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폭염 취소’ 없을까? [김영훈의 슈퍼스타K]

가마솥더위에 K리그도 숨을 허덕이고 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휴식기를 마친 K리그는 지난달부터 후반기 일정을 달리고 있다. 이 가운데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각 팀은 순위 경쟁 외에도 무더위와의 치열한 다툼도 함께 이어가고 있다.

K리그1 21라운드와 K리그2 20라운드가 열린 지난 1일과 2일 일 최고 기온은 33~35도였다. 각 지역에는 폭염·열대야 특보가 내려졌고, 습도도 80%에 달해 가만히 있어도 숨쉬기 버거울 정도로 힘들었다. 같은 기간 프로야구는 1일 2경기, 2일 1경기 등 총 3경기에 대해 ‘폭염 취소’를 선언하기도 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하지만 90분 동안 고강도 달리기와 몸싸움을 요구하는 축구는 정상적으로 오후 7시 30분 킥오프를 알렸다. 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유니폼이 몸에 달라붙을 정도로 땀을 흘렸고, 감독과 코칭스태프 역시 선명한 땀자국을 남겼다. 팬들 역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열띤 응원을 보내는 모습이 중계 화면을 통해 잡혔다.

경기 날 평균 일몰 시간은 오후 7시 20분~40분 사이다.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 관람을 대기하는 팬들을 비롯해 모든 인원이 경기장에 일찍 도착하는 점을 고려하면, 뜨거운 날씨에 최소 30분~1시간 이상 노출되는 셈이다. 최근 들어 경기 도중 관중의 온열 증세 발생 건도 늘어나 걱정의 시선도 뒤따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계속되는 ‘폭염’에 고민이 깊다.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인 5월 각 구단에 혹서기 온열 질환 예방을 위한 공문을 전달했다. ▲관중석 구역에 대한 의료 대응 체계 추가 구축, ▲경기 전 관계자 간 온열 질환 대응 계획 점검 회의 실시 등 선제 조치에 나섰다. 지난달에도 각 구단에 재차 공문을 전달해 다시 한번 무더운 날씨에 대한 경각심을 알렸다.

사진=프로축구연맹

달라진 여름 날씨에 연맹은 관련 규정에도 손을 댔다. 지난해 대회요강 제16조(악천후의 경우 또는 경기장 시설 문제 발생 시 조치)에 강우, 강설과 함께 폭염 조항을 악천후에 추가했다. 경기 개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경우, 경기감독관은 경기 3시간 전까지 취소 결정을 내려야 한다. 경기 개최 시간을 연기할 필요가 있을 경우, 경기감독관은 경기장 상황과 관계자 의견 등을 종합해 30분씩 최대 2회 연기할 수 있다.

연맹은 실제로 지난 주말 경기를 두고 경기 개최 시간 지연에 대해 논의가 오갔으나, 현장 판단을 최우선으로 존중하기로 결정했다.

연맹의 대회 요강에 따르면 경기 개최는 최대 1시간 연기할 수 있다. 기존 오후 7시 30분에서 오후 8시 30분에 경기를 시작해, 뜨거운 햇빛을 피해 비교적 온도가 낮아진 야간에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경기 시작을 늦추는 게 답이 될 수 있을까.

사진=프로축구연맹

K리그 구단 관계자들은 오히려 비관적인 목소리를 내비쳤다. A구단 관계자는 “선수·팬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자연에 맞서는 일이기에 예측 불허하다. 킥오프를 미루는 게 방법이 될 수 있으나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라며 “팬들은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아야 한다. 경기 시간이 뒤로 밀리면, 돌아가는 교통편에 대한 불편함이 따를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K리그 흥행과도 직결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B구단 관계자는 선수단의 컨디션과 경기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가만히 있어도 지치는 날씨다. 뛰고 부딪히는 선수들은 오죽하겠는가. 일부 선수는 훈련 도중 온열 증세를 겪어 컨디션 관리에 애를 먹은 경우도 있다. 경기장에 찾아오는 팬들에게 최고의 경기를 보여줘야 하는데, 꾸준한 관리에도 날씨로 인해 어려움이 크다”라고 전했다.

C구단 관계자는 경기장 잔디 관리에 대한 부분을 언급했다. 그는 “뜨거운 햇빛으로 인해 잔디 보호에 애를 먹고 있다. 잔디 관리사들이 새벽부터 일어나 살수하고 있다. 해가 뜬 상태로 잔디에 살수를 이어가면, 오히려 잔디가 쪄지는 현상으로 인해 망가진다고 하더라. 섬세한 관리에도 잔디가 망가지는 속도만 더 빨라지고 있다”라고 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경기 취소에 대해서는 세 명의 관계자 모두 같은 목소리를 냈다. 경기 사이 48시간 휴식일을 지켜야 하는 규정으로 인해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 패턴이 망가지고, 지방 원정의 경우 일찍 출발하는 팬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 또, 중계 일정과 마케팅 효과에도 큰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시선이다.

일부 관계자는 추춘제 전환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B구단 관계자는 “이 정도 무더위면 경기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 8월에 자체적인 휴식기를 가져 안전 대비에 나서고, 9월부터 다시 일정을 재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다”라며 “일본 J리그는 추춘제로 전환한다. 7~8월과 12~2월 휴식기를 가진다고 하더라. 일본의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D 구단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계절 특성상 한여름과 한겨울에 일정 기간 휴식기를 설정하면 충분히 추춘제를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날이 덜 풀린 2~3월은 일정 지역에서 경기를 치르는 방안을 고려하면 된다”라고 전했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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