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의 핸드볼 명가 CSM 부쿠레슈티(CSM Bucuresti)가 프랑스의 브레스트 브르타뉴(Brest Bretagne Handball)를 제압하고 유럽 최고 무대인 챔피언스리그 3위로 대회를 명예롭게 마무리했다.
부쿠레슈티는 지난 7일(현지 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MVM 돔(MVM Dome)에서 열린 2025/26 EHF(유럽핸드볼연맹) 여자 핸드볼 챔피언스리그 FINAL4 3·4위 결정전에서 브레스트에 32-26으로 완승을 거두었다.
이로써 부쿠레슈티는 구단 역사상 2016/17 시즌과 2017/18 시즌에 이어 통산 세 번째로 챔피언스리그 동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이룩했다.
전날 준결승 패배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마주한 3위 자리인 만큼, 두 팀은 경기 초반부터 화끈한 공격 핸드볼로 정면충돌했다.
먼저 흐름을 잡은 쪽은 부쿠레슈티였다. 부쿠레슈티는 전반 24분경 13-9로 앞서가며 4점 차의 리드를 잡았다. 브레스트가 매섭게 추격하며 점수 차를 좁혀왔으나, 전반 종료 직전 부쿠레슈티의 피벗 크리나 핀테아(Crina Pintea)가 극적인 버저비터 득점을 성공시키며 15-13, 2점을 앞선 채 전반전을 마쳤다.
부쿠레슈티가 리드를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골문에 있었다. 브라질 출신의 가브리엘라 모레스키(Gabriela Moreschi) 골키퍼는 전반에만 8개의 세이브(선방률 38%)를 기록하며 브레스트의 추격 리듬을 완벽하게 차단했고, 이는 곧바로 부쿠레슈티의 날카로운 반격으로 이어졌다. 공수 양면에서는 타티아나 브르노비치(Tatjana Brnovic)가 전반전 100% 성공률로 3골을 보태며 맹활약했다.
후반전에도 치열한 공방전 속에 뜻하지 않은 변수들이 속출했다. 부쿠레슈티는 후반 42분경, 철벽 방어를 이어오던 가브리엘라 모레스키 골키퍼가 무릎 부상을 당해 코트를 떠나는 대형 악재를 맞았다. 모레스키는 부상 전까지 10개의 선방(선방률 35.7%)으로 제 몫을 다한 상태였다.
위기의 순간, 구원 투수로 나선 에벨리나 에릭손(Evelina Eriksson) 골키퍼가 빛났다. 에릭손은 마지막 20분 동안 5개의 결정적인 슈퍼 세이브(선방률 38.5%)를 몰아치며 모레스키의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브레스트 역시 카밀 드퓌제(Camille Depuiset) 골키퍼가 14개의 선방(선방률 30%)으로 맞섰으나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후반 47분에는 브레스트의 수비 핵심 쥬르지나 야우코비치(Djurdjina Jaukovic)가 거친 파울을 범해 다이렉트 퇴장(레드카드)을 당하며 브레스트의 추격 동력이 꺾였다. 부쿠레슈티는 에이스 엘리자베스 오모레기(Elizabeth Omoregie)가 8골을 폭발시키며 공격을 주도했고, 후반에 2골을 보탠 타티아나 브르노비치가 총 5골로 힘을 보탰다.
특히 이날 경기는 슬로베니아 출신의 전설적인 라이트백 아나 그로스(Ana Gros)의 커리어 마지막 은퇴 무대이기도 했다. 그로스는 이날 2골을 추가하며 챔피언스리그 통산 1,009골이라는 대기록을 완성, 역대 챔피언스리그 최다 득점 부문 5위에 이름을 올리며 화려하게 코트를 떠났다.
브레스트 브르타뉴의 라파엘 테르벨(Raphaëlle Tervel) 감독은 유럽핸드볼연맹과의 인터뷰에서 “부쿠레슈티는 우리 팀의 체구가 작은 선수들에 비해 신체적으로 매우 강했고,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그들의 벽을 뚫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모든 것을 시도했고 코트 위에서 전부를 쏟아부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가브리엘라 모레스키 CSM 부쿠레슈티 골키퍼는 “결승 진출을 기대했었기에 어제 준결승 패배 이후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그 아픔을 이겨내고 오늘 우리가 보여준 경기력은 우리 팀이 얼마나 강한지를 증명한다. 이 소중한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어서 정말 기쁘고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김용필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