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생활을 오래 했지만, 심판진이 규정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경기를 운영한 건 처음 봤다.”
2010년 프로에 데뷔한 베테랑 홍철(35·강원 FC)도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8월 11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6-27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플레이오프 강원 FC와 감바 오사카(일본)와의 맞대결이었다. 플레이오프는 단판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는 팀은 ACLE로, 패자는 ACL2로 향하는 경기였다.
강원은 연장 120분 접전 끝 감바에 0-1로 패했다.
강원은 최선을 다했다는 걸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줬다. 다만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이긴 어려운 듯 보였다.
연장전 돌입 직전이었다.
강원 정경호 감독은 지친 강준혁과 고영준을 빼고 김도현, 이지호를 투입하려고 했다. 강원은 정규 시간(90분)에 3장의 교체 카드를 활용한 상태였다.
규정상 연장전에 돌입하면, 강원은 교체 1회와 1명을 추가로 바꿀 수 있었다. 강원은 연장전에서 교체 카드를 활용할 때 최대 3명까지 바꿀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그라운드가 혼란스러워졌다.
대기심이 강원의 교체를 막은 것. 대기심, 주심, 심판 평가관, 경기 감독관 등이 해당 규정을 숙지하지 못하면서 ‘교체는 1명만 할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진다. 심판진이 그렇게 얘기하는 데 강원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강원은 전략을 바꿔 교체를 뒤로 미뤘다.
강원은 연장 전반 13분 나와타 가쿠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헌납했다. 강원이 계획대로 경기를 풀어가면서 에너지 레벨을 올렸다면 어땠겠느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한판이었다.
‘MK스포츠’가 이날 선발로 나서 후반 27분까지 그라운드를 활발히 누빈 베테랑 홍철과 나눈 이야기다.
Q. 경기 후 라커룸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연장전에 들어갈 때 교체 규정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경기를 진행했다면 상황이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를 나눴다. 나도 선수 생활을 오래 했지만, 심판진이 규정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경기가 진행되는 상황은 처음이다. 이해하기 어렵다. ‘ACLE 플레이오프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서 규정을 제대로 모르는 심판이 온 건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졌지만, 교체가 제대로 이뤄진 상태에서 연장전에 들어갔다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감독님도 같은 이야기를 하셨다.
Q. 연장전 시작을 앞두고 벤치와 그라운드 모두 상당히 어수선했다. 당시 선수단 분위기는 어땠나.
선수들도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몰랐다. 팬들이나 중계를 보시는 분들도 ‘지금 무슨 상황이지’라고 생각하셨을 텐데, 선수들도 똑같았다. 모두 정확한 상황을 알지 못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
Q. 강원이 이번 경기를 상당히 잘 준비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기에 패배가 더 아쉬울 것 같다. 후배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가.
강원은 지난 시즌 창단 첫 아시아클럽대항전을 경험했다. 아시아 최고의 팀이 경쟁을 벌이는 ACLE에 나서 16강 진출이란 성과를 냈다. ACLE가 선수들의 성장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느꼈다. 오늘 이겼다면 후배들이 다시 한 번 좋은 무대와 환경에서 아시아의 강팀들과 경기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너무 아쉽다. 한 끗 차로 졌다. 우리가 조금 더 준비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오늘만큼은 하늘이 우리 편이 아니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후배들이 정말 열심히 한다. 저도 여러 팀에서 뛰어봤지만 우리 선수들은 항상 간절하게 준비한다. 감독님과 코치님들도 마찬가지다. 리그 2연패에 오늘 경기까지 3연패지만 다음 경기부터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고, 감독님과 코치님들도 매 경기 철저하게 준비한다. 시즌을 마쳤을 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높은 위치에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Q. 경기력만 보더라도 강원이 계속 발전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선수로 함께 뛰면서도 후배들의 성장을 느끼나.
그렇다. 후배들이 지난 시즌 좋은 경험을 더하면서 확실히 성장했다. 감독님도 정말 절실하게 준비하신다. 상대 분석도 많이 하신다. 그런 부분이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 선수들은 감독님이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매 경기 모든 걸 쏟아내려고 한다. 그런 준비가 자연스럽게 경기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강원이 정말 좋은 축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기대되는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Q. 평일인데도 많은 팬이 경기장을 찾았다.
팬들에겐 너무 죄송하다. 오늘 승리해 ACLE에 진출했다면 강원 FC란 이름을 아시아에 조금 더 알릴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올 시즌엔 ACL2에 도전한다. ACLE와 비교해 관심도가 떨어지는 대회인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감바가 ACL2에서 우승한 뒤 오늘 우리를 꺾고 ACLE로 올라가는 모습을 봤다. 우리도 ACL2에서 매 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면 감바처럼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다시 ACLE 무대를 밟아 팬들과 함께 더 높은 곳을 향해 나가고 싶다. 베테랑인 나부터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
[강릉=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