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정은부터, 공효진, 박소담, 이연, 그리고 ‘그놈’ 변요한까지, 막내딸 ‘경주’를 위해, 그리고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경주로 떠난 네 모녀의 가족 여행기 ‘경주기행’이 무더운 여름, 스크린을 찾아온다.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영화 ‘경주기행’의 언론배급 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김미조 감독, 이정은, 공효진, 박소담, 이연, 변요한 등이 참석했다.
‘경주기행’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 ‘경주’를 위해, 8년의 기다림 끝에 ‘죽이는’ 여행을 떠난 네 모녀의 가족 복수극이다. 장편 데뷔작인 ‘갈매기’로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김미조 감독의 첫 상업영화로, 이정은을 비롯해 공효진, 박소담, 이연이 자매로 뭉쳤다. 여기에 변요한이 네 모녀가 8년 동안 기다린 ‘그놈’을 연기한다.
2년 만에 ‘경주기행’을 선보이게 된 김미조 감독은 “이 순간을 기다렸다”고 감격을 표했으며, 이정은은 “영화 만들어지고 2년이 지난 거 같다”고 덧붙였다. 김미조 감독은 ‘경주기행’에 대해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가족극”이라고 정의하며 “모두가 ‘사람을 죽일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했을 때 답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죽이는 일이 쉬울 수 없을뿐더러, 온 가족이 복수를 떠나는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기에, 가족 개개인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했다. 이와 같은 상실을 극복하는 과정들이 궁금했기에 시나리오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공효진은 김미조 감독에 대해 “열정과 에너지가 강한 감독이다. 그러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해주어서 재밌었으며, 리더십도 탁월했다. 현장에서 못 찍거나 딜레이 되거나 넘기는 신이 없이 모든 것이 계획대로 착착 이뤄졌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감독”이라고 극찬했다.
엄마 ‘옥실’(이정은 분)과 세 딸 ‘장주’(공효진 분), ‘영주’(박소담 분), ‘동주’(이연 분)는 막내 ‘경주’의 생일을 맞아 경주로 향한다. 수학여행을 떠난 막내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지 8년이 흐른 지금, 가해자(변요한 분)의 출소 소식과 함께 떠난 경주행 봉고차 트렁크에는 이들이 그토록 기다려온 한 남자가 실려 있다. 단체 티셔츠를 맞춰 입고 경주의 명소 곳곳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네 모녀의 모습은 화목한 가족여행 그 자체로 보이지만, 사실 이는 치밀하게 기획된 알리바이일 뿐이다. 그러나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믿었던 계획은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맞닥뜨리고, 같은 마음이라고 굳게 믿었던 네 모녀의 서로 다른 생각과 감정이 충돌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여정은 점점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정은은 오직 막내딸의 복수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엄마 ‘옥실’ 역을 맡아 극의 중심축을 이룬다. 이전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엄마와는 또 다른 결을 보여주게 된 이정은은 “어떻게 다르게 접근하고자 했는가”에 대한 질문에 “딸 넷을 두고 남편과 단란하게 살던 보통의 가정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 이후 어떻게 붕괴하는가에 대해 그리고자 했다. 그 지점 중 ‘남편이 있을 때’와 ‘없을 때’에도 다를 수 있다고 봤다”며 “옥실은 가정이 붕괴된 이후부터 시간이 멈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을 되돌리는 일은 복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지독한 사랑을 몸으로 표현하는 엄마라고 생각하고 연기에 임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정은은 딸을 잃은 엄마의 상실과 분노, 슬픔과 죄책감이 뒤섞인 복합적인 속내를 밀도 높게 그려냈다. “보통의 가족, 보통의 엄마가 어떤 사건을 겪고 나서 광기를 보인다”고 말한 이정은은 “내 손으로, 그리고 내 가족의 힘으로 없애겠다는 사적 제재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영화의 장르로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극중 옥실은 옷을 갈아입지 않는다. 하나의 생각에 몰두했을 때 다른 것을 신경쓰지 못하는 모습과 딸들의 사랑을 외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모습을 동시에 그려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이후 이정은과 다시 한번 모녀 관계로 마주한 공효진은 언제나 가족이 1순위이자 엄마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첫째 ‘장주’로 분해, 수많은 K-장녀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극중 장주는 가족들에게 협조적이어야 하고 서포터의 느낌이 강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공효진은 “장주가 엄마에게 가지고 있는 신뢰나 의지나 이런 것들을 쟤가 제일 정상인 같다고 생각하면서, 모두가 안전할 수 있게 중간에서 중심을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소담은 법대 출신의 엘리트 백수 둘째 ‘영주’ 역을 맡았다. 감정보다 이성을 우선시하는 인물로, 엄마의 복수 계획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철저하게 준비해주는 가족 내 유일한 브레인으로 활약하며 똑 부러진 면모를 선보인다. 이연은 머리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다혈질 행동파이자 가족을 위해 일단 뛰어들고 보는 ‘동주’로 분해, 날것 같은 생생한 에너지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자매들의 입체적인 관계를 완성한다.
