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0일, 전북 진안군에서 열린 ‘제10회 진안고원 트로트페스티벌’이 끔찍한 막말 논란으로 얼룩졌다.
한국 가요계의 ‘전설’로 불리는 71세 심수봉이 무려 54세나 어린 17세 고교생 후배 가수 김다현을 관객들이 보는 앞에서 무참히 짓밟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직전 순서로 무대를 마친 김다현을 향해 심수봉이 뱉은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심수봉은 수천 명의 관객 앞에서 “저 앞에 노래 부른 여자 때문에 머리가 어지럽다”고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어 “젊은 아가씨가 노래가 뭔지, 삶이 뭔지도 모르는 것 같다”, “내 앞에 저 선수를 앞으로 내보내지 말아달라”며 주최 측에 분노를 쏟아냈다. 심지어 까마득한 손녀뻘 후배를 향해 ‘여자애’, ‘아가씨’, ‘선수’라는 조롱 섞인 호칭을 서슴지 않고 사용했다. “인생 경험도 해보고 고생도 해봐야 관객을 위로하는 음악이 나오는 것이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라는 매서운 훈계도 이어졌다.
이 잔인한 ‘공개 저격’은 김다현의 귀에 고스란히 들어갔다. 무대를 마치고 이동 중이던 김다현은 라이브 방송으로 자신의 무대를 모니터링하다가 대선배의 끔찍한 독설을 현장 중계로 직접 듣고 말았다. 4살 때부터 판소리를 익히며 평소 심수봉을 깊이 존경해 자신의 콘서트에서 심수봉의 곡까지 불렀던 17세 소녀는, 날벼락 같은 쓴소리에 큰 충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펑펑 눈물을 쏟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다현의 부친인 김봉곤 훈장 역시 “딸이 펑펑 우는 모습을 본 우리 부부의 마음도 많이 좋지 않았다”며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두 사람은 이미 3년 전 MBN ‘현역가왕’ 데스매치에서 심사위원과 참가자로 마주한 인연이 있어, 이번 사태는 대중에게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심수봉의 도 넘은 발언이 담긴 현장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대선배로서 품격을 잃었다는 분노한 대중의 비난이 폭주하며, 급기야 심수봉의 공식 홈페이지는 트래픽 초과로 마비되기까지 했다.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심수봉은 사건 이튿날인 21일 소속사를 통해 황급히 사과문을 발표했다. 심수봉 측은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축제 무대에서 말 그대로 실언을 했다”며 “상식을 벗어난 말이 뱉어진 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행사장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핑계 삼으면서도 “어른으로서 후배 가수의 마음에 상처를 준 잘못을 분명히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앞 순서 가수가 정확히 누구인지 몰랐고 특정인을 망신 주려 한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심수봉 측은 김다현의 부친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으며, 김다현이 피아노를 치며 자신의 대표곡 ‘백만송이 장미’를 연습했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듣고 눈시울을 붉혔다고 전했다.
예술적 진정성을 강조하고 싶었다 하더라도, 수천 명의 관객 앞에서의 깎아내리기가 진정한 선배의 권위인지 대중은 여전히 싸늘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엎질러진 물이 된 71세 거장의 ‘실언’이 17세 후배의 가슴에 쉽게 지워지지 않을 커다란 흉터를 남겼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