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사랑을 받아온 장수 프로그램 SBS ‘생활의 달인’이 추악한 민낯을 드러냈다. 출연을 거부한 자영업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몰래카메라’식 무단 촬영을 강행한 사실이 밝혀지며, 제작진의 안일한 윤리 의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제작진은 12일 공식 입장을 통해 “제작진의 과욕으로 발생한 과오를 인정하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방송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점주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논란은 지난 11일 방송된 ‘빵의 전쟁-대한민국 최고의 크루아상’ 편 직후 터졌다. 해당 업체 점주 A씨는 SNS를 통해 제작진의 만행을 낱낱이 고발했다.
A씨는 “사전 허락이나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무단으로 촬영해 방송에 내보냈다”며 “지상파가 이렇게까지 고지 없이 방송을 할 수 있느냐”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A씨의 분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운영하고 싶은 자영업자에게 기만이자 횡포”라며 “방송 이후 닥쳐올 후폭풍은 남의 일이고, 정작 당사자는 바빠서 대응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화가 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지상파 제작진의 고질적인 ‘특권 의식’이 부른 참사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위해서라면 일반인의 사생활이나 영업권쯤은 무시해도 된다는 오만이 기저에 깔려 있다.
2005년부터 이어온 ‘생활의 달인’은 숙련된 기술자들을 조명하며 신뢰를 쌓아왔다. 하지만 정작 제작진은 ‘촬영의 달인’이 아닌 ‘무단 침입의 달인’이 된 모양새다. 논란이 일자 영상을 삭제하고 재편집하겠다는 사후 약방문식 대처는, 이미 상처받은 자영업자에게 또 다른 기만일 뿐이다.
제작진은 “내부 시스템을 점검하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미 20년 가까이 쌓아온 프로그램의 공신력에는 회생 불가능한 타격이 가해졌다. ‘달인’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삶에 침범하면서 기본적인 예의조차 갖추지 못한 제작진에게 과연 누군가를 조명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지상파라는 거대한 힘을 앞세워 자영업자의 조용한 일상을 헤집어놓은 ‘생활의 달인’. 사과문 한 줄로 면피를 시도하기보다, 무너진 제작 윤리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지독한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잊히지 않도록, 시청자들의 날카로운 감시가 계속될 일이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