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제훈은 무슨 죄일까. 배우 조진웅의 과거 소년범 전력 논란으로 ‘두 번째 시그널’ 편성이 불투명해진 데 이어, 차기작인 ‘승산 있습니다’마저 상대 배우 하영이 친일 집안 의혹에 휘말리면서 그야말로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이제훈의 상대 배우가 논란에 휩싸이면서 작품 제작과 편성에 차질을 빚은 건 ‘모범택시’까지 포함해 벌써 세 번째다.
이제훈의 차기작으로 주목받은 SBS 새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는 이제훈이 사무장 권백, 하영이 신참 변호사 여심희를 맡은 코믹 법조 탐정물로, 2027년 상반기 방송 예정인 작품이다.
본격적인 방송에 앞서 ‘승산 있습니다’의 두 주역인 이제훈과 하영은 지난 6월 진행된 드라마 미디어데이 ‘SBS DRAMA: NEXT EPISODE’에 나란히 참석하며 작품 홍보에 나섰다. 촬영 중임을 알린 이제훈은 “현장에서 캐릭터의 티키타카가 정말 좋고, 에피소드 확장성이 무한한 작품이다. 이 팀 그대로 다음 시즌까지 SBS 새로운 시즌제가 될 ‘승산 있습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시즌제를 향한 이제훈의 확신은 현재 상황에서 다소 불투명해졌다. ‘4대째 의사 집안’으로 관심을 모았던 하영의 증조부가 친일 행적 의혹을 받고 있는 의사 안상호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안상호의 친일설에 가장 힘을 실어주고 있는 부분은 1918년 12월 10일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와의 인터뷰다. 그는 ‘일선동화의 가정’(一鮮同化의 家庭), 즉 일본인처럼 생활하고 동화되는 것이 모범적이라는 취지의 사례로 기사에 실린 바 있다. 해당 기사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확인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919년에는 고종이 덕수궁 함녕전에서 뇌출혈로 쓰러지자 급히 진료했으나 끝내 구하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일본인의 사주로 고종에게 독약을 올렸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다만 해당 의혹은 뚜렷한 증거가 없어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되지는 않고 있다.
이 밖에도 안상호가 1916년 11월 29일 대정친목회가 결성될 당시 윤치호, 유병필 등과 함께 평의원으로 참여했다는 기록이 있는 만큼, 그의 행적을 친일로 해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등 역사자료에서는 대정친목회를 일제강점기 친일단체로 다룬다. 이후 이 단체는 다른 친일단체들과 함께 ‘내선융화’ 등을 내건 친일단체 연합에도 참여했다.
논란이 커지자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는 10일 하영의 증조부가 의사 안상호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친일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친일 행적’을 알리는 역사적 기록이 있음에도 ‘사실무근 루머’로 대응한 소속사의 입장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결국 11일 “추가 확인 결과, 증조부 안상호 선생이 1916년 대정친목회의 평의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는 기록이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했다. 충분한 검증 없이 ‘사실무근’이라 성급히 답변하여 혼란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안타까운 현실은 이제훈의 ‘상대 배우 잔혹사’가 하영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촬영을 마친 tvN ‘두 번째 시그널’은 2026년 공개를 앞두고 조진웅의 청소년 시절 범죄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파문이 커지자 조진웅은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고, 그로 인해 현재까지 ‘두 번째 시그널’의 구체적인 편성 및 공개 방식은 정해진 바 없다.
하영과 조진웅에 앞서 이나은이 있었다. 이제훈은 2021년 방송된 ‘모범택시’에서도 안고은 역의 이나은이 에이프릴 전 멤버 괴롭힘 가담 의혹 등에 휩싸였고, 결국 제작사 스튜디오S는 전체 촬영이 약 60%가량 진행된 시점에서 주연 배우를 이나은에서 표예진으로 교체했다. 다행히 ‘모범택시’의 경우 배우 교체가 ‘전화위복’이 돼 뜨거운 인기 속 시즌3까지 이어졌으며, 이제훈은 해당 작품으로 두 번의 ‘연기대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제훈은 본인의 의지와 행동과 무관하게 반복되는 ‘상대 배우 리스크’를 겪게 됐다. 드라마의 완성도와 자신감과는 별개로, 외부 논란으로 인해 중요한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승산 있습니다’ 역시 아직 방송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향후 논란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지켜봐야 한다. 다만 이제훈이 또다시 ‘뜻밖의 변수’로 작품을 걱정해야 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