상대 관중을 향한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퇴장당했다.
여기에 주중-주말로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으로 수비와 중원을 오가는 핵심 토마스, 속도를 지닌 공격수 박정훈을 비롯해 외국인 공격수 유키치 등이 부상으로 이탈해 있다.
유 감독은 경기 전 “징계자와 부상자가 많다. 다수의 공격수가 못 나오는 상황이지만, 경기장에 나서는 선수들이 팀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해줄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가다 안 되면 과감하게 다른 방식을 선택해서라도 승리하겠다”라고 말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라고 말한 유 감독은 전북에 동점골을 내준 뒤 ‘다른 방식’을 꺼내 들었다. 후반 35분 공격수 김운과 아일톤을 빼고 중앙 수비수 김지훈과 홍재석을 투입하며 변화를 가져갔다.
수비 강화로 보일 수 있던 교체 카드였으나 유 감독은 오히려 수비수들을 앞세워 공격을 펼쳤다. 강지훈, 이태희, 김정현, 김동진 등 전문 중앙 수비수 없이 포백을 꾸렸고, 김지훈(187cm)과 홍재석(188cm)을 비롯해 권경원(188cm), 김영찬(189cm)을 최전방에 배치해 4명의 장신 수비수 높이를 활용했다.
기존 짧은 패스를 통한 공격 전개가 아닌 롱 패스를 앞세워 전방에 위치한 수비수들의 높이를 더했다. 전북의 공격을 끊고 빠르게 전방으로 볼을 투입했고, 전방의 수비수들은 높이를 통해 유의미한 공격을 만들어 가기도 했다.
안양은 후반 36분 높게 올라온 볼을 권경원이 헤더로 떨궈줬고 쇄도하던 김영찬이 상대와 충돌로 쓰러졌다. 페널티킥 여부를 두고 비디오 판독(VAR)까지 이어졌지만, 원심이 유지됐다. 이어 후반 38분 홍재석이 왼쪽 측면을 열어젖힌 뒤 낮은 크로스를 올렸고 김영찬이 발을 뻗었으나 슈팅이 빗맞았다. 후반 추가시간 8분에는 홍재석이 왼쪽 측면에서 빈 골문으로 기습적인 슈팅을 시도했으나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안양은 바라던 결승골을 터뜨리지 못했으나 추가시간까지 약 20분 동안 깜짝 전술로 상대를 충분히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유 감독은 경기 후 “우리는 원래 ‘롱볼 축구’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며 “현재 부상자가 많다. 전북전을 준비하면서 (교체 자원이) 녹록지 않아 무모한 도전을 선택했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수가 없다고 핑계 대기보다는 뛸 수 있는 선수를 활용하고 싶었다. 높이에서 상대에게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덧붙였다.
공격수 임무를 수행한 김영찬은 “게임 체인저로 경기에 투입됐다”라며 “감독님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다. 홈에서 승리가 없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선수들도 오늘 경기 꼭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간절하게 임했는데 추가골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 이번 전술이 또 나올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하루빨리 (팬들에게) 승리 소식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쥐어짜낸 안양은 수비수들을 앞세워 변칙적인 모습을 보였다. 여전히 일부 징계자와 부상자로 선수단 구성이 여유롭지 않으나 오는 13일 김천 상무전에는 마테우스가 징계를 마치고 돌아온다. 4경기 만에 승전고를 울리고 월드컵 휴식기 전까지 흐름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양=김영훈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