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팍한 면피용 해명은 분노의 불길에 기름을 들이부었다.
MBC 간판 예능 ‘나 혼자 산다(이하 나혼산)’의 전현무 카자흐스탄 즉흥 여행 조작 논란이 결국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미심위)의 3차 민원 접수로 이어지며 법정 제재의 문턱 앞에 섰다.
16일 한 시청자는 ‘나혼산’ 알마티 여행 편과 관련해 방심위에 3차 추가 의견서를 제출했다. 지난 9월 두 차례에 걸쳐 ‘가짜 즉흥 여행’에 대한 방송심의를 신청한 데 이어, 구체적인 물증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공영방송의 책임을 묻는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이번 3차 민원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제작진의 궁색한 해명이었다. 앞서 7월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제출된 공문과 대본에는 ‘8월 6일 에어아스타나 출발 카운터에서 발권 후 출국하는 모습’, 그리고 전현무가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행선지를 정하는 대사까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적혀 있었다. 사실상 출발 전부터 행선지가 카자흐스탄으로 확정되어 있었음을 입증하는 명백한 정황이다.
그러나 제작진 측은 “해당 시나리오는 공항공사에 촬영 허가를 받기 위한 가이드라인 자료였을 뿐 사전 대본이 아니며, 전현무는 대본을 본 적도 없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출연자에게 대본을 쥐여주지 않았으니 ‘조작’이 아닌 ‘리얼’이라는 해괴한 논리다.
하지만 이 변명은 스스로 파놓은 함정에 빠진 꼴이다. 민원인의 지적대로, 출연자에게 구성안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해서 제작진의 사전 세팅이 실제 현장 진행과 목적지 선택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상식적으로 묻지 않을 수 없다. 방송에서 전현무는 중국, 미국, 독일을 거쳐 카자흐스탄을 최종 낙점하는 것처럼 연기했다. 만약 전현무가 진짜 즉흥적으로 중국이나 독일을 택했다면 제작진에게 어떤 대체 계획(Plan B)이 있었는가. 제작진은 오직 에어아스타나 한국 지사 한 곳에서만 촬영 동의서를 받았을 뿐, 타 항공사의 협조는 일절 구하지 않았다. 애초에 카자흐스탄 외에는 비행기를 탈 수도, 카메라를 켤 수도 없는 구조를 짜놓고 안방극장 시청자들에게는 “운명처럼 정해진 즉흥 여행”이라며 눈속임을 한 셈이다.
이러한 연출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진실 왜곡 금지) 제1항과 제14조(객관성) 기준을 정면으로 위반할 소지가 다분하다. ‘목적지 미정’과 ‘공항 현장 최종 결정’이라는 허구의 상황을 실제 현실인 양 포장해 송출한 행위는 지상파 방송사업자가 지켜야 할 공공성과 시청자 신뢰를 정면으로 내팽개친 처사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시청률 1위라는 권력에 취한 관찰 예능의 타락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다. 시청자들은 2026년의 예능이 100% 다큐멘터리가 아니라는 것쯤은 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이라는 말장난 뒤에 숨어 시청자를 속이고도 반성조차 없는 오만한 태도에는 단호히 회초리를 든다.
“전현무는 몰랐다”며 꼬리를 자르려던 제작진의 얕은수는 결국 집요한 시청자들의 팩트 폭격 앞에 발가벗겨졌다. 신뢰를 잃은 관찰 예능은 대본대로 움직이는 마리오네트 인형극에 불과하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된 ‘나혼산’ 제작진이 방심위 심의 테이블 위에서 또 어떤 기막힌 궤변을 늘어놓을지, 대중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꽂혀 있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