박소담은 “‘경주기행’은 글로 읽을 때부터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작품이었다. 촬영하면서 헷갈리는 순간이 없었는데 그건 감독님과 함께한 배우, 스태프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사계절의 날씨를 함께했는데 좋은 에너지를 많은 분들이 극장에서 느끼실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연은 “작품을 할 때 배역도 중요하지만, 저의 성장도 중요한 배우”라며 “네 분의 선배님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인간으로도, 배우로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저는 외동이어서 이렇게 촬영하면서 이렇게 가족을 얻게 돼 행복하다. 저희 진짜로 친하다. 이런 언니들과 오빠가 생겨서 행복하다”고 촬영 소감을 전했다.
변요한이 네 모녀가 8년 동안 기다린 그놈, ‘백상현’ 역을 맡아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극 중반까지 검정 비닐에 싸여 있던 그의 정체가 드러나는 장면은 ‘경주기행’의 백미 중 하나다. “왜 변요한이었는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김미조 감독은 “백상현은 중반부까지 비닐을 쓰고 등장하고 본격적인 얼굴과 존재감은 중반부에 드러낸다. 중반부를 장르적으로 흐름을 전환시키는 인물”이라며 “네 모녀를 대적할 수 있을 분이 누구일까 싶어서 고민했다. 그러다 제작사 대표님께서 ‘내가 왜 백상현 역할로 변요한을 생각하지 못했지?’라고 하셨고, 그때 정말 어둠 속에서 전구가 켜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 변요한은 가발부터 마우스피스까지 착용하며 파격 변신을 감행한다. 이 같은 시도에 변요한은 “감독님께서 잘생김을 버렸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라며 민망해했고, 이에 김미조 감독은 “미팅 때 뵈었는데 잘생겨서 놀랐다. 너무 잘생기면 안 되는데 조금이나마 잘생김을 덜고 싶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주셔서 파격 변신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변요한은 노개런티로 ‘경주기행’ 촬영에 임하면서 눈길을 모았다. 이에 대해 제작사 대표와의 인연과 좋은 각본, 그리고 좋은 배우들이 함께 하는 만큼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한 변요한은 “무엇보다 제가 더 성장하고자 참여했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게 하여주신 감독님과 배우들에게 감사하고, 함께해서 영광”이라고 전했다.
‘경주기행’은 사적 복수라는 강렬한 설정 안에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복수를 위해 떠난 네 모녀의 여정은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거치며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상처와 울분, 입 밖으로 내어놓지 못했던 속내들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경주기행’은 장르적 긴장감과 예측불가한 전개 속에서 복수의 통쾌함을 넘어선 여운을 선사한다.
극의 내용과 달리 현장은 너무 화목해서 아이러니함을 느꼈다고 말한 변요한은 “행복한 모습을 파괴하는 사람으로서 혼자 구석에 가 있기도 했다. 백상현은 보잘것없는 사람이고,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유가족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준 존재이기에, 연민도 없이 표현하고 싶었다. 여기에 너무 작은 세계관에서 잘못 배워서 나르시시스트적인 면이 있다고 봤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자신만을 지키는 역할로 해석했다”고 털어놓았다.
공효진은 하이라이트 신으로 변요한과 이정은이 함께 연기했던 장면을 꼽으며, “두 사람의 마지막 시퀀스는 제가 현장을 보지 못해서, 영화를 보기 전까지 내내 궁금했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에게 ‘상상 그 이상의 엔딩이 있다’고 했는데,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니 ‘그 이상’이 있었다.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 밖이고 통쾌할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자신을 표했다.
영화는 상실과 분노를 바탕에 두고 있지만, 통쾌한 응징과 카타르시스에 방점을 찍는 기존의 복수극과는 결을 달리한다. 철저한 듯 어딘가 어설픈 계획은 번번이 어긋나고, 누구 하나 사람을 해쳐본 적 없는 네 모녀는 끊임없이 삐걱거린다. 일촉즉발의 위기 속 현실감 넘치는 대화가 웃음과 공감을 자아내는 한편, 평범한 가족이기에 그들의 고군분투가 더욱 절실하고 애틋하게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김미조 감독은 “제가 욕심이 너무 많아서 반복 촬영을 많이 해 다들 고생하셨다. 편집할 때 굉장히 든든했다. 신인 감독으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배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공효진은 “대본에서 선사한 울림과 잔상이 영화화가 됐을 때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상상했었는데, 실제로 보니 새로웠다. 글보다 더 좋은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화 ‘경주기행’은 오는 26일 개봉된다.
[잠실(서울)=금빛나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