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석의 환상적인 펌프 페이크에 일본이 자랑하는 조시 호킨슨, 와타나베 유타가 대기권 밖으로 날아갔다.
니콜라스 마줄스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농구 대표팀은 6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7 FIBA 카타르 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 1라운드 조별리그 B조 최종전에서 접전 끝 81-79로 승리했다.
벼랑 끝에 섰던 대한민국. 그러나 한일전에서 질 수 없다는 투지, 이대로 ‘광탈’할 수 없다는 절실함은 상상 이상의 힘을 발휘하게 했다. 그렇게 승자가 됐고 2라운드 진출권을 획득했다.
‘현실판 강백호’ 에디 다니엘의 대단한 활동량, 이우석의 날카로움, 그리고 ‘승부사’ 최준용의 존재감은 일본전 승리로 이어졌다. 여기에 마줄스 감독의 무한 신뢰를 받은 장재석이 일본 골밑을 무너뜨리며 한일전 영웅이 됐다.
장재석은 일본전에서 16분 46초 동안 8점 3리바운드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영양가 넘치는 활약. 대만전 11점 10리바운드 더블더블 활약의 기세를 잘 이어갔다.
장재석은 MK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승리 외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참사 멤버에 포함되고 싶지 않았다(웃음). 만약 일본전마저 졌다면 내가 주전 5번이어서 그랬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나. 그래서 꼭 이기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사실 쉽지 않았다. (이)현중이가 없었고 (이)정현이가 다쳤다. 그래도 (최)준용이가 중요한 역할을 해줬다. 위기 상황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선수”라며 “대만전 때 조금만 더 집중했다면 이길 수 있었다. 그게 너무 아쉽지만 오히려 패배했기에 일본전 때 더 집중하고 하나가 될 수 있었다. 그렇게 큰 위기를 극복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 알게 됐다. 앞으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장재석은 프로 데뷔 전부터 김종규, 이종현 등과 함께 대한민국 골밑을 지킬 특급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프로 데뷔 후 길이 엇갈렸다. 태극마크를 품기는 했어도 이번처럼 중용된 적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대체 선발됐고 출전 시간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마줄스 감독은 장재석을 주전 5번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하윤기가 없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골밑을 든든히 지켜줄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한 것. 그 생각은 옳았다. 대만, 일본전에서 보여준 장재석의 퍼포먼스는 대단했다. 우리가 원하고 바랐던 장재석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순간이었다.
장재석은 “국가대표가 되고 이렇게 뛴 건 처음이다. 감독님이 내 수비 스타일을 좋아해주신 것 같다. 예전부터 하드 쇼에 자신이 있었는데 그 부분을 원했기에 잘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감독님은 빅맨이 페인트 존에서 플레이하는 걸 선호하는 듯했다. 그래서 잘 맞았다. 물론 20분 이상 하드 쇼를 할 수 있는지 물었을 때는 이제는 나이가 많아서 못한다고 했다(웃음). 25살 때는 가능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어려운 일 아닌가. 다행히 존 디펜스를 섞으면서 잘 맞춰줬다. 체력 관리를 잘해줄 테니 그 시간만큼은 좋은 모습을 보여 달라고 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만약 대만전 대역전패가 승리로 마무리됐다면 그날 최고의 선수는 장재석이었다. 공격과 수비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었다. 분명 잘했음에도 믹스드존 인터뷰 요청조차 할 수 없었다. 그때는 그랬다.
장재석은 “한 달 준비 기간 동안 거의 대만전만 준비했다. 일본보다는 대만을 확실히 이기는 게 확률적으로 더 높지 않았나. 그래서 많이 준비했고 덕분에 좋은 경기력이 나왔다. 감독님과 코치님이 (브랜든)길벡의 플레이 스타일을 잘 분석, 많이 알려줘서 도움도 됐다. 사실 3쿼터까지는 잘 막았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뒤집혔다. 지금 생각해도 아쉽다. ‘장재석이 주전 5번으로 잘해서 이겼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는데(웃음). 그리고 귀화선수가 필요하다는 말도 나오지 않았을 텐데. 지금 생각해도 참 아쉬운 일이다”라며 미소를 보였다.
대만전 활약에 대한 아쉬움을 잊은 채 나선 일본전. 장재석은 여전히 적극적이었고 호킨슨과의 거친 몸싸움도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호킨슨, 와타나베를 대기권 밖으로 날려버린 환상 펌프 페이크는 하이라이트였다.
장재석은 “사실 외국선수들과 매치업이 됐을 때 펌프 페이크를 하면 잘 속는다. 국내선수들과 상대하면 나를 잘 아니까 안 통할 수 있는데 KBL에 처음 온 외국선수들은 속을 수밖에 없다(웃음)”며 “정확하게 득점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너무 중요한 경기였고 그렇기에 다 속이고 넣고 싶었다”고 밝혔다.
사실 장재석 입장에서 일본은 무서운 상대가 아니었다. 그의 20대 시절, 대한민국은 일본을 상대로 항상 탑독이었다. 그렇기에 일본의 성장을 떠나 매치업에 대한 자신감은 큰 힘이 됐다.
장재석은 “나는 물론 준용이 입장에선 일본을 만나 져본 적이 없다. 엄청 크게 승리한 기억만 남아 있다. 특히 귀화선수가 없었을 때는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지금의 일본은 분명 전과 다르겠으나 자신감은 있었다. 어린 선수들은 일본이 잘한다고 생각하더라. 그래서 나와 준용이가 ‘우리도 할 수 있다, 질 이유가 없다’고 계속 말해줬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며 “일본이 세계 대회에서 프랑스나 다른 팀들을 만나 잘한 걸 알고 있었다. 근데 한일전은 다르다. 일본이 다른 곳에서 잘해도 우리를 만나면 또 다르다. 태극마크를 품고 일본을 상대하면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있다”고 전했다.
1991년생 장재석은 이제 30대 중반의 베테랑이 됐다. 그러나 올해는 쉴 틈이 없을 듯하다. 이번 대만, 일본전에서 보여준 그의 퍼포먼스로 인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까지 함께하는 건 이제 당연한 일이 됐다.
장재석은 “계속 잘 관리해야 한다. 물론 (하)윤기가 돌아올 수도 있고 다른 후배들이 잘할 수도 있기에 장담할 수는 없다. 그래도 나는 물론 우리 빅맨들이 열심히 잘 준비해서 대한민국 골밑 전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