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의 월요일 간판 예능 프로그램 ‘말자쇼’가 전국 시청률 3.3%를 돌파하고 동시간대 예능 왕좌를 공고히 지키는 등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반인 출연자들을 겨냥한 무차별적 사이버 불링과 인신공격으로 인해 심각한 딜레마에 직면했다.
지난 3일 ‘말자쇼’ 제작진은 공식 계정을 통해 “최근 일반인 출연자를 향한 근거 없는 비방과 악성 댓글로 마음의 상처를 받는 분들이 계신다”며 “앞으로 근거 없는 비방이나 악의적인 댓글은 사전 안내 없이 삭제될 수 있다”고 엄중히 선고했다.
이러한 강경한 조치는 일반인 관객과의 적극적인 양방향 소통을 무대 동력으로 삼는 프로그램 포맷의 한계와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말자쇼’는 대본 없는 100% 즉석 애드리브와 현장 소통을 바탕으로 하는 스탠드업 코미디 방식인 ‘크라우드 워크’ 형식을 공영방송의 장으로 이식해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즉석에서 소개팅을 주선해 실제 수많은 커플을 탄생시킨 ‘말자팅’ 등 일반 관객들의 날것 그대로의 리액션과 사연이 시청률 상승세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 이러한 연출 방식은 역설적이게도 비연예인 출연자들을 대중의 가혹한 평가대 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시키는 칼날이 되었다. 연예인과 달리 전문적인 법적 조력 시스템이나 기획사의 보호망이 없는 일반인들은 미디어 노출 뒤에 따라오는 사생활 침해와 정서적 폭력에 고스란히 방치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6월 22일 ‘타향살이’ 특집에 출연했던 연애 프로그램 ‘나는 솔로’ 30기 출연자(변호사 영식)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 “살이 너무 뒤룩뒤룩 쪘다거나 불었다는 악성 댓글에 지속적으로 시달려 비만 치료 주사까지 진지하게 고민했다”며 비연예인으로서 마주한 끔찍한 사이버 폭력의 아픔을 직접 토로한 바 있다.
특히 디지털 숏폼 소비 트렌드와 결합된 미디어 환경이 문제를 한층 더 심각하게 변질시키고 있다. ‘말자쇼’의 공식 인스타그램은 개설 5개월 만에 누적 조회수 2억 뷰를 넘어섰으며, 릴스 조회수만 1억 1,000만 뷰를 넘을 정도로 모바일 이용자층 사이에서 파급력이 엄청나다. 그러나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장면 중심으로 편집된 짧은 영상 클립들이 알고리즘을 타고 불특정 다수에게 확산되면, 시청자들은 본래의 맥락에서 벗어나 단편적인 단면만으로 출연자를 재단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악의적인 조롱과 댓글을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게 만드는 구조적 굴레를 낳는다.
문화계 전문가들은 이번 제작진의 ‘무경고 무안내 댓글 삭제’ 방침을 두고 출연자 보호에 대한 공영방송 제작진의 책임감 있는 뒤늦은 결단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포털이나 공식 창구에 한정된 규제만으로는 유기적으로 파생되는 전체 디지털 플랫폼상의 인신공격을 근본적으로 진압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KBS ‘말자쇼’가 사소한 고민도 언제든 안심하고 내려놓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진짜 소통 아지트’로 롱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후 악플의 흔적을 지우는 소극적인 방어 조치를 넘어 기획 및 편집 단계에서부터 일반인 출연자의 사생활과 인권을 선제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실무적 완충 기법을 마련하는 전향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