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의 1억 원, 아일릿의 2만4천 명…어린이날, ‘초통령’들이 만든 조용한 혁명 [홍동희 시선]

5월 5일 어린이날. 서울어린이대공원은 걸그룹 아일릿을 보기 위해 모인 2만 4,000여 명의 가족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청계광장에서는 신예 듀오 플레어유가 깜짝 플래시몹을 펼쳤고, 피프티피프티는 어린이날 맞아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서 특별한 버스킹 공연을 개최했다.

언뜻 보면 평범하고 흔한 어린이날의 풍경이다. 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이 소란스럽고 즐거운 장면들 이면에 아주 조용하고도 거대한 ‘혁명’이 꿈틀대고 있음이 보였다. 그것은 바로 어린이날이라는 명절이 가진 본질적 의미의 진화다.

과거의 어린이날은 철저히 ‘받는 날’이었다. 부모로부터 장난감을 받고, 용돈을 받고, 놀이공원이라는 경험을 제공받는 수동적인 소비의 날. 언론 역시 ‘어린이날 선물 추천 리스트’나 ‘가족 나들이 코스’를 읊어대기 바빴다. 하지만 지금의 어린이날은 다르다. 일일 카페, 알뜰 시장, 기부 마라톤 등 전국 곳곳에서 어린이들이 직접 주체가 되어 ‘나눔’을 실천하는 능동적인 축제로 변모하고 있다.

5월 5일 어린이날. 서울어린이대공원은 걸그룹 아일릿을 보기 위해 모인 2만 4,000여 명의 가족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 사진=빌리프랩
5월 5일 어린이날. 서울어린이대공원은 걸그룹 아일릿을 보기 위해 모인 2만 4,000여 명의 가족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 사진=빌리프랩

무대 위 엔터테이너에서 ‘선한 영향력’의 주체로

이러한 긍정적 변화의 중심에는 이른바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K팝 아이돌들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아이돌의 역할은 무대 위에서 팬들을 즐겁게 하는 ‘엔터테이너’에 국한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아티스트들은 음악과 춤을 넘어, 자신들이 지닌 막강한 ‘사회적 영향력’을 직접 행사한다. 아일릿이 어린이날 페스티벌에서 전 세대가 교감하는 장을 만들고, 어린 팬들이 그 모습을 보며 자발적으로 기부 마라톤에 동참하는 현상.

이것이 바로 팬덤의 진정한 힘이자 K팝 생태계가 만들어낸 가장 눈부신 선순환이다. 아이들은 이제 스타의 춤만 따라 추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뿜어내는 가치관과 행동 양식을 존경하고 모방한다.

아이유는 한국아동복지협회 등에 1억 원을 쾌척했다. /사진=MK스포츠 DB
아이유는 한국아동복지협회 등에 1억 원을 쾌척했다. /사진=MK스포츠 DB

아이유의 1억 원, 한지민 5천만원이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질문

어린이날을 맞아 연예계의 기부 행렬도 줄을 이었다. 아이유는 한국아동복지협회 등에 1억 원을 쾌척했고, 최강창민과 한지민 역시 각각 5,000만 원 이상의 거액을 내놓았다. 이들이 전한 온기는 보호 아동들의 의료비와 문화 체험 지원 등으로 소중하게 쓰일 예정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묻는다. 이 모든 선행이 과연 100% 순수한가? 소속사의 이미지 메이킹이나 신곡 마케팅의 일환은 아닌가? 필자가 오랜 경험 끝에 깨달은 진리가 하나 있다면, ‘세상 일은 동시에 여러 개가 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부의 진정성과 대중적 호감도 상승은 모순 없이 공존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의도의 순수성 여부가 아니라 ‘결과’다. 누군가의 1억 원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가 수술을 받고 생일 선물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이 마케팅이든 아니든 그 가치는 숭고하다. 오히려 우리는 스타들의 이러한 ‘건강한 마케팅’이 대중문화의 보편적 상식으로 자리 잡아가는 현상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

한지민 역시 각각 5,000만 원 이상의 거액을 내놓았다. / 사진=MK스포츠 DB
한지민 역시 각각 5,000만 원 이상의 거액을 내놓았다. / 사진=MK스포츠 DB

국가의 책임을 개인의 선의로 메우는 씁쓸함

그러나 이 아름다운 기부 행렬 앞에서 우리는 뼈아픈 질문 하나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왜 이 사회는 해마다 아동 복지의 빈틈을 민간의 기부와 스타들의 선의에 의존하고 있는가. 아이유의 1억 원, 한지민의 5,000만 원은 분명 찬사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국가가 당연히 책임져야 할 복지 예산의 구멍을 개인의 결단으로 아슬아슬하게 메우고 있다는 씁쓸한 방증이기도 하다.

언론 역시 감정적인 미담 제조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스타들의 기부를 보도함과 동시에 ‘왜 아직도 이만큼의 지원이 민간에서 채워져야 하는가’라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매섭게 따져 물어야 한다.

어린이들이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수동적인 수혜의 틀을 깨고, 스스로 알뜰 시장의 판매자가 되어 수익금을 나누는 주체로 성장하고 있다. 어린이날이 ‘받는 날’에서 ‘나누는 날’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단단하게 성숙해 가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변화는 늘 그렇게, 누군가의 따뜻한 1억 원과 조막만한 손으로 모은 1,000원이 만나는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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