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보다 무섭다”..‘대비 삼부작’ 완성한 장영남의 ‘연기 차력쇼’에 전세계 반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동궁’이 공개 직후 매서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자체 최고 시청률 23.1%를 기록하며 안방극장을 지키던 지상파 강자 ‘김부장’을 제치고 국내 오늘의 TOP10 시리즈 1위에 등극했으며, 공개 단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 쇼 부문 2위로 우뚝 섰다.

이 화려한 조선 잔혹 오컬트 비극의 중심에서, 시청자들의 숨을 멎게 만드는 인물이 있다. 바로 궁궐을 집어삼킨 피의 원죄와 저주 속에서 가차 없는 권력욕을 뿜어내는 ‘대비마마’ 역의 배우 장영남이다.

사진=넷플릭스

“장영남이 등장하는 순간 화면의 공기가 달라진다”는 누리꾼들의 찬사처럼, 장영남은 이 작품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산한다. 처소 앞 깊고 어두운 연못에서 기어 나오는 원귀들의 초자연적인 공포보다, 장영남의 절제된 눈빛과 서늘한 발성이 자아내는 ‘인간의 광기’가 훨씬 더 무섭다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그야말로 “귀신보다 서늘한 대비의 카리스마”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일그러진 모성애와 학살의 업보, 입체적 괴물의 탄생

‘동궁’ 속 대비는 평면적인 사극의 악녀 클리셰와 궤를 달리한다.

그녀는 정통성을 향한 병적인 집착 속에서, 미천한 궁녀 소생이라는 이유로 왕(조승우 분)을 세자 시절부터 무시하며 날 선 모자 갈등을 유발한다. 이 비정상적인 권력욕의 틈바구니에서 30년 전 대비의 지독한 질투로 인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해 연못에 투신했던 승은상궁(홍수주 분)의 저주가 시작된다.

“왕의 핏줄을 다 끊어놓겠다”는 원혼의 서슬 푸른 저주 앞에서, 대비가 선택한 것은 참회가 아니었다. 그녀는 과거 자신의 악행과 비밀을 은폐하기 위해 죄 없는 궁녀들을 소금 광에 가둬 굶겨 죽이는 끔찍한 학살을 자행했다.

사진=넷플릭스

결국 대를 이어 세자들이 의문사하는 절체절명의 파국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지은 피의 업보와 마주한다. 자신이 만든 괴물의 저주를 막기 위해 또 다른 광기와 가학적인 권력욕으로 몸부림치는 대비는 가해자이자 동시에 저주에 속박된 피해자로서, 인간의 마음속 가장 깊은 심연의 공포를 이중적으로 대변하며 입체적인 서사를 완성한다.

‘왕남’, ‘세작’을 지나 마침내 도달한 ‘대비 삼부작’의 정점

장영남에게 있어 이번 ‘동궁’의 열연은 갑자기 찾아온 행운이 아니다. 2019년 tvN ‘왕이 된 남자’에서 아들을 잃고 폐비가 된 처절한 대비를 거쳐, tvN ‘세작, 매혹된 자들’에서는 친아들을 용상에 올리기 위해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번뜩이던 왕대비 박씨를 소화하며 독보적인 사극 장인의 내공을 증명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당도한 ‘동궁’에서 그녀의 ‘대비 삼부작’은 찬란한 정점을 찍는다.

악을 쓰며 고함을 지르는 전형적인 표독한 악역의 방식을 장영남은 완벽하게 거부한다. 대신, 화려하고 기품 있는 비주얼 뒤편에서 미세하게 떨리는 동공, 극도로 절제된 대사 톤 사이에 스며드는 차가운 미소만으로 궁궐 내부를 옥죄는 서늘한 공포를 조율한다. 그녀가 보여주는 정교하고 미시적인 리액션과 감정선의 강약 조절은 극의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강력한 연기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사진=tvN ‘왕이 된 남자’

대학로 여신에서 ‘초짜’의 겸손함으로 버텨낸 30년

실제로 장영남은 극 중 ‘센 캐릭터’의 모습과는 달리, “실제로는 수줍고 낯을 가리며 내성적인 성격”을 지녔다고 스스로 고백해 왔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 자신과 완전히 다른 옷을 입고 에너지를 표출할 때, 그녀는 비로소 예술적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서울예대 연극과 시절 ‘대학로의 조용한 여신’으로 통하던 그녀의 연기 인생 시작은 사실 혹독한 실패의 연속이었다. 1995년 극단 목화에 입단해 데뷔작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인공 줄리엣으로 전격 캐스팅되었으나, 서툰 연기력 탓에 한 달 만에 배역에서 박탈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계단에서 흐느끼며 극단을 떠나야 할지 고민했던 그녀를 붙잡은 건 ‘패배자가 되지 않겠다’는 오기였다. 시키지도 않은 코러스를 뒤에서 홀로 치열하게 연습하던 중, 단 한 마디 대사(“배다 배!” / “배다 배!”)뿐인 로미오의 친구 단역을 얻어내며 무대를 지켰다. 그렇게 오기와 끈기로 견뎌낸 지 7년 만에, 그녀는 마침내 그토록 갈망하던 줄리엣 역을 다시 당당히 쟁취해 냈다.

사진=앤드마크

이후 수많은 작품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특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소름 돋는 ‘도희재’ 역할로 당시 7살이었던 아들로부터 “엄마 미친 거 아니야?”라는 귀여운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그녀의 내면에는 깊은 자기 검열과 번아웃이 늘 공존했다. 연기가 정체되었다는 답답함과 지독한 슬럼프의 긴 터널을 지났고 지난해에는 번아웃이 찾아와 “이 일을 하면 안 되나 보다”라는 무서운 생각에 빠지기도 했으나, 장영남은 연습실에 가장 먼저 도착해 화장실을 청소하며 무대에 발을 붙이고 “나를 믿어주는 시간”을 지켜냈다.

올해로 데뷔 30년 차 대배우에 접어든 장영남은 여전히 연기 앞에 고개를 숙이며 자신을 ‘초짜’라고 부른. “연기는 고여 있을 수 없고 계속 달라져야 한다”며 늘 또 다른 변신을 꿈꾸는 그의 겸손한 변신의 철학이 있기에, 오늘의 ‘동궁’이라는 인생 캐릭터 완성은 그의 오랜 헌신이 일궈낸 필연적인 결실이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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