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성적은 아무 의미가 없다. 모두가 0에서 다시 시작한다. 스윙 하나로 시즌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3루수 오스틴 라일리가 이날 그랬다.
라일리는 3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에서 팀이 2-3으로 뒤진 8회말 역전 스리런 홈런을 터트리며 팀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2사 1, 2루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선 그는 상대 마무리 요안 듀란이 던진 99.9마일 패스트볼을 밀어쳐 담장을 넘겼다.
경기 후 인터뷰를 가진 그는 “그냥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들어오는 공을 공략하려고 했다. 공을 밀어쳐서 멀리 보내려고 했는데 그가 잘 맞아떨어졌고 스윙도 좋았다”며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브레이브스 구단에 따르면, 이는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빠른 공을 받아쳐 만든 홈런이었다. 포스트시즌 통산 여섯 번째 홈런. 이중 네 개가 앞서가는 점수를 내는 홈런이고 이중 세 개는 8회 이후에 나왔다. 이는 트로이 글라우스, 버니 윌리엄스, 호세 알투베, 프레디 프리먼과 함께 타이 기록이다.
이번 시즌 159경기에서 타율 0.219 출루율 0.290 장타율 0.364로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냈던 그는 스윙 하나로 단숨에 영웅이 됐다.
그는 “나의 이번 시즌이 어땠는지는 다들 아실 거다. 원했던 대로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게 바로 포스트시즌의 묘미 아니겠는가?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나가서 동료들과 도시를 위해 뭔가를 해내는 것이다. 확실히 출발이 좋다”며 생각을 전했다.
월트 와이스 감독은 “포스트시즌이 시작되면 모든 기록은 0에서 시작된다. 정규시즌은 중요하지 않다. 완전히 새로운 출발이다. 그는 포스트시즌에서 늘 훌륭한 활약을 보여준 선수”라며 라일리의 활약에 대해 말했다. “시즌 중에 고전하다가도 포스트시즌에서 ‘숨은 영웅’으로 떠오르는 선수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처럼 좋은 선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정말 잘된 일이다. 시즌 내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이제 살아날 때가 됐다’는 느낌ㅇ르 받고는 했다. 실제로 그런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분명 이 순간을 위해 일 년 내내 노력해 왔고,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정말 다행”이라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올해 그가 내셔널리그 MVP 후보인지, 아니면 부진을 겪고 있는지를 겉만 보면 알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는 매일 한결같은 사람이다. 선수가 감정의 기복에 휘둘렸다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평정심을 유지하며 묵묵히 역할을 다했고, 멋진 순간을 만들었다”며 칭찬을 이었다.
라일리는 “이번 시즌을 보면 정신적으로 힘든 싸움이었다. 162경기를 치르면서 성적이 아주 좋지 않을 때도 매일 다시 경기장에 나가 제 몫을 해내야 한다는 건, 정말 정신적으로 고된 일이다. 그렇기에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들뜨지도, 너무 낙담하지도 않으면서, 그저 묵묵히 한 걸음씩 나아가며 자신이 해온 훈련과 루틴을 믿어야 한다”며 평정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료들도 하나같이 라일리의 활약을 반겼다.
선발 크리스 세일은 “등판을 마치고 안에서 루틴 대로 몸을 식히고 팔을 관리중이었다. 내가 보던 TV 중계가 실제 상황보다 조금 타이밍이 늦었는데 갑자기 클럽하우스 전체가 난리가 났다. 다들 흥분해서 난리인데 나는 ‘무슨 일이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4초쯤 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됐다. 정말 오랜만에 크게 소리지른 거 같다. 그 친구를 생각하면 기쁠 따름”이라며 역전 스리런 상황에 대해 말했다.
우익수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는 “시즌 내내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중요한 시기에 일을 해냈다. 그에게도 기쁜 일이고, 팀에게도 기쁜 일”이라며 밝게 웃었다.
1루수 맷 올슨은 “다들 그를 자랑스러워하고 기뻐했다. 팀에게도 중요한 순간이었지만, 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100마일의 강속구를 위로 솟구치고 아래로 떨어지게 뿌려대는 투수를 상대로 밀어쳐서 넘기다니 정말 대단했다”며 극찬했다.
[애틀란타(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